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제비뽑기까지 등장한 전세대란 해결하려면…
[양재찬의 프리즘] 제비뽑기까지 등장한 전세대란 해결하려면…
  • 양재찬 편집인
  • 호수 411
  • 승인 2020.10.19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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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규제하기보다 공공임대 확충 등 공급정책 내놔야
전세대란이 심화하고 있다. 무주택자가 내 집을 마련할 때까지 마음 놓고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공급확대 정책이 긴요하다.[사진=연합뉴스]
전세대란이 심화하고 있다. 무주택자가 내 집을 마련할 때까지 마음 놓고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공급확대 정책이 긴요하다.[사진=연합뉴스]

풍경이 서있는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듯 계절은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가을이 농민에겐 수확기이지만, 집 없는 도시 서민들에게는 고단한 이사철이다. 특히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일터에서 먼 외곽으로 떠밀려 나가는 이들에겐 소슬바람도, 단풍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올가을,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지은 지 30년이 돼가는 서울 외곽 아파트 전세 매물을 보기 위해 복도에 9개 팀이 줄을 서 대기하고 계약을 원하는 이들이 중개업소로 가서 제비뽑기를 했을 정도다.  

사실 전세대란은 정부와 여당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군사작전 하듯 전격 시행한 7월 말부터 예고됐다. 서민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운 임대차3법은 살던 집에서 2년 더 살고(계약갱신청구권), 전세보증금도 최대 5% 올려주도록(전월세상한제) 했다. 그러나 시장은 다수 전문가들이 우려한 대로 거꾸로 갔다. 전세가 월세로 전환하며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며 전셋값이 급등했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둘러싸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다툼이 일었다.  

정부가 시장을 몰랐든가, 순진했든가, 후유증 등 대책 마련에 소홀했든가. 개정 임대차3법 시행 이후 두달 정도 지나면 효과가 나타나리란 장담과 달리 전세난은 가속화하고 집 없는 서민의 고통은 커져만 간다.

제비뽑기까지 등장한 전세대란은 통계로 입증된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8주 연속 오르며 역대 최장기간 상승 기록을 썼다. 수도권 전셋값도 62주 연속 올랐다. 이는 수요보다 전세 공급이 부족함을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가 높아지는 것으로도 입증된다. 

7월말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서울 지역 전세수급지수가 급상승했다. 정부가 공인하는 한국감정원 통계와 민간기관인 KB국민은행 지수가 차이를 보이긴 해도 부인할 수 없는 공통점은 매물 부족으로 전세수급지수가 상승하는 것이다.

급기야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홍남기 부총리가 그 임대차3법 함정에 빠졌다. 본인이 거주하는 서울 전셋집은 집주인이 들어온다고 해서 비워줘야 하고, 팔기로 계약한 경기도 아파트는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다급해진 정부가 전세대책을 중심으로 추가 부동산 대책 검토에 들어갔다. 당장 전세 낀 집을 사고팔 때 세입자가 나갈 의사를 밝혔는지를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른바 ‘홍남기 방지법’이다. 

관건은 문재인 정부의 24번째 부동산 대책이 될 전세 대책의 내용이다. 홍 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답변했다. 아이러니는 시장이 경제팀의 추가 대책을 반기기는커녕 부작용을 더 키울 수 있다며 불안해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가 취해온 일련의 부동산 대책에서 보듯 시장을 더 옥죄는 규제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표준임대료나 전월세상한제를 신규 계약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세입자에게 전세계약갱신권을 한 번 더 주는 ‘2+2+2’ 제도나 월세 세액공제 확대도 꼽힌다.

주택도 수요와 공급의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가격과 거래량이 결정되는 재화다.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시장 기능이 교란되고 부작용을 초래한다. 개정 임대차3법을 없던 일로 할 수 없는 이상 정부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장 기능에 맡겨두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전세대란을 진정시키려면 무주택자가 내 집을 마련할 때까지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주거 사다리’로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공급확대 정책이 긴요하다. 우리나라 주택 중 공공임대 비중은 6.7%로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39.6㎡(12평) 이하 저소득층용 위주여서 주택시장 안정 효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 ‘공공임대=작고 질 낮은 주택’이란 고정관념을 벗자. 3~4인 가족 중산층이 20~30년 마음 놓고 살 만한 공공임대가 있다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하고 빚내 집을 사지 않을 게다.

공공임대도 분양주택과 같은 크기와 품질로 짓고 일정 규모 주택이 들어서면 도로와 학교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자. 이를 통해 중산층으로 입주를 확대하면 공공임대가 자연스러운 주거 형태로 자리잡으며 집값과 전셋값도 안정될 것이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국토부 국정감사장에서 가수 나훈아의 노래 ‘테스형’이 울려퍼졌다. 야당 의원이 ‘부동산 정책으로 국민이 힘들다’고 장관을 질타하며 틀었다. 더 많은 국민이 힘들다고 항의하기 전에 정부는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규제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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