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 현장기사들에게 인터넷 품질 하향 지시 논란
KT “KT 계열사의 결정 우리와는 무관”
구현모 대표 사과 계열사에 전달되지 않았나
빨간불 켜진 KT 선장 구현모 리더십

‘잇섭 사태’로 홍역을 앓은 KT가 또다시 ‘인터넷 개통 속도 기준을 낮추라’는 지시를 현장 기사들에게 내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이 지시는 구현모 KT 대표가 인터넷 품질 논란에 고개를 숙인 지 열흘도 안 된 시점에 하달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KT 측은 “KT가 아닌 KT 계열사가 지시했기 때문에 우리와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책임을 피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KTS의  ‘인터넷 개통속도 기준 하향지시’ 논란을 단독 취재했다.  

구현모 대표가 인터넷 품질을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말이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뉴시스]
구현모 대표가 인터넷 품질을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말이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뉴시스]

KT가 인터넷 속도 품질 문제로 구현모 대표까지 나서 사과한 지 열흘도 채 안 돼 ‘인터넷 개통 기준 속도를 하향하라’는 지시를 현장에 내려보낸 것으로 단독확인됐다. 이 사실은 KT 계열사 KT서비스(KTS)의 A지점이 4월 30일 인터넷 설치기사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확인됐다. 더스쿠프가 단독입수한 ‘작업품질 준수 속도 측정 보정’이란 제목의 문자에 따르면 KTS는 인터넷 개통 기준 속도를 상품의 60% 수준으로 낮추라고 지시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인터넷 개통 기준으로 삼는 인터넷 속도를 500메가(MB) 상품은 300Mbps로, 1기가(GB) 상품은 600Mpbs로 하향한다.” 예컨대, 1GB 인터넷 상품의 개통 기준은 800Mbps인데, KTS 측이 이를 600Mpbs로 다시 낮춘 셈이다. 인터넷 상품명 1GB를 기준으로 삼았을 땐 80%에서 60%로 하향조정했다.

KTS의 문자엔 또 다른 지시사항도 있었다. “갤럭시 S10과 갤럭시 S20으로 인터넷 속도를 측정할 때 나온 값에 각각 2.3배, 2배를 곱한 속도를 기준으로 삼으라”는 내용의 지시다.

가령, 갤럭시 S10에서 측정한 인터넷 속도값이 350Mbps가 나오면, 여기에 2.3배를 곱한 805Mbps를 기준으로 삼으라는 거다. 이렇게 2.3배를 곱한 값을 기준으로 삼으면 갤럭시 S10으로 측정한 인터넷 속도가 300M bps만 나와도 1기가 인터넷을 설치할 수 있다(300Mbps×2.3= 690Mbps). 갤럭시 S20으로 측정했을 경우에도 300Mbps의 값만 측정되면 1기가 상품을 설치할 수 있다. 

KTS의 지시대로라면 인터넷 측정 속도가 개통 기준 하향 전 기준치에 미달하더라도 인터넷을 개통할 수 있는 셈이다. 주목할 건 이 두가지 지시가 유튜버 ‘잇섭’의 폭로(4월 17일)로 KT GB인터넷 속도 문제가 불거진 지 열흘도 안 된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당연히 4월 21일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인터넷 품질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는 구현모 대표의 사과 역시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잇섭 사태로 인터넷 속도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KTS 측은 그 기준을 더 낮췄다”면서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는 KT의 구태의연한 위기 대응 방식이 또 한번 드러난 것”이라며 꼬집었다.

KT 관계자는 “계열사인 KTS가 설치기사들에게 자체적으로 보낸 업무 지침일 뿐”이라면서 “KT의 1GB 인터넷상품의 최저보장속도는 500Mbps이기 때문에 인터넷 개통 기준을 낮춘 것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의 말을 좀 더 자세하게 들어보자. 
“KTS가 문자를 보냈는지 확인해 봐야 하지만 KTS 내부에서 판단해 문자를 보낸 것일 수 있다. 이번 문자가 KT와 관련이 있다고 보긴 힘들다. 더구나 KT는 1GB 상품의 최저보장속도는 500Mbps다. 개통 기준 600Mbps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참고: 정부는 2002년 초고속인터넷 품질보장제도(SLA)를 도입하면서 통신사의 약관에 인터넷 상품의 30~50% 이상을 최저보장속도로 규정하도록 했다. 통신사는 인터넷 속도가 최저보장속도를 밑돌면 고객에게 요금감면 등의 보상을 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고객이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사는 속도저하가 발생하더라도 고객에게 알릴 의무가 없어서다. 더구나 최저보장속도는 이통3사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KT 인터넷을 설치하는 기사들의 얘기는 180도 다르다. 익명을 원한 KTS의 인터넷 설치기사는 “1GB 상품은 측정값이 800Mbps 이상 나와야 개통처리가 된다”면서 “600Mbps이란 숫자는 분명히 ‘하향조정’한 값”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튜버 ‘잇섭’이 폭로한 인터넷 속도 논란으로 KT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사진=뉴시스]
유튜버 ‘잇섭’이 폭로한 인터넷 속도 논란으로 KT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사진=뉴시스]

‘KTS의 독단적인 업무지침일 뿐’이라는 KT의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KTS는 KT의 계열사다. KTS북부와 KTS남부의 지분 67.3%, 76.4%를 KT가 갖고 있다. 언뜻 봐도 KT의 지배력이 상당한 수준인데, 고객 유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개통 기준 속도를 KTS가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구현모 대표의 흔들리는 리더십

혹여 KTS가 이 기준을 자의적으로 결정했다고 해도 두가지 문제가 남는다. 첫째, 구 대표의 사과가 계열사엔 먹히지 않았다는 거다. 둘째, 계열사인 KTS가 대주주인 KT 선장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어떤 이유든 구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낮아진 개통 기준으로 인터넷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며 말을 이었다. “개통 기준을 낮추면 데이터 전송량이 갑자기 늘어날 때 적정 수준의 인터넷 품질을 유지하기 힘들다. 이런 맥락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인터넷 품질의 기준을 낮춘 건 위험요인이 숱하다. 고객의 입장에선 KT나 KTS나 큰 차이가 없다. KT라는 통신사를 보고 인터넷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KT의 지시가 아닌 KTS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이 말을 수긍할 고객이 얼마나 되겠냐.” KT와 구 대표가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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