다둥이 엄마 꿈꾸는 직장인의 고민

나름대로 돈도 열심히 모았고 국민연금도 성실히 납입했다. 개인적으로 연금상품에도 가입했다. 은퇴 이후 자식들한테 손 안 벌리고 여유 있게 살고 싶어서다. 하지만 공기업 9년 차 박유진(가명·33)씨는 노후에 원하는 만큼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넣어도 넣어도 자꾸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거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

투자비율은 자신의 성향을 고려해 조정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자비율은 자신의 성향을 고려해 조정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제활동을 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민연금을 낸다. 하지만 그 돈을 고스란히 노후에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지난해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51.9%가 “연금이 고갈될 것 같아 불안하다”고 답했다. 공기업 직원 박유진씨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재무설계를 신청한 이유다.

재무설계에 앞서 박씨의 재무목표부터 살펴보자. 그는 1년 안에 결혼할 계획이다. 결혼자금으로 4000만원을 잡아놨다. 2년 후엔 차를 구입할 생각이다. 예상비용은 3500만원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다른 재무목표는 노후자금 마련이다. 박씨는 노후에 적어도 월 200만원씩 받고 싶다. 이 세가지 목표를 위해 박씨는 3년 전부터 적금과 주식, 펀드를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 은행에 1980만원을 거치해뒀고, 주식과 펀드에 1800만원, 연금자산은 6871만원 모았다. 전세보증금 8000만원까지 합하면 순자산만 1억8651만원이다. 대출도 전혀 없다. 오롯이 박씨의 자산이다. 이만하면 행복할 것 같은데, 대체 고민이 뭘까. 

박씨의 꿈은 다둥이 엄마다. 결혼 후 아이를 셋 이상 낳을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되면 최소 3~5년은 쉬어야 하고, 현재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노후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Q1 지출구조

이제 박씨의 가계부를 들여다보자. 직장생활 9년 차인 박씨는 한달에 423만원을 번다. 이중 식비로 평균 43만원을 쓰고, 반전세로 살고 있는 빌라 관리비는 11만원씩 낸다. 용돈 25만원, 교육비 4만원, 통신비 5만원, 교통·유류비 15만원, 건강·문화비 13만원도 매달 거르지 않고 나가는 돈이다. 세금을 내고, 머리를 하고, 경조사비와 휴가비로 쓰는 돈은 연 457만원인데, 이를 월평균으로 계산하면 38만원이다. 

비소비성 지출로는 보장성 보험 21만원, 청약 20만원, 적금 50만원, 세액공제연금 84만원, 개인연금 30만원, 저축보험 25만원 등 총 230만원이다. 423만원 중 384만원을 쓰고 39만원이 남는 구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출이 없고 연금과 보험도 넉넉하게 들고 있지만 구체적인 결혼 계획이 있고 많은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  


Q2 문제점

박씨에게 적절한 투자비율과 예상 연금수령액을 계산해보자. 투자비율은 개인의 성향과 재무목표를 고려해 섬세하게 조정해야 한다. 투자비율을 계산할 땐 대개 100에서 나이를 뺀다. 33세인 박씨는 ‘67’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부동산자산이 있다면 나누기 2를 해 최솟값을 얻을 수 있다. 박씨의 경우 33.5%~67.0%에서 투자비율을 결정하면 된다는 얘기다. 투자성향도 분석해봤더니, 중위험 수준으로 나왔다. 이를 투자비율에 대입하면 박씨는 50% 선에서 투자하면 된다. 중위험 성향을 지닌 이들은 원금손실 위험이 큰 투자보다는 원금이 보장되거나 간접투자보호를 받는 중간 수준의 투자를 원한다. 

박씨가 스스로 투자해온 상품들을 보면 펀드 300만원, 주식 1500만원 등 다소 고위험에 몰려 있다. 대부분 원금보장형 상품군이라 안정적이긴 하지만 순자산의 비율에 맞춰 저축액도 조정해야 한다. 더욱이 1년 안에 결혼비용으로 4000만원을 지출할 계획이라면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은행에 거치해 놓은 약 2000만원 외에 2000만원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최소 160만원은 매달 저축해야 한다.  

이제 연금수령액이다. 박씨가 만약 55세까지 일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22년이 더 남았다. 국민연금 40년을 다 채우면 월 138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출산과 육아휴직까지 감안하면 박씨는 최종 25년 정도 납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박씨가 받게 될 연금은 월 87만원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다. 소득대체율이 떨어질 것까지 계산하면 38만~76만원 선으로 줄어들 수 있다. 국민연금에 기대기보단 투자와 개인연금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Q3 해결점

가계부를 새롭게 조정하며 소비성지출은 크게 손보지 않았다. 연간 사용하는 비정기지출 38만원만 은행적립금 중 일부와 비상금 통장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비소비성지출은 조금 과감하게 손봤다. 보장성보험은 21만원에서 15만원으로 줄였고, 주택청약저축은 20만원이 과도하다고 판단해 2만원으로 축소했다. 세액공제연금(84만원)도 너무 많이 납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적정비중의 금액인 20만원으로 조정했다. 

저축보험 25만원도 새로운 설계를 위해 해지했다. 이렇게 보장성 보험에서 6만원, 청약에서 18만원, 세액공제연금에서 64만원, 저축보험 26만원 등 비정기지출에서만 총 113만원을 줄였다. 여기에 비상금통장으로 충당할 38만원과 잉여자금 39만원까지 더해 190만원의 여유가 생겼다. 

박씨는 가장 먼저 적금 규모를 5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늘렸다. 앞서 말했듯 월 160만원씩은 모아야 결혼준비자금 2000만원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어서다. 개인연금도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납입금을 증액했다. 이제 남은 건 60만원. 이중 40만원은 주식형펀드와 금펀드에 각각 20만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남은 20만원은 비상금통장으로 운영하며 비정기지출을 대응하기로 했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 더스쿠프 전문기자
nunn22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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