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 화물차 안전관리 실태

도로에서 화물차를 만나면 운전자들은 어떻게 할까. 십중팔구는 거리를 두거나 앞질러 달아난다. 그만큼 도로 위 화물차가 위협적이란 방증이다. 문제는 화물차가 운전자들에게 위협만 주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최소한의 안전기준도 지키지 않는 화물차들이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방치해놓은 탓에 수많은 운전자가 목숨을 잃고 있다. 화물차 안전관리기준, 다시 세워야 할 때다.

후부안전판 설치 규정을 지키지 않는 화물차가 90%에 이른다.[사진=연합뉴스]
후부안전판 설치 규정을 지키지 않는 화물차가 90%에 이른다.[사진=연합뉴스]

도로 위에서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은 숱하다. 궂은 날씨와 포트홀(파손된 도로), 난폭운전 등은 대표적인 악조건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조심해야 할 건 화물차다. 덩치가 큰 화물차는 주변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리곤 하는데, 화물차와 사고가 날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화물차 사고는 일반 교통사고보다 사망률이 두배 이상 높다. 연간 화물차로 인해 발생하는 사망사고가 전체의 25%에 이르는 이유다. [※참고: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화물차 사고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20.5%에서 2019년 25.0%로 높아졌다.]

문제는 이렇게 위험한데도 화물차의 안전관리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매해 수천건씩 발생하는 적재화물 낙하사고는 단적인 예다. 이런 후진적인 사고가 반복되는 건 적재방법과 적재화물에 관한 규정이 부실해서다. 선진국에선 컨테이너 형태의 폐쇄된 적재함을 사용하도록 유인해 낙하사고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여기에 물류업체들이 나서서 안전한 화물 적재방법과 지침을 마련하고, 화물차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화물차 불법개조인데, 대표적인 게 ‘판스프링’이다. 본래 판스프링은 바퀴에 전달되는 충격을 줄여주는 완충장치다. 하지만 판스프링 일부를 잘라 적재함을 고정하는 지지대로 쓰는 화물차가 상당히 많다. 문제는 주행 중 떨어져 나온 판스프링 조각이 주변 차량을 위협하는 사고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회전력이 더해진 판스프링이 차체를 뚫고 들어가 사망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가해자를 찾기 어려운 탓에 최소한의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많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건 ‘후부안전판’ 불량 설치 문제다. 화물차와의 충돌사고가 위험한 건 후방에서 달려오는 승용차가 화물차 밑으로 파고 들어가는 ‘언더라이드(Under ride)’ 현상 때문이다. 이는 차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의 치명적인 사고여서 안전벨트나 에어백도 소용이 없다. 실제로 화물차 뒤에서 충돌한 승용차는 평균 134㎝ 깊이까지 파고 들어간다. 이런 언더라이드 현상을 막아주는 안전장치가 후부안전판이다. 

후부안전판 설치 규정에 따르면 안전판과 지면의 간격은 55㎝를 넘으면 안 된다. 아울러 야간 주행 시 주변 운전자들이 원활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빛 반사판을 붙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전체 화물차의 90%가량은 후부안전판 설치가 불량했다.

그중 33%는 안전판 높이가 기준보다 높게 설치돼 있었다. 안전판 높이가 55~65㎝인 화물차는 26%, 65~75㎝인 화물차도 7%에 달했다. 용접이 허접해 일부가 훼손되거나 심하게 부식돼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하는 화물차는 전체의 29%였다. 아울러 반사판이 닳아서 더 이상 빛을 반사하지 못하는 차량, 적재함 끈으로 반사판이 가려진 차량도 27%나 있었다. 모두 개선조치가 필요한 화물차들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화물차 후부안전판의 높이는 기준 이하로 낮춰 설치해야 한다. 지지대는 굵기와 용접 상태 등에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엄격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반사판 역시 뒤에서 오는 차량이 시야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확실한 조도를 유지해야 한다. 

 

일부 화물차 운전자는 “언덕을 올라갈 때 차 뒷부분이 지면에 닿는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후부안전판은 운전자의 생명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최근 해외에서 수입하는 대형 화물차 중엔 범퍼 높이가 낮고 강화된 후부안전판을 설치한 차량이 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나라도 이를 밴치마킹 해서 화물차에 다른 차량을 보호할 수 있는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불안정한 화물 적재방법, 판스프링 불법개조, 후부안전판 불량설치 등 화물차를 둘러싼 문제점을 하루속히 파악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화물차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정리=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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