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창업한 자영업자들
1년 뒤 문 닫은 곳은 없지만
폐업과 영업의 기로에 서 있어

더스쿠프(The SCOOP)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국면에서 서울 명동에 문을 열었던 자영업자 3명을 만났다. 경기가 바닥으로 향하고 있음에도 창업의 문을 두드린 그들의 선택엔 피치 못할 이유가 있었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지금, 그들은 어떤 상황일까. 다시 찾아가봤다.

코로나19 속 창업한 자영업자들은 폐업과 영업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속 창업한 자영업자들은 폐업과 영업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사진=뉴시스]

여름 한철 잠깐 주춤했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는 겨울에 접어들면서 다시 가팔라졌다. 2020년 12월, 자영업자들은 연말이란 호재를 앞두고 위기에 빠졌다. 같은 시기 정부는 3차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를 두고 고민했다.

그때 우리는 코로나19에도 창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3명의 자영업자를 만났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였다.[※참고: 서울 중구 명동은 관광객이 많은 ‘명동거리’가 대표적이지만 실제 범위는 훨씬 넓다. 더스쿠프는 당시 북쪽으로는 청계천, 남쪽으로는 남산 자락을 포괄하는 행정동 기준상 명동을 돌아봤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2021년 12월 명동을 다시 찾았다. 코로나19 속 창업을 택한 세 사람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12월 13일 오전. 서울의 아침 기온은 0도 이하였다. 서울시청 가까이에 있는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 앞에 섰다. 원래 옷가게였던 곳이다. 옷가게를 함께 운영했던 2명의 사장은 지난해 6월 손님과 매출의 동반 감소를 이겨내지 못한 채 카페로 업종을 변경했다. 1년 전 만났을 때 두 사장은 “대출 신청 서버가 너무 자주 다운돼 대출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다. 1년 전에 찾아왔던 기자라고 밝히자 마스크 너머로 환하게 웃는 얼굴이 느껴졌다. 이 카페는 총 3번의 소상공인 지원금을 받았다. 2020년 5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총 5번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매출이 떨어진 일반업종 자영업자에게 최소 100만원부터 최대 400만원까지 지급됐다. 이 지원금은 매출이 좋지 않았을 때 요긴하게 쓰였다.

“지난 여름부터 1년 넘게 영업하면서 우리 인건비도 벌기 어려웠어요. 1개월을 빼고는 매번 무보수 노동을 한 거나 다름없었죠. 그런 상황에서 월세를 낼 만큼의 수익을 올리지 못한 적도 있어요. 그때 재난지원금으로 임대료를 냈어요.”

재난지원금으로 월세를 밀리지 않을 수 있었다는 건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그 덕분에 폐업으로 가지 않을 수 있었다. 카페 사장은 주변에서 사라진 회사들의 이야기를 꺼내놨다.

“여기는 원래 중소 여행사가 많았어요.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 문을 닫았죠. 알고 지내던 여행사 사장님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노인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계세요. 그분은 직업을 잃은 셈이죠. 그렇게 여행사들 문 닫으면서 저기 건너에 있는 신축 건물 편의점 사장님도 힘들어했어요. 월세는 이 근처에서 가장 비싼데 손님이 많이 줄었거든요.”

코로나19 속 1년간의 영업


코로나19의 직격탄은 관광산업이 맞았지만 충격파는 다른 자영업자에게도 전달됐고, 그들도 도미노처럼 줄줄이 쓰러졌다. 그렇게 빈 편의점 자리엔 새 가게가 입점할 것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글로벌 카페 프랜차이즈였다. 여행사가 문을 닫았고 그 여행사에 기대고 있던 편의점이 빠져나갔다.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자 서울시청 옆 카페는 영업 시간을 계속 줄였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자 서울시청 옆 카페는 영업 시간을 계속 줄였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그 빈자리에는 글로벌 브랜드가 들어왔다. 재난지원금으로 월세를 내고 버텨왔던 카페는 또 다른 경쟁상대와 대결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었다. 카페의 유리문에는 영업시간이 붙어 있었다. 원래 ‘18:30’까지 운영했지만 줄어드는 손님 때문에 영업 종료 시각은 ‘17:00’로 한 시간 반 앞당겨졌다. 고쳐 쓴 숫자는 다른 색처럼 눈에 띄었다. 카페를 나와 을지로에 있는 과자점으로 향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곳이었다.

다시 찾아간 을지로 골목길. 안쪽 깊숙이 자리한 과자점 인근의 풍경은 조금 바뀌어 있었다. 바로 옆에 있던 한식당은 1년 전만 해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 이날은 텅 빈 상태였다. 테이블도 사람도 아무것도 없었다. 이웃 식당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불이 켜져 있는 작은 과자점의 문을 1년 만에 다시 열었다.

그래도 웃음으로 맞이한 과자점 사장은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더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창업하고 나서 여태 인건비를 건진 적이 없어요. 투자금 갚는 건 말도 못 하고요. 하루하루가 고민이죠. 당장 관둔다고 해도 돈은 또 갚아야 하니까요.” 고민의 이유는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있었다. 확진자가 늘면 거리에 사람이 줄었고 그럼 매출이 떨어져 영업시간을 단축해야 했다.

“정말 널을 뛰어요. 지난봄만 해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갑자기 늘어나던 때가 아니었으니까 괜찮았거든요. 하지만 그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랐어요. 확진자가 늘어나니까 손님이 몰라보게 줄었어요. 어쩔 수 없이 영업시간을 줄여야 했는데, 그러다보니 아르바이트 학생에게도 안 좋은 영향이 가더라고요. 혼자 운영하기 벅차니까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원래 8시간을 일했거든요. 영업시간 줄이면서 4시간만 일해달라고 하니 그쪽도 고민을 하더라고요. 생활비가 안 되니까요. 시간 줄이면 아예 관둬야 한다고 말하길래 일단은 8시간씩 일해달라고 했어요. 그래도 다음 달에는 영업시간을 더 줄이려고요.”

 

을지로에서 빠져나와 ‘명동거리’로 향했다. 문 닫은 매장이 많았지만 건물은 놀고 있지 않았다. 비계로 둘러싸인 채 철거가 진행되고 있거나 리모델링이 한창이었다. 비어있었던 대형 매장들도 다시 유명 패션 브랜드가 하나둘씩 차지했다. 자영업자가 폐업을 고민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길을 건너 남산으로 올랐다. 언덕에 있는 육회 전문점을 다시 찾았다. 두바이에서 무역업을 했던 사장은 지난해 5월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이 식당은 ‘일반사업자’로 등록돼 있었다. 하지만 매출이 계속 줄었고 결국 지난 7월 ‘간이과세사업자’로 바뀌었다.

육회 전문점 사장은 “가까이 있는 대학교 학생들이나 회사 직장인들이 점심을 위해 식당을 찾는다”고 말했다. “육회가 꽤 괜찮다고 좋아해요. 저녁에 술 먹겠다면서 명함 가져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아무래도 늦게까지 술 마시는 약속 자체를 잘 안 잡으니까 하루 손님이 많지 않죠.”

20개월째 여전히 적자

신선도가 중요한 육회를 다 팔지 못하면 그대로 버리는 일도 잦았다. 사장은 그래도 장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하루에 보통 10명이 와요. 적은 수지만 폐업을 할 순 없어요. 이제 대학생이 된 아들이 있어서 학교 다닐 때까지만이라도 계속 뭔가를 해야죠.”

1년 만에 찾아간 가게들은 다행히 모두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 주변에는 소리 없이 떠난 흔적도 많았다. 정부는 12월 16일 거리두기 단계 상향과 함께 소상공인 보상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자영업자 세 사람은 또 다른 1년을 기약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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