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上
잦은 배달앱 사용이 문제
식단 짜면 식재료값 줄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마자 빠르게 사업을 접고 일용직 시장에 뛰어든 자영업자가 있다. 무리하게 사업을 유지하다 빚더미에 올라앉는 것보단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급한 불은 껐지만 속이 편치 않다. 일용직으로 언제까지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가 그의 하소연을 들어봤다.

코로나19로 사업을 접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사업을 접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게티이미지뱅크]

액세서리를 파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한상용(가명·40)씨는 요새 공사 현장으로 일을 나간다. 한겨울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자재를 옮기고, 온갖 잡일을 도맡는다. 경력이 1년도 되지 않는 탓에 서툰 구석이 많지만 한씨는 누구보다 열심이다.

부지런한 성격 덕분에 한씨는 일터에서 점점 인정을 받고 있다. 12만원이었던 일당은 이제 14만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자신감이 붙은 한씨는 야간 근무까지 자청했고, 지금은 사업을 할 때보다 되레 수입이 나아졌다. 야간 근무가 매일 있는 게 아닌지라 수입이 들쭉날쭉하지만 한씨는 “자영업 하면서 손가락 빨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한다.

소상공인이었던 한씨가 갑자기 일용직에 뛰어든 건 코로나19 때문이다. 한씨는 조금씩 줄어드는 매출을 보면서 위기의식을 느꼈고, 곧바로 사업을 접은 뒤 지인에게 부탁해 일자리를 얻었다. 세 식구의 생계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한씨로선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남편의 노력에 미안함을 느낀 아내 김수진(가명·36)씨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려 했지만 정작 한씨가 반대를 했다. 6살 된 아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어쨌거나 급한 불은 껐지만 한씨 부부의 고민거리는 여전히 많았다. 특히 집이 문제였다. 최근 집값이 적잖이 올랐음에도 부부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는데, 사연은 이렇다. 5년 전 결혼한 부부는 지금 사는 동네에 전세로 이사를 왔고, 빨리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에 2년 뒤 대출금을 빌려 신축 빌라를 샀다. 점찍어 뒀던 아파트가 있었지만 2년 만에 수천만원이 오른 걸 보면서 “왠지 손해 보고 사는 것 같다”고 생각해 매입을 포기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현재, 부부가 포기했던 아파트 집값은 무려 3억원이 올랐다. 부부의 빌라는 고작 3000만원이 올랐으니 부부가 땅을 치며 후회할 만하다. 특히나 요새 주식 시장을 눈여겨본 한씨는 마음이 더 착잡하다.

지금 주식으로 돈 못 버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자신은 종잣돈이 없어 이 흐름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한씨는 요새 통 잠을 자지 못했다. 다시는 돈 벌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결심한 부부는 재무상담의 문을 두드렸다. 한씨는 “이제 일용직 일도 어느 정도 손에 익었으니 적극적으로 재테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부부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부부의 월소득은 남편이 혼자서 버는 317만원이 전부다. 야간수당이 일정하지 않아 평균치로 계산했다. 소비성 지출로는 공과금 22만원, 식비 93만원, 생필품 구입비 5만원, 대출 상환금 31만원, 신용대출 이자 1만원, 통신비 11만원, 교통비 23만원, 자녀 교재비 15만원, 부부 용돈 총 30만원, 보험료 5만원, 병원비 2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22만원 등 260만원이다.

명확한 목표부터 세워야

비정기 지출은 의류비(연 120만원·이하 1년 기준), 명절비·경조사비(90만원), 미용비(72만원) 등 총 282만원이다. 한달에 약 23만원을 쓰는 셈이다. 이렇게 부부는 총 283만원을 쓰고 남은 34만원을 전부 은행에 예금한다. 부부가 특별히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되레 예산을 늘려야 할 항목도 있다. 다름 아닌 보험료(5만원)다. 부부는 가벼운 실손보험 외에 어떤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는데, 이는 되레 목돈이 나갈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갑작스럽게 큰 사고를 당했을 때 수술비나 입원비에 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가 뚜렷한 목적 없이 쓰고 남은 돈(34만원)을 은행에 예금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재테크의 기본 중 하나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그래야지 그에 맞는 플랜을 짤 수 있다. 부부는 1차 상담에서 대출금 상환→ 99㎡대(약 30평대) 아파트로 이사→자녀 교육비 등의 순으로 재무 목표를 만들었다. 하나같이 거금이 필요한 항목들뿐이다.


그렇기에 이번 상담에서도 대대적인 지출 다이어트가 필요해 보인다. 우선 1차 상담에선 부부의 식비(93만원)만 손을 봤다. 요새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거의 모든 가정의 식비가 급증했다. 주범은 배달음식이다. 치킨과 피자를 좋아하는 아이 때문에 한씨 부부는 거의 주말마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다고 한다.

요새는 유튜브에 조금만 검색해 보면 집에서도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배달음식이 넘쳐난다. 한씨 부부는 치킨집에 주문하는 대신 집에 있는 에어프라이기를 활용해 아이에게 치킨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식단도 짜기로 결정했다. 한달에 4번만 장을 보고 일주일 단위로 식단을 만들어 식재료값을 아끼기로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부부는 93만원에서 60만원으로 33만원을 줄일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부부가 여유자금으로 33만원을 확보한 셈이다.

소득(317만원)이 많은 편이 아니기에 필자는 부부가 많은 여윳돈을 만들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부부에게 소득을 더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권유했다. 김씨는 “일단 부모님께 아이를 맡아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가능할 경우 아르바이트를 나가겠다”고 답했다.

한씨도 김씨의 말에 동의했다. 지출을 줄이는 방법만으론 목돈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부부가 조금 더 지출을 줄일 수 있을지는 다음 시간에 세세하게 설명하겠다.

글=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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