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선정 184개 추천주 분석

식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종목 선정이다. 어떤 종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많은 투자자가 ‘제2의 반도체주株’ ‘제2의 전기차주’를 찾으려고 혈안인 까닭이다. 하지만 그걸 찾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뜨고 지는 업종이 많은 데다 증시의 흐름이 워낙 복잡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런 불가측한 시장의 흐름을 읽어보기 위해 지난 6년간 국내 주요 증권사가 추천한 종목을 다시 분석했다.

반도체‧플랫폼 비즈니스‧전기차 등 다양한 종목이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다.[사진=뉴시스]
반도체‧플랫폼 비즈니스‧전기차 등 다양한 종목이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다.[사진=뉴시스]

5002만6237개. 지난 8월 기준 우리나라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5166만9716명(2021년 8월 기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1명당 1개꼴로 주식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많이 하는 재테크도 주식투자다.

한 결혼정보업체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30세대의 59.2%(중복 응답)가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 투자를 꼽았다. 1위가 예금·적금(81.4%)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가장 선호하는 재테크 방법이 주식 투자라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종목에 투자하느냐다. 올해 8월 기준 우리나라 증시에 상장된 종목 수는 2323개(코스피 816개·코스닥 1507개)에 이른다. 이중 상승세로 장을 마감하는 종목은 하루에 400여개에 불과하다. 소중한 자산을 키울 투자 종목을 찾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거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는 “흐름을 알아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언제든 증시를 이끄는 주도주와 주도산업이 있다. 투자 트렌드는 시시때때로 바뀌지만 증시 주도산업은 한순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새로운 산업이 싹트고 본격적으로 개화開花할 때는 분기점이 있다. 그 변화를 민감하게 읽어야 한다.” 긴 호흡을 두고 분석하면 새로운 주도주의 등장과 성장 시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증시는 어떤 흐름을 띠고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2016~2021년 6년간 증권사가 선정한 184개 추천주 중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종목을 중심으로 ‘흐름’을 살펴봤다.[※참고: 더스쿠프는 2012년 창간 이후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함께 매년 두차례씩 추천종목을 선별해 왔다. 총 492개 종목이 추천됐고,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 21곳이 참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함의 = 2016~2021년 가장 많이 추천을 받은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다. 지난 6년간 총 30표를 획득하면서 추천주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꺾였던 2018년을 제외하곤 매년 증권사의 추천종목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추천종목 1위에 걸맞게 수익률도 좋았다. 주식투자 열풍이 거세게 불었던 지난해 하반기엔 53.4%의 수익률을 달성했고, 2017년의 7.1%를 제외하곤 두자릿수 수익률(2016년 29.6%, 2019년 18.7%)을 기록했다.

추천주 순위 2위는 총 13표를 얻은 SK하이닉스로, 역시 반도체 업종에서 나왔다. SK하이닉스는 2016년(3표), 2017년(3표), 2018년(5표) 등 3년 연속 추천종목에 선정됐고, 올해 하반기에도 2표를 획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건 2016년 이후 국내 증시를 반도체가 이끌어왔음을 시사한다.

그 타임라인을 역추적하면 다음과 같다. 2016년 하반기 증권사로부터 6표를 받았던 반도체주株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경쟁 등이 촉발한 슈퍼사이클을 타고 승승장구했다. 그 결과, 2017년 하반기엔 반도체주가 13표를 추천받았다.

반도체 고점 논란이 일었던 2018년과 2019년 각각 8표, 5표를 받으며 주춤했지만 반도체의 저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반도체주는 지난해엔 8표, 올해는 6표를 얻었다. 코로나19로 언택트(Untact·비대면)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데이터 서버·스마트폰·컴퓨터 등의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전기차·IT 인프라 투자 등의 이슈가 계속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반도체주는 여전히 관심을 둬야 할 종목이다.

■현대차와 LG화학의 함의 =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만큼 주목을 받은 종목은 현대차, LG화학이다. 두 회사는 지난 6년 동안 각각 10표의 추천을 받았다. 먼저 LG화학에 증권사의 이목이 쏠린 건 2017년 이후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다.

2018년, 2019년 각각 1표씩 받으면서 분위기를 다진 LG화학은 지난해 총 6표의 추천을 받으며 당시 추천종목 2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2016년 이후 30표를 받은 삼성전자가 국내 증권사 추천종목 1위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2016년 이후 30표를 받은 삼성전자가 국내 증권사 추천종목 1위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문이 증시의 주목을 끈 결과다. 실제로 수익률도 좋아졌다. 1표씩을 받은 2018년과 2019년 LG화학의 하반기 수익률은 각각 0.6%, -10.4%로 부진했지만 지난해 하반기엔 67.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배터리 사업부문(LG에너지솔루션)의 분사 이후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건 부담 요인이다.

반면 현대차는 ‘의외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가 증권사 추천종목으로 선정된 건 뜻밖에도 2019년이 처음인데, 이유도 뜻밖이었다. 내연차가 아닌 전기차의 수출 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그해 현대차의 전기차 수출 물량은 6만3414대로 전년(2만7798대) 대비 128.1%(3만5616대) 증가했다.

현대차와 LG화학이 추천을 받은 이유는 이처럼 전기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 MA)에 따르면 2017년 111만908대에 불과했던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203만4886대 기록하며 두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엔 294만3172대가 팔리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는 LG전자와 현대차의 주가가 상승했던 시기와도 겹친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량은 2016년 9699대에서 지난해 19만8487대로 증가했다. 전기차가 두 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함의 = 최근 증권사가 추천종목으로 선정하는 단골기업은 IT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로 확장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다. 지난해 추천종목 순위 3위를 기록한 네이버의 현재 주가는 40만8000원(9월 13일 기준)이다. 처음 추천종목으로 선정된 2016년 하반기 주가가 14만2213원(수정 주가 적용)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186.8% 상승했다.

카카오도 2018년 이후 3년 연속 증권사 추천종목으로 선정됐다. 그만큼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주가가 출렁인 것은 플랫폼 사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탓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핀테크 플랫폼 규제 강화를 예상했지만 이번 규제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면서도 “빅테크를 향한 규제가 장기화한다고 결론 내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일시적인 규제 강도 조절일지 아니면 장기적인 추세일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중개업 등록의 경우 개선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2016년 이후 증시를 주도한 대세는 반도체, 전기차, 플랫폼이었다. 주목할 점은 ‘다음 대세주’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도체를 필두로 방송·통신·IT, 제약·바이오, 전기차 종목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대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시장이 ‘불확실’하다는 거다. 투자자로선 산업의 변화에 예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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