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공약

코로나19 사태로 청년들의 사회진출은 더욱 어려워졌다. 대선 후보들의 청년 일자리 정책이 중요해진 이유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사태로 청년들의 사회진출은 더욱 어려워졌다. 대선 후보들의 청년 일자리 정책이 중요해진 이유다. [사진=뉴시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해 유명해진 문장이다. 공정과 정의에 예민한 청년세대에게 이 말의 파급력은 컸다. 청년세대가 공정의 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휘황찬란한 스펙을 갖춰도 그럴듯한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서다. 어느 세대보다 똑똑한 세대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건 낮은 고용률에 ‘역사상 가장 가난한 세대’라는 타이틀이다. 이러니 기회의 평등을 무시하고 ‘부모 찬스’를 써서 손쉽게 결실을 얻는 몇몇 이들에게 청년층이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공정을 들고나와 청년세대의 환심을 샀던 문재인 정부의 청년 고용률 성적표는 어떨까. 현재 청년 고용률은 43.0%로, 이명박(41.2%)·박근혜(40.8%) 정부의 성적보단 나을지 몰라도 노무현(44.7%) 정부의 성적엔 못 미친다. 이전보다 끌어올리는 덴 성공했지만 여전히 절반이 넘는 청년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은 대선후보들이 청년층의 마음을 잡기 위해 일자리를 내걸고 애쓰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후보들이 내놓은 청년 일자리 공약은 기대치를 밑돌고, 달성 가능성은 희박하다. 재탕삼탕에 중복 공약도 수두룩하다. 후보들은 이 정도 공약으로 청년들의 절망을 해결할 수 있을까. 20대 대선 공약의 기록 세번째 편, ‘청년 일자리 공약’이다. 

 


[이재명 청년 일자리 공약]
디지털 대전환의 
그림자는 놓쳤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원인이 아닌 결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보는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핵심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디지털 분야 창업 ▲지역·기업 간 양극화 완화 ▲구직 청년 지원이다.

먼저 디지털 분야 창업은 이 후보의 핵심 공약인 ‘디지털 대전환’과 연계돼 있다. 디지털 대전환은 사물인터넷(IoT)·클라우드·6G로 대표되는 3대 물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발판으로 산업 구조를 혁신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디지털 분야의 청년 창업 육성도 돕는다. 디지털 창업 컨설팅을 강화하고 금융체계를 정비해 대규모 투자금을 받도록 만든다는 게 이 후보의 생각이다. 목표치도 있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100개, 관련 일자리 100만개 이상이다.

양극화 완화를 통한 청년 일자리 대책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지방 균형 발전이다. 지방 투자를 늘려 수도권으로 오지 않아도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지역별로 데이터·반도체, 재생에너지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기존 산업을 저탄소로 전환하는 청사진도 밝혔다.

두번째 방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종속적 하청관계의 재정립이다. 대기업 독식 구조를 바꿔 중소기업의 몫을 보장해주겠다는 거다. 이 후보 측은 “하청 관계의 틀을 개선하면 중소기업의 급여 수준과 안정성이 보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대학생·취업준비생 등 청년을 만나 ‘쓴소리 경청회’를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후보는 대학생·취업준비생 등 청년을 만나 ‘쓴소리 경청회’를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구직 청년 지원책도 넓게 보면 청년 일자리 공약이다. 골자는 ▲자기소개서 컨설팅 ▲공공부문 면접 수당 ▲면접 수당 지급 중소기업에 인센티브 부여 등이다. 청년층의 사회진출 부담을 덜어주는 공약도 있다. 청년(19~29세)에게 연간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최장 20년간 저리에 최대 1000만원을 빌려주는 기본금융을 도입하는 게 핵심인데, 이 후보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 시리즈’의 일환이다. 

이처럼 이 후보가 제시한 청년 일자리 공약은 ‘근본적인 해결책’에 가깝다. 문제는 시간과 오용 가능성이다. 지역 균형 개발은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의 효과도 아직 의문이다.

디지털을 발판으로 성장한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B마트 운영사) 등 플랫폼 업체들은 ‘그림자 노동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기본 시리즈의 오용 우려도 있다. 경제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청년층을 위한 무조건적 지원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이 후보의 ‘대전환 전략’은 과연 청년에게 그늘 없는 변화를 제공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윤석열 청년 일자리 공약]
참신하지 않은
중복공약의 연속 


“윤석열 정부에서 청년은 국정 파트너이자 정책 기획자다.” “대통령실을 포함한 정부의 모든 부처에 청년 보좌역을 배치하겠다”. 지난 11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공식석상과 SNS를 통해 내건 약속이다. 청년들과 함께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공표한 셈이다.

하지만 연일 ‘청년’을 외치는 것과 달리 윤 후보의 청년 관련 공약은 기대치를 밑돈다. 청년층의 가장 큰 고민인 일자리 공약에서 뚜렷한 차별성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보이지 않아서다. 

윤 후보는 당내 경선과정에서 발표한 1차 공약집을 통해 크게 3가지의 청년 일자리 공약을 제시했다. ▲공정한 취업 ▲지역 청년들의 취업 기회 보장 ▲청년도약 정책이다. 이중 ‘공정한 취업’은 노조의 고용세습을 원천 무효화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 위반 시 형사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2017년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가 내세웠던 ‘불합리한 노동관행 혁파’의 연장선상이다. 표어만 달라졌을 뿐이다. 

‘지역 청년들의 취업 기회 보장’ 공약에서는 구직·창업 플랫폼(일명 E2E·S2S)을 토대로 교육기관·구직자·기업을 연계해 일자리를 매칭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이미 유사한 프로그램(청년플랫폼·서울창업허브 등)을 운영하며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

예컨대 일자리의 상당수가 단기 계약직·파견직이어서 고용의 질적 수준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윤 후보의 공약이 과연 지역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강원도 청년소상공인과 간담회를 하는 윤석열 후보. [사진=연합뉴스]
강원도 청년소상공인과 간담회를 하는 윤석열 후보. [사진=연합뉴스]

윤 후보의 대표적인 청년 일자리 공약인 ‘청년도약보장금(미취업·저소득 청년에 구직지원금 지급)’은 일종의 직업훈련비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고용노동부가 운영 중인 ‘국민내일배움카드’ 제도와 중복된다.

‘청년도약계좌(근로소득자 대상 비과세종합저축)’는 기존 ‘청년내일채움공제’에서 수혜 대상(중소기업 재직자→18~34세 근로소득자)을 확대하고 만기(2년→유형별 3년, 10년)를 늘렸을 뿐이다. 정책의 중복은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예산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윤 후보의 ‘청년도약’ 공약이 참신하긴커녕 우려되는 이유다. 

청년 일자리 정책은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학력,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청년들의 여건이 각기 달라서다. 하지만 윤 후보의 공약에는 구체적인 방법과 세분화한 기준이 없다. 선대위 청년 조직의 ‘청년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 후보가 돌아봐야 할 부분 아닐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심상정 청년일자리 공약]
민간 못한 걸
지역 해낼까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1호 공약이 ‘신노동법’일 만큼 일자리 정책에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 심 후보가 일자리만큼 관심을 두는 또 다른 사안은 ‘청년’이다. 심 후보는 두 차례에 걸쳐 청년 공약을 냈다. 

심 후보는 지난 9월 5호 공약으로 청년의 6대 권리(노동권·주거권·경제권·평등권·생활건강권·참정권) 보장을 골자로 하는 ‘청년 미래 보장사회’를 발표했다.[※ 참고: 5호 공약이 심 후보의 사실상 첫번째 청년 공약이다.] 이중 노동권을 지키는 ‘청년일자리보장제’는 30만개 청년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일자리 창출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지역 공공의료·돌봄기관 등 일손이 부족한 분야를 메우는 것, 둘째는 민간에서 투자하지 않는 생태·환경 분야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청년과 일자리를 연결하는 역할은 지역사회가 담당한다. 전국 228개 기초 지자체에 설립한 일자리보장위원회와 일자리보장센터를 통해서다. 

심 후보의 두번째 청년 공약은 코로나19로 인해 기회를 잃은 청년을 위한 손실보상안이다. 지난 13일 심 후보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이 청년층에게 가장 크다”고 지적하면서 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을 위한 ‘긴급대책’을 냈다. 일자리 대책은 크게 ▲코로나19 (2020~2022년) 졸업생 대상 취업교육 무상 제공 ▲청년 부채 탕감 지원 ▲지역 돌봄·재생에너지 분야 일자리 긴급 확대로 나뉜다. 

 

청년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의 심상정 후보. [사진=뉴시스]
청년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의 심상정 후보. [사진=뉴시스]

심 후보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구체적이지만 한계가 없진 않다. 무엇보다 기존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안과 비슷하다. 심 후보 캠프 측은 “행정안전부의 지역주도형 일자리 사업, 서울시 청년뉴딜 사업 등과 유사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기존 사업의 전달체계가 견고하지 않아 센터를 설립해 전문적인 고용 서비스를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공기관 청년고용의무 비율을 3%에서 5%로 확대하는 공약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다가 달성하지 못한 과제다. 

지역사회에 고용 전문가 역할을 맡기는 방안이 효율적일지도 의문이다. 기초지자체에서 구직 청년 수요에 맞는 보건·돌봄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어 낼지 알 수 없어서다. 손실보장 긴급대책에서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한 기후위기·재생에너지 관련 일자리가 정말 ‘긴급’ 대책인지도 미지수다. 심 후보 캠프 측은 “청년 일자리 공약이 민간 노동시장을 보완하는 범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이 말을 현실에서 입증해낼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안철수 청년일자리 공약]
청사진만 있고
구체성은 없다 


“내가 처음 정치를 시작한 이유는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서였다.” 지난 2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안철수와 함께 하는 청년내각 출범식’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청년’이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011년 안 후보가 ‘청춘콘서트’를 통해 청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 정치에 입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답변일지 모른다. 

안 후보는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도 ‘청년 표심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5개 분야에 세계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5개의 글로벌 선도기업을 만들어 G5 국가에 진입한다는 ‘G5 경제강국’ 전략을 1호 공약으로 발표한 이후 내리 청년 공약 1·2·3·4·5호를 발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참고: 현재까지 발표한 안 후보의 청년 공약은 ‘기회의 공정 실현’ ‘병영 개편’ ‘청년의 내집 마련 꿈 지원’ ‘지속 가능한 연금개혁’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여성이 안전한 나라’를 골자로 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구체적인 청년 일자리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G5 경제강국’과 청년 공약 2호(병영 개편)를 살펴보면 청년들에게 해당할 법한 일자리 관련 내용이 있긴 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안철수와 함께하는 청년내각 출범식’에 참여한 안철수 후보. [사진=뉴시스]
‘안철수와 함께하는 청년내각 출범식’에 참여한 안철수 후보. [사진=뉴시스]

무엇보다 ‘G5 경제강국’ 공약 중에 들어 있는 “5대 초격차 분야의 핵심 인재 50만명 양성과 확보를 위해 4차 산업혁명 관련 특수목적고를 17개 시도에 신설하고,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특성화 대학을 신설해 전액 국가장학금으로 키워낼 것”이란 내용은 아직은 ‘대안’으로 보인다.

군 복무 청년들이 훈련 이외의 시간에 다양한 자기개발 프로그램을 경험해 제대할 때 전문성 하나씩 획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도 넓게 보면 청년 일자리 관련 공약이라고 볼 수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다.[※참고: 안 후보 측은 “노동 개혁 및 일자리 정책은 준비돼 있으나 코로나19 확산세로 방역 관련 정책부터 발표하게 됐다”며 “청년 일자리 공약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선이 세번째 도전인 안 후보는 ‘청년내각’이라는 가상내각제도로 승부수를 띄웠다. 청년의 시각에서 안 후보의 공약을 검토하고 제안까지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겠다는 거다. 이 청년내각은 ▲공정교육부 ▲선진국방부 ▲안심주거부 ▲미래일자리부 ▲지속가능복지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미래일자리부에선 현실적인 청년 일자리 공약을 제시할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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