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선정 264개 추천스몰캡 분석

증시를 주도하는 핵심 산업은 해마다 달라진다. 그렇다고 대세주가 불쑥 등장하거나 트렌드가 급작스럽게 변하는 건 아니다. 변화의 태동과 분기점은 언제나 존재하고, 장기적 관점에선 그 흐름을 잡아낼 수 있다. 특히 경기 변화에 민감한 스몰캡은 달라지는 산업 트렌드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지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지난 6년(2016~2021년)간 투자 전문가들에게 추천받은 하반기 스몰캡의 동향을 살펴본 이유다.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대중화하기 시작하면서 코스닥시장에서도 2차전지 종목이 각광받고 있다.[사진=CLARIOS 제공]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대중화하기 시작하면서 코스닥시장에서도 2차전지 종목이 각광받고 있다.[사진=CLARIOS 제공]

2021년 상반기 국내 코스닥시장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속에서도 선방했다. 3월 한때 950선까지 내려갔던 코스닥지수는 6월 1029.96포인트를 기록하며 회복세에 들어섰다. 

반등을 이끈 건 2차전지 관련주였다. 올 6월 2차전지 수출액은 8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분기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울러 상반기 코스닥 시총 순위에서 2차전지 소재 기업들(에코프로비엠ㆍ엘앤에프)이 나란히 10위권에 입성하며 달아오른 몸값을 입증했다.

지금은 이렇게 2차전지가 대세지만, 트렌드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2차전지 종목도 올해 들어 불쑥 등장한 게 아니다. 관점을 길게 잡으면, 트렌드의 태동 시점과 분기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해마다 어떤 산업이 주목을 받고, 어떤 종목이 성장을 이뤘을까. 더스쿠프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추천받은 하반기 스몰캡 164개를 되짚어봤다. 이를 통해 시기별 산업 트렌드의 변화와 스몰캡의 동향을 살펴봤다.

[※참고: 더스쿠프는 2012년 창간 후 매년 두번씩 추천스몰캡을 기록해 왔다. 10여년간 21개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이 작업을 도왔고, 264개의 스몰캡이 선정됐다. 이번 추석 특집에선 2016년 이후 추천스몰캡만 따로 살펴봤다.]  

■2016년의 기록-반도체 태동 = 2016년 하반기 추천스몰캡 24개 중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건 섬유ㆍ의류(4개) 업종이었다. 원재료 가격의 약세와 수출 증가로 수익 확대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성적도 좋았다. 섬유ㆍ의류업체인 백산, 삼양통상의 추천일(2016년 6월 말) 대비 주가상승률(12월 말 기준)은 각각 20.6%, 6.9%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를 이끌 반도체주가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도 2016년 하반기다. 반도체장비 업체들(DB하이텍ㆍ동진쎄미켐ㆍ원익IPS)이 추천스몰캡에 선정됐는데, 그 배경에는 4차 산업혁명 붐이 있었다. 인공지능(AI)ㆍ커넥티드카 등 첨단기술 시장이 열리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2017년의 기록-2차전지의 출현 = 2016년 하반기에 시작된 반도체주의 좋은 흐름은 2017년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과 맞물려 큰 폭의 성장세로 이어졌다. 2017년 하반기에 선정한 추천스몰캡 29개 중 반도체 관련 종목은 8개에 달했다.

그중 2년 연속으로 추천스몰캡에 선정된 동진쎄미켐의 추천일(2017년 6월말) 대비 주가상승률은 52.9%로, 2016년(8.5%) 대비 44.4%포인트 솟구쳤다.

반도체장비업체인 테스(35.2%), 원익IPS(12.6%)도 같은 기간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제조사들의 대규모 투자와 사물인터넷(IoT)ㆍ웨어러블기기 등 새로운 시장의 확대가 반도체주의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추천스몰캡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또 있다. 2차전지 관련 종목(에코프로)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당시 투자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2차전지 소재 업체인 에코프로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은 적중했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수주가 증가하면서 에코프로의 그해 매출은 전년(1705억원) 대비 93% 증가한 3290억원을 기록했다. ‘퀀텀점프’에 힘입어 2017년 말 에코프로의 주가는 추천일(6월말) 대비 96.0% 상승했다.  

■2018년의 기록-5G의 비상 = 2017년과 달리 2018년 하반기 추천스몰캡(31개)에서는 반도체 종목(8개→4개)이 줄고 통신장비 종목(1개→4개)이 늘어났다. 반도체 산업이 고점 논란으로 주춤하는 사이 ‘5G 수혜주’가 새롭게 떠오른 결과였다. 증권사들은 4차 산업혁명의 필수 인프라로 5G 기술을 꼽으며 5G 상용화의 토대를 만드는 통신장비업체에 주목했다. 

주식시장에서의 성적도 엇갈렸다. 2017년 말 반도체장비 업체 4곳의 주가는 추천일 대비 평균 45%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통신장비 업체 4곳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5%였다. 당시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가 증시를 덮쳤던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스몰캡은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를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다.[사진=연합뉴스]
경기 변동에 민감한 스몰캡은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를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다.[사진=연합뉴스]

■2019년의 기록-사라진 반도체 = 2019년 추천스몰캡에서도 반도체주의 약세는 계속됐다. 25개의 추천스몰캡 중 반도체 관련 종목은 2개뿐이었다. 이와 달리 통신장비 종목은 4개의 추천을 받으며 강세를 이어갔다.

흥미로운 건 ‘주도주(반도체주)’가 사라진 자리를 전자결제(3개), 건강기능식품(2개), 화장품(2개) 등의 다양한 종목이 채웠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 둔화세가 지속되면서 내수 중심의 ‘경기방어주’에 투자 전문가들의 관심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의 기록-반도체 재도약 = 2019년 하반기 추천스몰캡의 키워드가 ‘춘추전국시대’였다면 2020년 하반기 추천스몰캡은 ‘대장주의 부활’로 정리할 수 있다. 부진했던 반도체주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해서다.

2020년 하반기 추천스몰캡 30개 중 반도체 관련 종목은 6개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언택트(비대면ㆍuntact)’ 문화가 떠오르면서 원격수업ㆍ재택근무를 위한 PC나 서버용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예상에서다. 그 결과, 2019년 말 반도체 종목의 평균주가상승률은 10.6%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반도체 다음으로 많은 추천을 받았던 제약ㆍ바이오(5개) 종목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그중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씨젠과 항암치료제를 개발하는 메드팩토의 주가는 추천일 대비 각각 71.7%, 120.0% 상승했다. 반도체와 제약ㆍ바이오 종목의 강세에 2020년 하반기 추천스몰캡 30개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33.4%를 기록하며 6개년 중 최고치를 찍었다.

■2021년의 기록-전기차 특수 = 2021년 하반기 추천스몰캡의 양상은 2020년과 확연히 달랐다. 추천스몰캡 25개 중 바이오 관련주(4개)와 반도체주(3개)의 비중은 줄고 2차전지 관련주(5개)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핵심 부품인 2차전지 수요가 급증해서다. ‘전기차 특수’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비나텍, 천보 등 2차전지 부품ㆍ소재를 생산하는 5개 업체의 추천일 대비 평균 주가상승률(9월 6일 종가 기준)은 19.6%에 달했다.

지난 6년간 산업 트렌드의 변화(4차 산업혁명→5G 통신→언택트 문화→전기차 대중화)에 따라 각광받는 스몰캡도 달랐다. 그래서인지 리서치센터의 향후 전망도 엇갈렸다.

SK증권은 “올 하반기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전기차 플래그십 모델을 출시하면서 2차전지 소부장(소재ㆍ부품ㆍ장비) 업종의 수혜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움증권과 현대차증권은 ‘위드코로나(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공존)’ 시대로 돌입하며 디지털헬스케어, 메타버스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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