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 사업단 공동기획
가톨릭대 학생 38명의 도전
센터장 2人 + 학생 3人 인터뷰

“너희가 뭘 할 수 있겠어?” 젊은 대학생이 현장에 나갔을 때 사회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편견은 학생들의 발목을 잡았고, 그사이 혁신은 숨을 죽였다. 가톨릭대 LINC+ 사업단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년 전 지역문제를 학생들의 시선으로 풀어보는 소셜리빙랩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엔 ‘디자인씽킹’ ‘제3 섹터와 기업가 정신’ 클래스를 신설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발굴하고, 대학생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소셜벤처에 접목하는 게 골자였다. 누군가는 여전히 ‘어린 학생들이 뭘 안다고’란 냉소를 보냈지만, 한편에선 놀랄 만한 성과가 나타났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클래스를 이끈 김승균 가톨릭대 사회혁신센터장과 윤기영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장, 그리고 수업에 참여한 김무광(소비자주거학과), 하누리(심리학과), 곽승현(국사학과) 학생을 만났다.'

2021년 1학기 38명의 가톨릭대학교 학생이 사회문제와 기업 경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1학기 38명의 가톨릭대학교 학생이 사회문제와 기업 경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가톨릭대 LINC+ 사업단은 이번에 다양한 시도를 꾀했습니다. 기존엔 소셜리빙랩만 진행했다면, 이번엔 디자인씽킹, 프로보노 사업 등으로 프로젝트를 확장했죠. 의미가 큰 듯합니다.
김승균 가톨릭대 사회혁신센터장(이하 김승균 센터장) : “12개팀 38명의 학생이 수업(2021년 1학기)에 참여했어요. 이전 학기에 비해 참가한 학생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프로젝트의 주제를 지역사회 문제에서 사회·환경문제으로 또 기업 경영컨설팅으로 확장한 건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봅니다.”

윤기영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장(이하 윤기영 센터장) : “2년 동안 수업을 진행하면서 정말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어요. 처음 수업을 진행했을 땐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지만 이제는 그런 것이 하나씩 줄어들고 있어요. 물론 지금도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조금씩 살을 붙여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과정이 쌓이면 언젠간 큰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가톨릭대 LINC+ 사업단은 지난해까지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대학 클래스’를 통해 해결하는 ‘소셜리빙랩’을 두차례 진행했다. 올 1학기엔 소셜리빙랩에 ‘디자인씽킹’과 ‘제3 섹터와 기업가 정신’이란 두 프로젝트를 덧붙였다. 소셜리빙랩엔 현직 기자 3명이 멘토로 참여해 학생들의 아이디어에 ‘현장성’을 보탰다. ‘디자인씽킹’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창의적인 방법을 발굴하는 클래스다.

‘제3 섹터와 기업가 정신’은 전문가집단 포스코경영연구원과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프로보노 활동이었다.[※참고: 프로보노(Pro Bono)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돕는 활동을 의미한다.]

소셜리빙랩, 디자인씽킹, 제3 섹터와 기업가 정신은 학생들이 ‘상아탑’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 문제, 소셜기업의 당면과제 등을 함께 풀어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 김승균 센터장은 “이번 학기의 목표는 학생들이 고안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제안해 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과가 있었다.

✚ 소셜리빙랩 수업에 참여한 짱구팀의 아이스팩 재활용 ‘아이스조끼’는 시市의 정책으로 이어졌어요. 괄목할 성과로 보입니다.
김승균 센터장 : “물론이죠. 하지만 이런저런 한계에 부딪혀 유의미한 결과물을 제시하지 못한 프로젝트도 많았어요. 좋은 결과물이 나온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진 것 같아요.”


✚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해결 해야 할까요?
김승균 센터장 : “한학기가 지나고 수업이 끝나면 프로젝트가 사라져 버리는 게 가장 아쉬웠어요. 하나의 사회문제에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때까지 수업이 이어지길 바랐지만 희망사항에 그친 측면도 있죠.”

✚ 수업 방식의 문제 때문인가요?
김승균 센터장 :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이전 학기의 결과물 중 확장하거나 시너지를 낸 프로젝트가 부족한 것도 원인이라고 봐요. 소셜리빙랩 수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디어의 정책화이지만 그 목표를 달성할 수준까진 이르지 못했다는 겁니다. 학생들과 함께 더 노력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윤기영 센터장 : “김승균 센터장과 같은 의견이에요. 다양한 시도를 해본 것 자체는 의미가 큽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운 것도 많았을 거예요. 하지만 결과물만 놓고 보면 아쉬움도 남습니다. 학생이라는 한계, 지역사회의 보이지 않는 벽, 정부기관의 유기적인 협력관계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숱해요. 이런 벽이 사라져야 더 많은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 수업에 직접 참여한 학생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김무광 학생(소비자주거학과) : “현직 기자가 멘토로 참여한 ‘소셜리빙랩 수업’에 참여했어요. 기자와의 협업이라는 경험은 정말 신선했습니다. 문제에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방법론 등 현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도 배웠죠.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다양한 단체와 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와 관련한 연락을 받았어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김승균 센터장과 윤기영 센터장은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김승균 센터장과 윤기영 센터장은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하누리 학생(심리학과) : “제3 섹터와 기업가 정신 수업을 들었어요. 현장에서 기업의 고민거리를 찾아 컨설팅하는 프로젝트였는데,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우는 게 전부가 아니란 걸 실감했어요. 현장에서 기업이 원하는 게 다를 수 있다는 것도 깨쳤죠. 현장의 중요성을 체감한 클래스였던 것 같아요.”

곽승현 학생(국사학과) : “의미 있는 수업이었어요. 이전 수업에선 해보지 않았던 것을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이런 점이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죠.”

✚ 소셜리빙랩에서 디자인씽킹으로, 다시 제3 섹터와 기업가 정신으로 프로젝트를 확장하면서 어렵거나 혼란스럽진 않았나요?
김승균 센터장 : “항상 시간이 문제인 것 같아요. 한학기 동안 진행하는 수업이지만 이런저런 시간을 빼면 실제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기간은 10주가 채 되지 않아요. 프로젝트 초반 주제를 선정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죠. 게다가 학생들이 이 수업만 듣는 게 아니라는 점도 제약 요인이었어요.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얘길 많이 해요. 이를 해결할 방안을 고민 중이에요.”

✚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김승균 센터장 : “아직 구체화한 것은 아니지만 소셜리빙랩의 경우, 주민과 함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주민의 목소리를 직접 담으면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책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죠.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나아가 지자체 공무원들이 고민하고 있는 현안을 수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어요. 공무원 니즈를 반영하면 불필요한 과정이 줄고, 공무원의 적극적인 참여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겁니다.”

✚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윤기영 센터장 : “무엇보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해요. 학교와 학생이란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학생들이 지역사회와 사회문제에 직접 뛰어들고 싶어도 이를 가로막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학교와 지자체가 서로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립하고, 서로 협력해야 해요. 학생들의 의미 있는 실험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기성세대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죠.”
 

김무광 학생 : “수업에 참여한 저도 비슷한 걸 느꼈어요. 학생으로선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령,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련 부서 공무원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수업 관련 데이터를 쌓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김승균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수업이 끝나면 노력이 사라지는 느낌이 듭니다. 데이터가 쌓이면 다음 클래스에 참여한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누리 학생 : “여전히 학생들이 뭘 하겠느냐는 편견이 큰 것 같아요. 시간이 촉박해지니까 ‘지금까지 나온 결과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프로젝트를 끝내자’고 제안한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쉬운 부분입니다.”


✚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이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았다는 걸 감안하면 아쉬운 평가네요.
김승균 센터장 : “그래요. 소셜리빙랩·디자인씽킹·제3 섹터와 기업가 정신 수업은 ‘이렇게 하면 무조건 A+’를 받을 수 있다’는 공식이나 방법은 없어요. 학생들 스스로 목표치를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죠. 그러니 자신들을 바라보는 편견에 민감할 수밖에 없죠. 프로젝트 결과물이나 성과에 실망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다행스러운 건 이런 책임감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2021년 1학기 진행된 가톨릭대학교 수업에선 38명의 학생이 참여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1학기 진행된 가톨릭대학교 수업에선 38명의 학생이 참여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무광 학생 : “사실이에요. 15주 동안 수업을 진행하면서 프로젝트의 목표를 15번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정해진 답이 없으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누리 학생 : “사실 수업을 들으면서 외부와 협업할 기회는 많지 않아요. 이런 면에서 이 수업은 의미가 커요. 특히 창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수업을 많이 들었어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아이디어가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학생도 있었죠. 사실 저에게도 창업을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웃음).”


✚ 실제로 수업을 들으면서 창업을 고민한 학생도 많다고 들었어요.
곽승현 학생 : “문제 해결 과정에서 찾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면 어떻겠냐고 고민한 팀이 많았죠. 물론 수업의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반응은 크게 갈렸어요. 창업을 꿈꾸는 학생이 있지만 학점을 받는 게 목표인 학생도 있었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는 프로젝트 과정에서 얻은 결과물을 창업 아이템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연계 수업이 있었으면 해요.”

윤기영 센터장 : “좋은 의견입니다. 하지만 클래스를 창업으로 연계하기 위해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대학교엔 창업동아리, 창업지원시설 등 창업을 꿈꾸는 학생이 활용할 만한 자원이 많아요. 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지 않다 보니 대부분 외부 공모로 눈을 돌리곤 하죠. 학내 시스템을 정비하면 창업으로 이어지는 아이디어도 많아질 수 있을 겁니다.”

✚ 이 클래스가 벤처기업 CEO의 등용문이 될 수도 있겠네요.
김승균 센터장 : “학생들의 말처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결과물에는 창업도 포함되니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윤기영 센터장 : “가능성은 충분해요. 미비한 시스템을 보완하고, 창업 자원 등을 효율적으로 연계해 준다면 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이는 사회적경제 분야에도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윤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사회적경제이기 때문입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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