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마련 공약

대선후보들은 하나 같이 “주거 안정을 실현시키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실현 가능한 목표인지 의문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대선후보들은 하나 같이 “주거 안정을 실현시키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실현 가능한 목표인지 의문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한껏 달아오른 시장을 식히지 못했다. 숱한 정책을 쏟아냈지만, 집값은 계속 올랐고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내놓지 않았다. 혹여 매물이 나오더라도 무주택자는 감당할 자금이 없었다. 

뼈아픈 현실 때문인지 20대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저마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각종 규제를 풀어주거나 세금을 완화하고 살 만한 곳에 살 만한 면적의 집을 만들어 주겠다는 게 골자들이다. 

하지만 규제를 풀면 투기꾼이 활개칠 게 분명하고, 세금을 완화하면 다주택자가 주택을 내놓을 이유가 줄어든다. 살 만한 곳에 살 만한 집을 만들겠다곤 하지만 그걸 만들 수 있는 땅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대선 후보 당신들의 공약도 신통치 않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거다.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해줄 수 있을까. 20대 대선 공약의 기록 네번째 편, ‘내집 마련 공약’이다. 

[이재명 내집 마련 공약]
파격적인 구상들
꿈일까 대안일까 


‘1가구 1주택’이 아닌 ‘실거주 1주택’. 비슷한 듯하지만 다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내집 마련 정책은 1주택이 아닌 실거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토지불로소득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기조는 문재인 정부와 동일하지만 방법은 차이가 있다. 거래세는 낮추고 실거주자의 대출 규제는 완화한다.

정부에 가계빚은 언제나 딜레마다. 빚은 줄여야 한다. 하지만 실거주자 중 대부분은 빚 없이 주택을 살 수 없다. 이 후보의 해결책은 ‘부담제한 총량유지’다. 거주 용도가 아닌 비필수부동산 대출의 만기 연장은 제한하는 대신 실거주자에게 금융 지원을 한다. 그러면 전체 대출 내에서 실거주자 대출을 승인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갑론을박이 뜨거운 종합부동산세도 개편한다. 이 후보는 소수의 고가 부동산에만 부과하는 종부세 대신 ‘국토보유세’의 도입을 주장했다. 국토보유세는 주택 대신 토지에만 부과한다. 개인이 내야 할 세금은 줄지만 과세 대상은 늘어난다. 종부세를 피했던 업무용 빌딩을 소유한 법인도 국토보유세를 내게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당시 경기지사)가 지난 7월 6일 ‘부동산시장법 제정 국회토론회’에 참석한 모습.[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당시 경기지사)가 지난 7월 6일 ‘부동산시장법 제정 국회토론회’에 참석한 모습.[사진=뉴시스]

거둬진 국토보유세는 종부세와 달리 배당 형태로 전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금은 재산세와 종부세를 함께 내지만 앞으론 종부세 대신 국토보유세를 납부하는 것”이라면서 “재산세 중 토지 과세분은 국토보유세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이중 과세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인 공급 계획도 있다. 이미 계획된 250만호다. 다만, 이중 100만호는 이 후보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주택’으로 공급한다. ▲역세권 ▲30년 이상 ▲토지임대부가 핵심이다. 중산층부터 저소득층까지 입주할 수 있고 분양ㆍ임대 두 가지 방식으로 공급한다. 권력형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고위공직자에게 부동산 백지신탁을 의무화하겠다는 정책도 공약에 포함됐다.

이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실거주자의 부담은 덜고 비필수부동산 보유 부담은 키운다. 그러나 과제도 있다. 역세권 인근의 대규모 토지를 마련해 토지임대부 형식으로 ‘기본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은 그린벨트 해제가 관건이다. ‘실거주’를 기준으로 한 규제 완화에도 함정이 있다.

‘실거주’ 파악 자체가 쉽지 않아서다. 전입신고가 실거주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보유를 제한하는 만큼 차명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빈틈도 있다. 이 후보의 ‘실용성’은 부동산 정책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윤석열 내집 마련 공약]
규제 푸는 게
상책 아닐 텐데 


“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캐치프레이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부동산 공약을 대선 1호 공약으로 발표하며 “국민의 집 걱정 없애드리겠습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윤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서민의 ‘내집 마련’ 꿈을 이뤄줄 수 있을까. 윤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주택공급 확대 ▲실수요자 대출 규제 완화 ▲부동산 세제정책 정상화로 요약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청년 주거문제는 ‘원가주택’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토지임대부 주택을 활용해 5년 내 3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공재원은 투입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골자는 다음과 같다. “민간 아파트 재건축 시 용적률을 높여(300%→500%), 늘어난 물량 중 50%를 공공기부채납을 받아 마련하겠다.” 이를 무주택 청년에게 원가 제공하겠다는 거다. 여기서 보듯 윤 후보의 주택 공급 방안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푸는 데서 출발한다. 이를 통해 5년간 250만호를 신규 공급하겠다는 게 윤 후보의 플랜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부동산 공약을 대선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부동산 공약을 대선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사진=뉴시스]

당연히 대출규제 완화 공약도 빼놓지 않았다. 윤 후보는 신혼부부 등 내집 마련 실수요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로 끌어올리고, ▲저금리 대출 ▲자본이득 공유형 무이자 대출 등 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집이 있는 국민을 위해선 세금정책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종합부동산세 전면 재검토 ▲양도소득세 인하 등이 대표적인 세제 개편 공약이다. 

윤 후보는 지난 8월 29일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면서 “주택공시가격의 현실화 속도를 낮춰 보유세가 급등하는 걸 막겠다”며 “1세대 1주택자의 재산세 부담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윤 후보의 원가주택 공약은 반값 아파트로 불린 MB의 ‘보금자리주택’, 박근혜의 ‘행복주택’과 다를 바 없다. 앞선 정권에서도 달성하지 못해 공약空約에 그친 정책을 실행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정부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공약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주택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시장을 정상화겠다는 공약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재건축·재개발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집값을 낮추기는커녕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주택자의 세금 감면 공약이 비판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윤 후보의 공약은 과연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심상정 내집 마련 공약]
공공주택은 정말
만병통치약일까 


“집 없는 시민 44%를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12월 20일과 23일 두차례에 걸쳐 ‘부동산 투기근절’ ‘서민안심주거’ 공약을 발표했다. 그의 공약은 집 없는 서민에게 주거 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심 후보는 먼저 ‘주택소유상한제’ 도입을 내세웠다. 1가구 1주택을 원칙으로 다주택자를 엄격히 규제하겠다는 거다. 2주택자에 세금 중과, 3주택 이상은 임대사업 등록 의무화를 통해서다.  

부동산 보유세도 강화하겠다는 게 심 후보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적용된 1가구 1주택 종부세 기준액 11억원(공시가격)을 9억원으로 돌려놓겠다고 밝혔다. 종부세 최고세율도 현행 0.7%에서 노무현 정부 수준인 1.6%로 인상한다.  

주택 공급은 공공주택 확충을 통해 추진한다. 현재 5% 수준인 공공주택 비중을 2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목표를 달성하면 집 없는 가구 44% 중 절반가량이 공공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심 후보는 임기 내 공공자가주택 100만호, 장기공공임대주택 100만호 등 총 20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중 공공자가주택은 토지임대부ㆍ환매조건부 방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대선 4호 공약으로 부동산 공약을 내놨다.[사진=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투기공화국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아울러 내집 마련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선 ‘생애 첫집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공공기관 부지에 25만호의 공공자가주택·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곳이 국회 부지, 대법원ㆍ대검찰청 부지 등이다. 심 후보는 이런 정책들을 총괄하기 위해 ‘도시주택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엔 전문가뿐만 아니라 세입자, 청년, 노인, 장애인 등이 참여한다. 

이처럼 심 후보의 공약은 ‘서민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빈틈도 있다. 무엇보다 공공자가주택 100만호로 내집 마련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생애 첫집 프로젝트(25만호)를 제외하곤 부지 확보나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보인다.

가령, 공공자가주택은 ‘신규 주택공급’ ‘다주택자 주택 매입’을 통해 구현한다고 명시했지만 실효성엔 물음표가 붙는다. ‘1가구 1주택’을 원칙으로 다주택자를 압박하겠다는 건데, 여기엔 사회적 합의가 우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공공자가주택 역시 임대도 소유도 아닌 ‘반쪽짜리’란 비판을 받고 있다. 심 후보는 이런 모든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안철수 내집 마련 공약]
목표만 있고 
방법은 없다 


“미친 집값이 청년들에게 지옥 같은 분노와 좌절을 안겨줬다. 국가는 맞춤형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 사회는 금융자본을 활용해 청년들의 내집 마련 꿈을 실현해줘야 한다.” ‘청년을 위한 대통령’을 자처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내집 마련 공약에서도 ‘청년’에게 먼저 초점을 맞췄다. 지난 11월 19일 발표한 ‘청년 공약 3호’를 살펴보면 안 후보의 청년 내집 마련 대책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토지임대부 청년안심주택 ▲청년캠퍼스 ▲45년 초장기 모기지론이다.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안 후보도 꺼내들었다. 5년간 주택 250만호를 짓고, 그중 100만호는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거다. 토지임대부 주택 100만호 중 50만호는 청년에게 우선 공급하는 ‘청년안심주택’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이 ‘반값 아파트’로 통하는 만큼 목돈이 부족한 청년들에겐 적절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청년캠퍼스는 사무공간, 창업공간, 문화예술·체육 공간이 결합된 청년 맞춤형 주상복합이다. 청년안심주택 중 일부(서울ㆍ거점도시)를 청년캠퍼스로  공급하겠다는 건데, 혁신과 도전을 꿈꾸는 청년들이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11월 19일 국회에서 ‘청년 내집 마련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11월 19일 국회에서 ‘청년 내집 마련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주거 자금 마련 대책도 내놨다. 청년ㆍ생애최초 주택구입자·장기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45년 초장기 모기지론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까지 인정하고, 이자는 기준금리 수준으로 낮춘다는 게 골자다. 15년 거치, 30년 상환이라는 조건도 달았다. 

하지만 ‘청년을 위한 내집 마련 대책’이라는 콘셉트를 감안해도 안 후보의 공약에 아쉬운 점이 많다. 무엇보다 청년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만 빼놓고 보면 다른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과 다를 게 없다. 특히 토지임대부 주택은 이미 시세차익, 전세 보증금 상승 문제 등 부작용이 숱하게 거론됐는데도 이를 막을 안전장치를 어떻게 마련할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공급 물량’은 제시해놓고 구체적인 ‘조달 방식’은 설명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예컨대, 안 후보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국공유지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100만호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어떻게 달성할지는 미지수다.

재원 마련도 마찬가지다. 주택 공급을 민간에 맡길지, 정부가 주도할지 등의 설명도 없다. 부동산 세제 정책이 빠져 있는 반쪽짜리 공약이라는 점도 아쉽다. 안 후보 측은 “향후 종합 부동산 공약을 다시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때는 아쉬운 점을 해소할 수 있을까.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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