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쯤 유럽에선 진기한 물품을 가득 채운 ‘분더카머(Wunderkammer)’란 공간이 유행을 탔다. 대항해시대를 거쳐가던 유럽은 전세계에서 진기한 물품들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를 뽐내려는 문화가 형성됐던 것 같다. 분더카머. 좀 낯선 용어인데 어디서 들은 듯하다면 그 느낌이 맞다. 분더카머는 ‘박물관학’에서 다루는 개념이다. 다만, 지금의 박물관보단 아카이브(저장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 보면, 박물관보단 아카이브, 아카이브보단 분더카머가 이전에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이번에 ‘아트 키다리아저씨’가 소개하려는 전
지금도 그렇지만, 중세에도 사회를 지배한 중심축 하나는 ‘상인 집단’이었다. 이를 유럽 사람들은 ‘길드(Guild)’라고 불렀는데, 이 모임은 지역의 상거래를 독점하고 시장을 통제했다. 하지만 길드가 ‘권력집단’ 노릇을 한 건 아니다. 그들은 교회를 짓고 지역을 성장시키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수익에만 집착하는 오늘날 기업이 벤치마킹할 부분이다. ‘상인조합 길드의 탄생’ 첫번째 기사에서 봤듯, 길드의 기원은 고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 시대, 동업자들이 일정 구역에 모여 ‘콜레기아(Collegia)’란 이름의
# “저작권자가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도용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저간의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거 없이 무조건 저작권 침해 피해만 주장하는 건 합의금 장사일 뿐이다.” 저작권자의 ‘과도한 저작권 지키기’로 선의의 피해를 입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회복지사 A씨의 주장이다. # “내 창작물을 동의 없이 가져다 쓴 이들에게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잘못인가. 그럼 저작권법은 왜 있는가?” 정당한 저작권 지키기를 ‘과도한 저작권 지키기’로 오해해선 안 된다는 일러스트
# 정치적 선동은 쉽다. 그게 거짓이라도 논리적으로 반박하려면 몇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반박에 설득력이 있어도 선동을 부추긴 쪽은 불리하지 않다. 반박과 재반박이 거듭할수록 ‘거짓 이미지’만 남기 때문이다.# 이런 선동은 나치 선전장관인 요제프 괴벨스가 주로 썼던 전략이다. 그런데 적대적 사고와 언어가 판치는 대한민국 총선 정국에서 여야 정치권이 ‘괴벨스의 선동 전략’을 꺼내 들고 있다.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독일 라인란트 출신의 한 청년은 애국심에 불타 군대에 자원했지만 참전할 수 없었다. 어린 시절 골수염을 앓아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의 작품들은 지금 읽어도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가 최초로 사용한 단어인 ‘로봇’과 인간 같은 곤충들, 인간에 의해 강제로 대량 증식된 도롱뇽, 전염병을 권력 수단으로 이용하는 독재자는 세계대전 당시의 세계와 지금 우리의 세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터미네이터(1984년)’는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그린 대표적인 영화다. 자원을 낭비하고 서로 갈등만 일삼는 인간들이 쓸모없다고 판단한 ‘지능을 가진 기계’들이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디스토피아 영화의 고전이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웃음이다. 권력자들은 웃음거리로 전락할 바에는 차라리 공포의 대상이 되길 바란다. 세계대전 당시 아돌프 히틀러도 마찬가지였다. ‘광기’에 휩싸인 그에게 스크린 안에서 독재자를 조롱하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찰리 채플린은 ‘공포’였다. 속 시원한 ‘풍자’마저 어려워진 우리나라에서 권력자들을 공포에 떨게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희극배우 찰리 채플린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 채플린은 1889년 4월 16일에 태어났고 히틀러는 나흘 후에 태어났다. 두 사람은 비슷한 콧수염을 길렀고 예술가를 꿈꿨다.
최근 건물과 거리의 벽면이 디스플레이로 채워지고 있다. LED 디스플레이와 같은 전자장비의 보급이 확산하면서다. 공학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이 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동적인 영상을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거다.이런 기술적 트렌드는 디지털 예술의 시대를 열어젖히고 있는데, 국내도 마찬가지다. 강남역 혹은 청담동의 거리를 걷다보면, 세상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아이러니한 점은 급격한 디지털화 속에서 ‘아날로그적인’ 감성도 강해지고 있다는 거다. X2갤러리(엑스투갤러리)에서 2월 27일까지 개최하는
해외에 최초로 소개된 한국문학은 미국에서 1889년에 출판된 구비문학작품집 「한국민담집 Korean Tales」이다. 그 이후로는 1892년 프랑스에서 나온「Le Printemps Parfumé 춘향전」이 있다. 당시에 한국문학은 동방의 신비로운 이국 문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저 동양을 향한 서구의 호기심이었을 뿐 존중은 없었다.2016년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여한 대만 작가 퉁 웨이거는 “나는 전통 한자라고 알려진 마이너한 언어를 사용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내가 글을 쓸 때 사용하는 언어의 심미성이나 독창성이 뛰
「듄의 세계」톰 허들스턴 지음·강경아 옮김 | 황금가지 펴냄 「반지의 제왕」에 필적할 수 있는 유일한 시리즈 「듄」의 모든 세계가 담겼다. 「듄의 세계」는 작가 프랭크 허버트의 인터뷰부터 주변 인물의 증언, 그리고 허버트의 청년 시절부터 드니 빌뇌브 감독이 만든 영화 ‘듄’까지 160여장의 사진을 담았다. 고대 트로이 전쟁부터 이슬람 저항, 초심리학과 우생학 그리고 아라비아의 로렌스, 새뮤얼 버틀러, 사담 후세인, 프리메이슨 리 등 「듄」을 탄생시킨 수많은 사건과 사상, 인물을 만날 수 있다. 「민족문학사상 2023년 통권 2호」민
한국 영화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영화 중 1000만 관람객을 동원한 작품은 정말 흔치 않다. 영화만이 아니다. 어떤 플랫폼이든 ‘상징적인 숫자’에 도달하는 건 기념비적인 일이다. 가령, 유튜브에도 다양한 채널이 존재하는데, 이중에서 100만 구독자를 돌파한 채널은 극소수다. 그래서인지 ‘상징적인 숫자’를 달성한 작품엔 사회적 관심이 쏟아지기도 한다. 빅히트를 친 영화가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례로, 일본 애니메이션 ‘지브리스튜디오’ ‘스즈메의 문단속’을 활용한 테마파크가 만들어졌다. 영화의
우리 앞 사물과 존재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늘 변하고, 점차 사라지며, 다시 형상화한다. 그러다가 쓰임이 필요 없는 순간이 오면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듯 사라져버린다. 이를 불교에선 ‘일체만물이 공하다’고 표현한다.이렇게 영원하지 않은 세상을 영원한 진리란 관념으로 시각화하는 여성 작가가 있다. 대지미술(earthworks) 작가인 지나 손이다. 갤러리 엑스투(Gallery X2)가 ‘疊疊: 첩첩’으로 명명한 그녀의 작품을 2024년 1월 7일까지 전시한다. 지나 손을 알아보기 전에 조금은 낯선 대지미술의 장르부터 살펴보자. 대
인공지능(AI)이 쓴 소설은 창작인가 모방인가. AI와 협업해서 만든 작품은 예술품인가 모조품인가. AI 작업이 늘면서 문학계ㆍ예술계에서도 심오한 질문들이 오가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문학관觀이나 예술관觀이 충돌하면서 좀처럼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나타난 ‘콘텐츠 대폭발’ 시대에 AI가 또다른 전환점을 부여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우리가 싱귤래리티(singularity) 1편에서 던진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예술은 모방인가, 창조인가. 인공지능(AI)이 이 세상 모든 작
인공지능(AI)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많은 이들이 ‘창조성’도 이젠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AI의 글이든 그림이든 결과적으론 인간의 작품을 학습한 결과물이다. 일종의 모방행위라는 건데, AI가 모방을 넘어 ‘창조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더스쿠프의 새 연재물 ‘공병훈의 맥락’ 1편에서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가는 기점을 뜻하는 ‘싱귤래리티’를 논해봤다.강렬하면서도 마음을 사로잡는 색채, 거친 붓의 터치, 뚜렷하면서도 애매하기도 한 인상적 윤곽의 그림을 통해 위대한 창조성의 화가로
문화전문기업 스타트아트코리아는 최근 수년간 상업 미술계에서 개성 있는 기획전을 많이 개최한 곳이다. 현대 미술시장에서 빼놓을수 없는 양대산맥 중 하나인 영국 런던의 갤러리와도 수많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스타트아트코리아가 자신들을 ‘영국 기반’의 문화전문기업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다. “잠재력 높은 국내 신진작가를 발굴해 아티스트의 창작활동을 다각적으로 조명하고 K-아트의 우수성을 알리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기업이다(자사 홈페이지).” 이는 한국의 아트가 세계시장에서 나름의 매력을 얻기 시작했다는 방증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역동적으
NFT는 한때 디지털판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렸습니다. 어떤 디지털 콘텐츠든 ‘NFT 기술을 썼다’는 소문만 돌면 시장에서 하나같이 높은 몸값을 받았습니다. 고릴라 그림 ‘메타콩즈’가 수천만원에 팔린 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NFT의 위세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을까요. 視리즈 ‘2023년 NFT 자화상 준비’ 첫번째 편입니다.2021년 3월 11일, 미술사의 흐름을 크게 바꿀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세계적인 경매소 크리스티의 경매에서 ‘디지털 파일’이 수백억원에 팔린 겁니다. ‘매일: 첫 5000일’이란 이름의 이
작품을 준비하는 작가는 통상 ‘사진’을 찍는다.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이는 호상근 작가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영감의 순간을 붙잡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다만, 방법이 다르다. 그는 영감이 떠오르면 종종 종이와 색연필을 꺼내든다. 사소한 찰나부터 의미 있는 순간까지 섬세하게 담기 위해서다.그만큼 그에게 ‘그림’은 세상과 통하는 문이다. 호 작가는 그림이란 ‘회화적 언어’를 동원해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호 작가의 작품이 유별난 건 이런 성향 때문일 거다. 그런 그가 5년 만에
인터넷이란 매체가 등장한 시대를 사람들은 ‘웹1.0’이라고 규정한다. 이 시기, 웹에 접속하는 사람들은 데스크톱 컴퓨터를 주로 사용했다. 당시로선 혁신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수많은 이들과 가치를 나누는 ‘웹2.0’ 시대가 열렸다. 웹2.0 시대엔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기술적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했고, 웹2.0은 2020년대에 들어 ‘소셜미디어’ 시대로 확대 개편했다. 페이스북ㆍ인스타그램ㆍ유튜브처럼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사진과 영상콘텐츠를 제공하는 시대가 열린 거다. 이전엔 젊은 세대가 주로
시각예술계는 ‘가치의 압축’이란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영화·음악·연극과 달리 단 1쪽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시각예술은 영화·연극이나 문학 같은 텍스트 기반의 예술과 큰 차이를 보인다. 다른 예술은 해당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시간을 들여야 하지만, 시각예술은 그렇지 않다. 단 한번에 가치를 얻을 수 있다.이렇게 한번에 가치를 드러내는 건 또 있다. 다름 아닌 화폐나 주식이다. 최근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와 같은 암호화폐가 나타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이 오는 2024학년도 전반기 석사 과정 신입생 모집을 위한 발걸음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예술의 중심으로 꼽히는 이 대학원은 다양한 전공을 통해 예술계의 차세대 리더를 양성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이대영 원장의 지휘 하에 11월 8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모집은 예술경영, 문화콘텐츠, 박물관·미술관 전공을 포함한 11개 전공에 걸쳐 이루어질 예정이다. 특히 공연영상학과, 미술·디자인학과 등이 포함된 3개 학과에서의 모집은 한국 예술 교육을 선도하는 중앙대의 명성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중앙대
되돌아보면 다양한 전시공간에서 수많은 작가를 만났다. 아트총각으로서의 삶을 계속 산다면, 더 많은 작가와 기획자, 그리고 새로운 공간을 만날 거다. 필자는 작가의 삶을 종종 ‘야생’에 빗대곤 한다. “날것 그대로의 눈을 반짝이면서 생명을 마주하는 사람을 작가”라고 생각해서다. 그런 그들의 ‘반짝임’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 페리지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권도연 작가의 개인전 ‘반짝반짝’이다. 흥미로운 전시명을 내세운 권 작가는 생생한 동물을 촬영하는 사진작가다. 이전 작품인 ‘북한산’과 ‘야간행’을 만들 땐 북한산을 떠도는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