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폐점률 2.8%까지 치솟아
경쟁 커피전문점보다 높은 수준
저가 커피브랜드 열풍에 밀려나

커피전문점 이디야가 자랑하던 ‘1%대 폐점률’이 무너진 것으로 단독 확인됐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이디야의 폐점률은 2.8%로 치솟았다. 메가커피(0.7%), 컴포즈커피(1.3%), 빽다방(1.8%) 등 경쟁업체보다 높은 폐점률이다. 한편에선 코로나19 탓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이디야의 포지셔닝이 애매해진 게 결정타란 지적도 숱하다.

2001년 1호점을 연 이디야는 커피업계 1~2위를 다투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썩 좋지 않다.[사진=뉴시스]
2001년 1호점을 연 이디야는 커피업계 1~2위를 다투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썩 좋지 않다.[사진=뉴시스]

“밥보다 비싼 커피.” 2000년대 초반 3000 ~4000원대 커피를 판매하는 전문점이 늘자 한편에선 “너무 비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혁신적으로 등장한 커피 브랜드가 있다. 2001년 서울 중앙대에 1호점을 연 ‘이디야’다. 당시 이디야는 ‘합리적인 가격, 맛있고 친절하게’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론칭했는데, 실제로 가격은 착했다. 

2500원으로 설정한 아메리카노 한잔 가격(스몰 사이즈)은 스타벅스(3300원ㆍ톨 사이즈)·커피빈(3500원ㆍ스몰 사이즈) 대비 30~40%나 저렴했다. ‘착한 커피’란 별칭을 얻은 이디야는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론칭 12년 만인 2013년 1000호점을 넘어섰고, 현재 3500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점포 수로는 스타벅스(스타벅스커피코리아)를 누르고 업계 1위다.[※참고: 매출 면에선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스타벅스가 이디야를 앞선다. 지난해 스타벅스와 이디야의 매출액은 각각 1조9284억원, 2239억원을 기록했다. 사실 직영매장뿐인 스타벅스와 가맹점 중심인 이디야의 매장 수를 비교하는 것도 적당하진 않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요즘 이디야의 상황이 썩 좋지 않다. 무엇보다 이디야가 늘 자랑해오던 ‘1%대 폐업률’ 신화가 깨진 건 뼈아픈 일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이디야의 2020년 폐업률은 2.8%(계약종료ㆍ계약해지 점포 수÷전체 가맹점 수×100)로 치솟았다.[※참고: 지난해 이디야의 가맹점 수는 2875개로 계약해지 점포는 81개다.] 

이로써 2018년 1.7%, 2019년 1.8% 등을 기록하면서 가까스로 유지해온 1%대 폐업률이 무너졌다. 이는 메가커피(0.7%), 컴포즈커피(1.3%), 빽다방(1.8%), 투썸플레이스(2.1%), 더벤티(2.7%) 등 다른 커피전문점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흔들리는 이디야의 아성은 온라인상에서도 드러났다. 한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엔 지난 10~11월 사이 “이디야 점포를 양도하고 싶다”는 점주의 게시글이 16개나 올라왔다. 경쟁업체 대비 3배가량 많은 수다. 

이처럼 이디야의 상황이 악화한 덴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장 이용이 제한되고 재택근무 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디야 하락세의 원인을 코로나19에서만 찾긴 어렵다. 이디야가 론칭 당시 그랬듯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제2’ ‘제3’의 이디야가 쏟아져 나오면서 설 자리가 좁아진 측면도 있다. 

2015년 이후 본격적으로 점포 확대에 나선 ‘빽다방(더본코리아)’부터 1000호점을 훌쩍 넘어선 ‘메가커피(보리티알)’ ‘컴포즈커피(제이엠커피컴퍼니)’가 대표적이다. 특히 메가커피의 일부 점포는 이디야와 가까운 곳에 출점하면서 이디야와 직접적인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2015년 이후 1000원대 저가커피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면서 이디야의 경쟁력이 약화했다.[사진=뉴시스]
2015년 이후 1000원대 저가커피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면서 이디야의 경쟁력이 약화했다.[사진=뉴시스]

물론 그사이 이디야는 저가커피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고급화’를 지향해 왔다. 2016년 커피연구소 ‘이디야 커피랩(EDIYA COFFEE LAB)’을 논현동 신사옥으로 확장 이전한 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4월에는 자체 원두 생산시설 ‘드림팩토리’를 준공하면서 원두 업그레이드 작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2014년(12.0%)과 2018년(14.2%)엔 가격을 인상해 다른 저가커피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현재 이디야의 아메리카노 한잔 가격은 3200원이다. 

문제는 가격이 오른 만큼 소비자에게 ‘플러스 알파’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과는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소비자원(2019년 11월)이 커피전문점 6곳(스타벅스ㆍ엔제리너스ㆍ이디야ㆍ커피빈ㆍ투썸플레이스ㆍ할리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디야는 3.80점(5점 만점 기준)을 기록하는 데 그쳐 종합만족도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일부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인 만큼 결과를 100% 신뢰할 순 없지만 이디야가 2015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뼈아픈 성적표임에 틀림없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최근 커피시장이 저가커피와 고가커피로 양극화하고 있다”면서 “이디야의 경우 고급화를 지향했지만 저가커피와 고가커피 브랜드 사이에서 포지셔닝이 애매해진 게 사실이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디야는 저가커피 브랜드 공세에도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음료 무료 사이즈업’ ‘음료 가격 할인’ 등 뻔한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을 뿐이다. 이디야 관계자는 “가맹점주와 협의를 통해 가맹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베이커리·식사대용 메뉴, 캡슐커피, 드립백커피 등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앞세워 경쟁을 펼치겠다는 건데,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쉽다”는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이디야만의 차별화한 전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성훈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저가커피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이디야로선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격 경쟁엔 한계가 있다. 이디야는 론칭한 지 20년이 넘어 성숙기에 접어든 브랜드다. 특히 ‘프리미엄화’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브랜드를 차별화하고 리포지셔닝할 필요가 있다.”

2001년 당시 혁신적인 가격으로 ‘착한 커피’로 불렸던 이디야. 하지만 이디야는 또다른 ‘가격 파괴’ 브랜드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과연 이디야에 새 길은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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