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프롤 Cracked Window展

❶Smoke, Oil on canvas, 128×174㎝, 1983 ❷Bandage, Oil on canvas, 223.6×170.2㎝, 1982 ❸S.O.S, Acrylic on canvas diptych, 274.5×396㎝, 1985 [사진=리안갤러리 제공]
❶Smoke, Oil on canvas, 128×174㎝, 1983 ❷Bandage, Oil on canvas, 223.6×170.2㎝, 1982 ❸S.O.S, Acrylic on canvas diptych, 274.5×396㎝, 1985 [사진=리안갤러리 제공]

불에 탄 빌딩이 무너져 내린다. 도둑질에 굶주린 사람들이 도사리고, 칼에 찔려 상처 입은 이들이 도시 곳곳을 서성인다. 한 여인은 잘린 머리를 들고 무너진 다리 밑을 자전거로 횡단하고 있다.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은 미국 작가 릭 프롤이 묘사한 1980년대의 뉴욕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냉전이 한창이던 무렵, 실업률과 범죄율이 치솟던 당시 뉴욕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릭 프롤은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 미술계에선 ‘기이한 회화의 대가’로 불린다. 깨진 창문과 유리병, 괴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얼굴, 이를 더욱 부각하는 강렬한 색감 등은 릭 프롤의 작품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다. 

그는 1980년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있는 쿠퍼 유니언을 졸업한 이후 키스 해링, 마틴 윙 등과 함께 활동했다. 특히 거리의 ‘낙서화가’로 유명한 장 미셸 바스키아의 친구이자 마지막 어시스턴트로 잘 알려져 있다. 

그 때문인지 바스키아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릭 프롤의 그림에도 만화적인 요소가 많다. 그가 뉴욕 변방인의 치열하면서도 잔혹한 실존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기괴함과 익살스러움이 뉴욕의 어두운 면을 더욱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Cracked Window’라는 주제를 내건 이번 전시에선 뉴욕 도시의 어두운 생활상을 담은 릭 프롤의 1980년대 회화 작품 14점을 감상할 수 있다. 2018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 ‘이스트 빌리지 뉴욕 : 취약하고 극단적인’에서 장 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의 작품과 함께 선보인 바 있지만 국내 갤러리에서 릭 프롤의 개인전이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리안갤러리의 홍세림 큐레이터는 “프롤의 작품은 그로테스크한 긴 형체의 인물과 도시 이미지를 강렬한 색채로 대담하게 표현해 뉴욕의 어두운 면(테러와 폭력)과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면서 “이번에 전시한 작품들은 1980년대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진정한 현실을 반영해 당시 뉴욕의 생활상을 재조명한다”고 설명했다.

릭 프롤의 ‘Cracked Window’ 전시는 오는 4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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