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사랑상품권과 골목
배달 플랫폼에서도 결제
얼어붙은 골목 녹일까

군산시가 2018년 도입한 ‘군산사랑상품권’은 지역화폐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당초 종이상품권으로 출시됐지만 2019년 모바일 상품권, 2020년 체크카드 등 사용 방식을 다양화했다. 10% 안팎의 할인혜택에 결제 편의성까지 높아지자 시민들이 반응했다. 군산사랑상품권의 누적 발행액은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얼어붙은 지역경제 해소에 군산사랑상품권이 작은 실마리가 되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군산사랑상품권의 지역화폐 경제학을 풀어봤다. 

군산시는 지역사랑상품권 도입 성공 사례로 꼽힌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군산시는 지역사랑상품권 도입 성공 사례로 꼽힌다.[사진=더스쿠프 포토]

5년 새 1만여명(2016년 27만7551명→2020년 26만7859명)의 사람들이 사라졌다. 공장은 가동을 멈췄고 식당은 문을 닫았다. 전북 군산의 이야기다. 지역경제의 ‘쌍두마차’였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GM 군산공장이 2017~2018년 잇따라 철수하자 군산 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졌다. 

수천여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수백여개의 협력업체가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 후폭풍은 자영업계로 이어졌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군산을 떠나면서 지역 상권이 위기에 처했다. 군산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이 2017년(이하 2분기 기준) 9.6%에서 2018년 22.9%로 치솟은 건 단적인 예다. 

무너진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군산시가 꺼내든 건 지역화폐 ‘군산사랑상품권’이었다. 2018년 9월 도입된 군산사랑상품권은 군산시가 발행하고 군산 내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군산사랑상품권은 지역주민에게 10%(8~10% 변동)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1인당 월 최대 70만원). 소비를 촉진함과 동시에 자영업자ㆍ소상공인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에서였다.

대규모점포(이마트ㆍ롯데마트ㆍ롯데몰)나 다른 지역 법인사업자의 직영점 등에선 사용을 막아 수익의 역외 유출도 막았다. 2018년 9월부터 1년간은 종이상품권만 있었지만 2019년 9월 모바일 상품권, 2020년 9월 체크카드 등 새로운 결제수단을 도입했다. 그 결과, 군산사랑상품권은 종이, 모바일, 체크카드 형식을 모두 갖췄다.

[※참고 : 모바일 상품권은 모바일앱(지역사랑상품권 chak)에서 충전해 사용할 수 있다. 지역사랑상품권 chak은 2019년 1월 한국조폐공사가 지역사랑상품권의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한 앱이다. ‘군산사랑카드’는 모바일 상품권과 연계해 사용하는 선불식 체크카드다. 가맹점에선 상품권으로 자동 결제되고 가맹점 외 사업장에선 일반 체크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

편리함 때문인지 군산사랑상품권은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시행 2년여 만인 지난해엔 전국 시·군 단위 지자체 중 가장 많은 판매액(497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5000억원 규모의 상품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발행액과 회수율(결제액)도 놀라운 수준이다. 누적 발행액은 9910억원(2018~2020년)에 달하고, 누적 회수율은 95% 수준(20 21년 1월 기준)이다. 군산사랑상품권이 보편적인 결제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셈이다. 군산사랑상품권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도 크게 늘어났다. 가맹등록 가능업소 1만20 00여개 중 1만670여개(2021년 1월 기준)에서 사용할 수 있다. 

매달 70만원씩 군산사랑상품권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주부 김가영(가명 · 34)씨는 “사실상 7만원(70만원의 10%)의 혜택을 받는 셈인데 어떤 신용카드 페이백보다 혜택이 크다”면서 “거의 대부분 업소에서 사용 가능해 편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군산 주요 번화가인 수송동 거리를 걸어보면 가게마다 내붙인 ‘군산사랑상품권 가맹점 안내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 친구 내 가족에게 힘이 됩니다. 군산사랑상품권은 사랑입니다.” 대부분의 식당, 카페, 빵집, 중소마트, 옷가게, 안경점, 미용실부터 병원, 약국, 학원, 헬스장 등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주요 업종별 가맹점은 소매점(4475개), 음식점업(3295개), 개인서비스업(1742개), 교육서비스업(349개)순이었다.

군산시 수송동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백한나(가명ㆍ37)씨는 2018년부터 군산사랑상품권을 취급하고 있다. 백씨는 “당초 군산 경기가 워낙 어렵다 보니 소비 활성화를 위한 상품권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다고 본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정상판매가격보다 10% 저렴하니 조금 더 구매를 하게 되고, 판매자 입장에선 판촉 효과가 됐다”고 말했다. 

안경점을 운영하는 박경원(가명ㆍ45)씨는 “2020년 군산사랑상품권을 체크카드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학생 등 젊은층이 결제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군산사랑체크카드 발급 건수가 5500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만 군산사랑상품권의 사용량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공공배달앱 등에서도 군산사랑상품권을 활용하는 소비자가 부쩍 늘어났다. 군산시가 지난해 3월 론칭한 ‘수수료 0%’ 공공배달앱 ‘배달의명수’의 주문건수(2020년 3월 13일~2021년 1월 26일)를 살펴보면, 총 32만건 중 18만건이 군산사랑상품권으로 결제됐다. 배달의명수를 이용한 소비자 중 절반 이상이 군산사랑상품권을 사용한 셈이다.

물론 군산사랑상품권만으로 얼어붙은 지역경제를 녹이기엔 역부족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소비자로선 좋은 결제 수단이 생겼지만, 그로 인해 얼마나 매출을 끌어올려 줬는지 상인들이 체감하기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서다. 코로나19라는 몹쓸 바이러스까지 겹친 가운데 ‘군산사랑상품권’은 닫혀가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줄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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