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어왕

영국 대표 배우 이언 맥켈런이 주연한 연극 ‘리어왕’이 국립극장에서 상영된다.[사진=국립극장 제공]
영국 대표 배우 이언 맥켈런이 주연한 연극 ‘리어왕’이 국립극장에서 상영된다.[사진=국립극장 제공]

여기 늙어가는 두 아버지가 있다. 한 명은 왕이고 다른 한 명은 신하다. 두 사람은 모두 자신을 사랑하는 자녀를 믿지 못하고 거부한다. 이들의 고집과 무지는 배신과 야망의 토네이도를 불러일으키고, 결국 인간으로서 가장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이 색다른 방식으로 찾아온다. 국립극장은 연극 리어왕을 ‘NT Live(National Theatre Live)’ 형식으로 선보인다. NT Live는 영국 국립극장이 2009년 처음 선보인 프로그램으로, 영미권 연극계 화제작을 촬영해 전 세계가 공연장과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다. 

이번에 국립극장이 상영하는 리어왕은 2018년 영국 런던 듀크 오브 요크 극장에서 공연한 버전이다. 초연 후 관객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선보였던 앙코르 공연이기도 하다. 

줄거리는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무대, 의상, 공간에 현대적 감각을 입혀 고루한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우리가 처한 상황 속 인물을 보는 듯한 생생한 현실감을 전달한다. 아울러 원작에선 남성으로 등장하는 ‘켄트 백작’을 여성 캐릭터로 바꾸는 등 다양한 시도를 꾀했다.

특히 리어왕 역은 영국 대표 배우이자, 영화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 역으로 널리 알려진 배우 ‘이언 맥켈런(Ian McKellen)’이 맡았다. 이언 맥켈런은 공연예술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1991년)를 받았을 만큼 연극배우로서, 특히 셰익스피어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로 유명하다. 그는 시대를 풍미했던 한 인간이 자신의 고집과 우매함으로 인해 파멸이 이르는 모습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연출은 ‘셰익스피어 전문 연출가’라고 불리는 ‘조너선 먼비(Jonathan Munby)’가 맡았다. 조너선 먼비 연출은 이 작품이 ‘아버지와 딸’ 혹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대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 사이의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존 객석을 철거하고 무대와 객석을 가깝게 연출했다. 영상으로 리어왕을 접하는 관객들 역시 마치 숨소리마저 들릴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강한 권력 뒤 인간의 그림자를 그려낸 리어왕은 5월 1~2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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