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자본 확충 논란
주요 주주 증자 참여할까
인터넷전문은행 3파전 예고

낯선 존재였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4년이 지났다.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세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할 만큼 시장도 성장했다. 하지만 케이뱅크를 향한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신생 인터넷전문은행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장남’은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케이뱅크의 문제점을 취재했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를 향한 시장의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올 하반기 인터넷전문은행 업계가 커다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오는 7월 제3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등기법인명 한국토스은행 주식회사)가 깃발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5일 금융위원회에 본인가를 신청했다. 토스뱅크가 문을 연다면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와의 ‘3강 체제’가 개막한다. 주목할 점은 토스뱅크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느냐는 거다.

시장 관계자들은 흥미로운 전망을 내놓는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의 3강 체제가 아닌 2강 1약 체제가 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은행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아무래도 자본을 확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케이뱅크의 약세가 예상된다. 잘난 둘째(카카오뱅크)에 치이는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마저 막 태어날 막내(토스뱅크)에 뺏길 수 있다.”

케이뱅크가 경쟁에서 열세를 보일 수 있다는 건데, 왜 이런 전망이 나오는 걸까. 이 질문의 답은 카카오뱅크의 위상에서 찾을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사실상 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 출범 3년 만인 2019년 137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8배 이상 늘어난 1136억원(잠정치)의 흑자를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는 여세를 몰아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이쯤 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절대강자는 카카오뱅크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막내 토스뱅크가 만만한 것도 아니다. 간편 송금시스템을 앞세워 성장한 토스는 1800만명이 넘는 가입자(누적 기준)를 거느리고 있다. 앱 사용자 수에선 카카오뱅크를 앞섰다는 평가도 받는다. 토스뱅크 출범의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국내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여전히 ‘자본의 늪’에 빠져 있다. 지난해 7월 케이뱅크 주요 주주였던 KT의 자회사 BC카드가 3965억원의 유상증자(주주배정 방식)에 성공하면서 한숨 돌렸지만 곳간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케이뱅크가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선 최소 1조4000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케이뱅크의 자본금이 9016억원(지난해 3분기 기준·BC카드 유상증자 3965억원 포함)이라는 걸 감안하면 최소 5000억원 가량의 자본을 더 모아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케이뱅크가 그 정도 자본을 쉽게 확충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신규 투자도 기존 주주의 투자도 난제다. 일단 케이뱅크는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투자자의 반응은 싸늘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을 선점하는 데 실패했다는 시각이 많다”면서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해도 카카오뱅크와의 격차를 좁히는 건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케이뱅크의 IPO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며 “FI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자본 확충 발목 잡은 대주주 문제

그렇다고 기존 주주가 증자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는 BC카드(지분율 34.0%), 우리은행(19.9%), NH투자증권(10.0%) 등이다. 이중 우리은행이 증자에 참여할지는 의문이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지주의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지분을 20% 이상 소유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해서다.

이런 경우엔 의결권이 없는 케이뱅크의 전환주를 우리은행이 사들이는 방안도 있다. 의결권이 없는 전환주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20% 규정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진행된 증자에서 케이뱅크의 전환주를 많이 사들인 이유다. 문제는 우리은행이 케이뱅크에 돈을 쓸 여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1조3370억원)이 전년 동기(1조5270억원) 대비 10.3%나 감소했다. 실적이 감소했다는 걸 감안하면 추가 투자를 기대하긴 어렵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감소한 실적도 문제지만 라임 사태 등 사모펀드 배상 관련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커진 만큼 다른 회사를 챙기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BC카드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BC카드는 지난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34.4%나 줄어든 737억원(누적 기준)의 순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케이뱅크에 자본을 넣을 여력이 크지 않다는 방증이다. BC카드 스스로도 증자 참여 가능성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BC카드 관계자는 “시장에서 우리가 케이뱅크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걸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본 확충 문제가 이번에도 케이뱅크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자본 확충 방법이나 금액 등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성장하기 위해선 자본 확충이 필수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자본 확충과 흑자전환 등이 이뤄져야 시장에서 언급되는 IPO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존 은행이든 인터넷전문은행이든 은행의 기본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돈을 맡기고 빌릴 수 있느냐”라며 “금융서비스의 혁신성과 편의성만 보고 은행을 선택하는 금융소비자가 실제로 얼마나 되겠냐”고 말했다. 지긋지긋한 자본 확충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케이뱅크의 성장을 담보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어렵게 영업 정상화에 성공한 케이뱅크은 날개를 다시 펼 수 있을까. 확답을 하기엔 앞길이 순탄치 않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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