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대 공약

역대 정부 모두 공공임대 정책을 추진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역대 정부 모두 공공임대 정책을 추진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내집 마련은 이제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어렵다. 가파르게 치솟은 가격은 은행 대출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전월세 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주택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 이렇게 민간에서 임대 물량이 나오지 않는다면 결국 안전한 공공임대주택을 만드는 것 외엔 답이 없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임대시장 안정책도 공공임대주택이다. 그 때문인지 역대 정부는 진영을 막론하고 공공임대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장기공공임대 비중은 2020년에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턱걸이했다. 그 어떤 정부도 공공임대주택을 ‘쉬운 선택지’로 만들지 못했다. 

# 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도 하나같이 공공임대주택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역대 정부가 왜 공공임대 분야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는지 원인을 분석한 이는 없다. 또다시 공공임대주택이 불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둘 때, 이들에겐 시장을 설득할 방법이 있는 걸까. 20대 대선 후보들의 공공임대 공약을 들여다봤다.
 

[이재명 부동산 임대 공약]
기본은 좋지만
시간이 문제다 


1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목표로 제시한 장기공공임대주택 비중이다. 현재 우리나라 장기공공임대 비중은 약 8%(국토교통부ㆍ2020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이다. 이 후보의 목표는 OECD 평균 이상으로 장기공공임대를 늘리는 거다.

이 후보의 임대 정책은 ‘기본 시리즈’가 핵심이다. 소득과 무관하게 누구든 30년까지 ‘기본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전국에 보급하는 거다. 소득 조건과 임대 기간에 따라 여러 종류로 분류된 현재의 임대주택 시스템을 혁신하겠다는 얘기다. 물량도 공언했다. 현재 ‘수도권 127만호’를 포함해 계획된 250만호 중 100만호를 분양ㆍ임대가 모두 가능한 ‘기본주택’으로 만든다.

필요한 자금은 ‘선순환 방식’으로 끌어낸다. 공사채를 발행하고 주택 기금을 이용해 건설 원가 3억원으로 기본주택을 만든다. 토지임대부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어서 토지 비용은 절감할 수 있다. 기본주택 임대료로 이자를 내고 더 모이는 돈이 있다면 다시 기본주택 건설에 투입한다.

품질도 높인다. 분양ㆍ임대 기본주택을 모두 비슷한 조건으로 만든다. 공공임대주택은 품질이 낮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다. 기본주택은 전용면적 84㎡(침실 3개ㆍ욕실 2개ㆍ약 28평) 규모로 만든다. 기본주택 택지에는 교통 인프라를 새롭게 만들어 역세권으로 조성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임대 정책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추진한 ‘기본주택’이 핵심이다.[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임대 정책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추진한 ‘기본주택’이 핵심이다.[사진=뉴시스]

청년에게는 기본주택 일부를 우선 할당하고 기존 주택을 부동산 하락기에 재고로 매입하는 주택관리매입공사와 장기임대주택을 관리하기 위한 공공주택관리전담기관도 설치한다. 공공임대주택이 부채로 잡히는 탓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역공사들이 소극적으로 임대주택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혁신책이다. 이처럼 임대주택의 공급에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면 의미가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이 후보가 내세운 임대정책 중 단기적인 임대시장 안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건설을 밑바탕에 둔 정책이라서다. 사고파는 데 예민한 부동산 시장이 이 후보의 생각대로 움직일지도 의문이다.

부동산 시장 하락기에 주택을 매입하겠다는 방안도 집주인들이 적극적으로 주택을 팔아야 가능한 일이다. 민간에서 집값이 내려갔을 때 ‘버티는’ 물량이 더 많다면 공공 매입 시스템은 작동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임대주택을 담보로 건설비를 조달하는 방안도 부동산 하락기에는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 이재명식 부동산 임대정책은 시간과 시장의 속성을 비껴갈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윤석열 부동산 임대 공약]
대책 빠진 플랜
HOW가 없다


‘안락하고 쾌적한 주택’은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20년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저주거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에 살고 있는 가구의 비중은 4.3%를 기록했다. 적지 않은 국민이 열악한 주거환경에 내몰려 있다는 것이다.

20대 대선후보들이 ‘임대주택과 주거안정 공약’에 힘을 쏟는 이유다. 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마찬가지다. 윤 후보는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2021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인 오늘, 불편한 환경에서 살고 계신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국민 누구나 따뜻하고 깨끗한 집에서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포부와 함께 주거취약계층 지원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은 크게 세가지다.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인 공급과 품질 개선, 비정상 거처 해소, 주거급여 대상 확대와 급여의 현실화다. 먼저 공공임대주택을 연 10만호씩 공급하고, 품질 개선을 위해 복합개발과 리모델링을 추진한다. 아울러 임대보증금 무이자 대여, 이사비 지원 바우처 지급 등을 통해 비정상 거처 거주자를 완전히 해소한다. 이와 함께 주거급여 대상자를 확대하고(중위소득 46%→50%), 주거급여도 현실화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50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50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사진=뉴시스]

주거취약 계층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의 양과 질을 업그레이드하고, 주거안정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돈이다. 윤 후보의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재원이 필요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공약 어디에도 재원 마련 방안이 적혀 있지 않다. 

구체적인 공약 실행 방안도 부족하다. 대표적인 사례는 공공임대주택의 품질 개선을 위해 민간임대주택 사업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윤 후보는 공급 물량의 30%를 시장 가격보다 낮은 수준(3분의 2 이하)으로 공급하는 민간임대주택 사업자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금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감면할지를 둘러싼 고민은 없다. 윤 후보의 주거안정 공약을 두고 ‘나랏돈만 퍼주겠다는 약속과 뭐가 다른가’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윤 후보 캠프는 “살 만하고, 재정적 부담이 가능하며,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약 실천 방안이 빠진 말의 성찬盛饌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윤 후보 공약의 허점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심상정 부동산 임대 공약]
세입자 계속거주권
지속가능 공약일까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토지공개념을 기반으로 투기를 근절하는 ‘제2 토지개혁’과 주거의 질을 높이는 ‘시민안심주거’ 두 가지로 나뉜다. 시민안심주거 정책은 “세입자의 삶이 선진국인 나라”라는 심 후보의 말처럼 철저히 세입자 중심으로 수립됐다.

심 후보는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세입자 안심임대 시스템’을 내놨다. 현재 2년+2년인 전월세 임대계약을 횟수 제한 없이 연장해 임차인의 ‘계속거주권’을 보장한다.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도 있다. 임대료 인상 폭을 이전 계약 대비 5%로 제한하는 임대료 상한제를 신규 계약에도 적용하고, 표준임대료를 도입해 임대료를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한다.

주거급여 수급 비율은 10% 이상으로 늘린다. 기초생활보장 주거급여 대신 ‘무주택자 주거수당’을 도입하고, 중위소득 45% 이하인 지급 기준을 중위소득 6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부동산 임대 정책에서 세입자 권리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사진=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부동산 임대 정책에서 세입자 권리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사진=뉴시스]

최저주거 기준을 강화해 주거 수준 개선에도 나섰다. 일명 ‘지ㆍ옥ㆍ고(반지하ㆍ옥탑ㆍ고시원)’로 불리는 주거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인당 최저주거 면적을 현재 14㎡에서 25㎡로, 공유주택은 최소 1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한 채광ㆍ환기ㆍ악취ㆍ대기오염 등의 기준도 마련한다. 아울러 여성ㆍ1인 가구의 주거 안전을 위해 ‘마을 경비원’ 제도를 만들고 경찰서와 핫라인을 구축한다. 

심 후보는 ‘신개념 공공주택’으로 공공주택을 향한 편견을 없애고 ‘누구나 살고 싶은 집’으로 만든다는 구상도 세웠다. 신개념 공공주택은 다양한 계층과 지역사회가 공존하는 ‘커뮤니티 주택’,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친환경 녹색 주택’ 등이 있다. 또한 ‘유니버설 디자인(연령ㆍ성별ㆍ장애유무 등 상관없이 사용하기 편한 디자인)’을 적용해 어떤 가구 형태에도 맞는 집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심 후보는 “부동산으로 인생 역전도 쪽박도 가능하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무주택자와 주거 빈곤층에 초점을 맞춘 공약은 파격적이다. 그 때문에 반발도 예상된다. 세입자가 평생 입주할 수 있는 것(계속거주권)이나, 임대료 기준을 정하는 것(표준임대료) 등이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이미 만들어진 ‘지ㆍ옥ㆍ고’의 주거환경을 개선할 방법이 있는지도 미지수다. 게다가 주거급여 비율 확대는 현 정부의 중위소득 60% 이하 청년 월세 지원금과 비슷하다. 심 후보가 꿈꾸는 ‘집 걱정 없는 나라’는 실현될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안철수 부동산 임대 공약]
구체적 플랜 없고
관점도 오락가락 


“청년와 무주택자는 평생 돈을 모아도 집을 못 사고, 1주택자들은 세금 폭탄 때문에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 지금의 문재인 정부다.” 2021년 6월 8일 ‘내 집이 있는 삶, 안심과 희망 주는 주택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안 후보는 “복잡한 부동산 시장을 너무 단순하게 바라본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면서 “현 정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참담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안 후보는 “실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있게 하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주거 복지를 제공하며, 투기를 근절하는 것이 부동산 정책의 제1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안 후보는 대원칙을 지킬 만한 대안을 제시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안 후보의 부동산 대책은 아직까지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2021년 11월 19일 발표한 청년 공약3호 ‘청년 내집 마련의 꿈 안철수가 이룹니다’가 현재까지 발표된 부동산 관련 유일한 공약이다.[※참고: ▲토지임대부 청년안심주택 ▲청년캠퍼스 구축 ▲45년 초장기 모기지론 등을 담은 내집 마련 공약은 더스쿠프 473호 ‘20대 대선 공약의 기록 4편’ 에서 다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임대차 3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임대차 3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이 때문에 안 후보의 부동산 대책을 알아보려면, 그의 임대시장 관련 관점과 발언을 유추해 해석해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관점과 발언도 오락가락한다는 점이다.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ㆍ전월세상한제ㆍ계약갱신청구권제)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 19대 대선 당시 안 후보는 “청년층ㆍ중장년층ㆍ노년층에 각각 5만호씩 연간 15만호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겠다”는 내용의 주거정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안 후보는 2021년 11월 19일 청년 공약3호를 발표하며 “임대차 3법이라는 비현실적인 법안이 미친 전셋값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되면 임대차 3법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어떤 방법으로 바꿀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발언만 놓고 보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임대차 3법인 셈이다. 

“추후 종합부동산 정책 때 상세하게 말씀드리겠다”던 안 후보는 대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 구체적인 종합부동산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년 캠퍼스’ ‘45년 장기 모기지론’을 예로 들며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강조하지만 철학과 구체성이 없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