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한국 진출 100일
긍정적 지표 많긴 하지만…
차별 포인트 약하다 지적 많아

“아마존 해외직구 상품을 이제 11번가에서 구입한다.” 지난 8월 11번가는 아마존과 제휴를 맺고 11번가 플랫폼에 미국 아마존 상품을 판매하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열었다. 아마존의 첫 한국 진출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로부터 100여일, 시장은 아마존을 잡은 11번가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11번가와 아마존이 선보인 해외직구 서비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 론칭 100일을 맞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11번가와 아마존이 선보인 해외직구 서비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 론칭 100일을 맞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세계 1위 이커머스 사업자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한 지 100일(12월 8일)이 지났다. 지난 8월 31일 아마존은 11번가와 손잡고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론칭했다. 십수년간 떠돌던 아마존의 ‘한국 진출설’이 현실이 된 셈이었다. 한국은 아마존의 13번째 진출 국가가 됐다. 

물론 아마존JP(일본), 아마존FR(프랑스), 아마존CA(캐나다)처럼 아마존이 직접 진출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과 소비자의 기대는 적지 않았다.[※참고: 아마존이 현지 기업과 제휴해 서비스를 선보인 건 한국이 처음이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해외 직구족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지난해 국내 해외직구 시장 규모는 4조6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특히 미국 직구 비중이 42.0%(2021년 3분기 기준)로 전체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아마존의 수천만가지 상품을 11번가에서 한국어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건 소비자에게 분명한 메리트였다.

아마존이나 11번가가 누릴 수 있는 기대효과도 적지 않았다. 아마존으로선 국내 사업자인 11번가를 통해 우회진출함으로써 실패 리스크를 줄이는 게 가능했다. 11번가 역시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쿠팡의 상장’ 등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아마존이라는 차별점을 내세울 수 있었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 다른 해외직구 플랫폼과 차별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 다른 해외직구 플랫폼과 차별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이상호 11번가 대표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론칭을 앞두고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8월 25일)에서 “(기존 해외직구 서비스와) 사이즈가 다르다”면서 “압도적인 상품 숫자가 첫번째(차별점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기대 속에 출발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의 100일 성적표는 어떨까. 현재로선 긍정적인 지표가 많은데, 일단 11번가 앱 사용자가 늘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11월 11번가 앱 사용자 수는 전달 대비 54만명 증가했다. 쿠팡이츠(110만명)에 이어 두번째로 큰폭의 증가세다. 

파급효과도 상당하다. 11번가와 모회사 SK텔레콤이 함께 선보인 멤버십 구독 서비스 T우주도 ‘아마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T우주 멤버십은 ‘우주패스 all’과 ‘우주패스 mini’로 나뉜다. 이들 멤버십 가격은 각각 월 9900원, 4900원이다. 공통적인 핵심 서비스는 ‘아마존 해외직구 상품 무료배송’과 ‘아마존 해외직구 상품 1만원 할인 제공’이다. 

매달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한번만 구매해도 1만~3만원에 달하는 해외직구 배송비를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아마존 구독 서비스’에 반응하는 소비자는 적지 않았다. T우주 멤버십은 지난 8월 31일 론칭 이후 3개월여 만에 가입자 수 100만명을 넘어섰다. SK텔레콤이 제시한 2025년 가입자 3500만명 목표에 이르기엔 갈길이 멀지만, 긍정적인 지표임은 분명하다.

이렇게 소비자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 반응한 건 ‘신뢰도’ ‘편의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이용하는 주부 김은경(34)씨는 “그동안 해외직구는 가짜제품 문제가 빈번해 꺼려왔다”면서 “아마존 판매 제품인 데다 11번가를 통해 구입하는 만큼 믿고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박희영(29)씨는 “해외직구는 이용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한국어 지원이 되고 배송도 빨라 편하게 이용한다”고 말했다. 11번가 관계자는 “현재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아마존이 직매입한 상품으로 소비자가 신뢰하고 구입할 수 있다”면서 “(2만8000원 이상 구매시) 무료배송도 제공하고 있어, 미국에서 한국까지 제품을 가장 저렴하고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앱 사용자나 멤버십 가입자는 늘었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졌다는 지표가 아직 보이지 않아서다. 대표적인 게 11번가의 3분기 실적이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오픈 이후 실적이 반영된 3분기 매출액은 3918억원으로 전년 동기(3933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7억원에서 –38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면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 별다른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실적이 썩 좋지 않다는 건) 소비자에게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풀이할 수 있다. T우주 멤버십 역시 경쟁사(쿠팡 로켓와우ㆍ2900원) 대비 가격대가 높은 만큼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11번가의 모회사 SK텔레콤은 ‘아마존 무료배송’을 포함한 멤버십 서비스 ‘T우주’를 론칭했다.[사진=뉴시스]
11번가의 모회사 SK텔레콤은 ‘아마존 무료배송’을 포함한 멤버십 서비스 ‘T우주’를 론칭했다.[사진=뉴시스]

풀어야 할 과제는 또 있다. 11번가가 ‘한국어 제공’ ‘무료배송’ ‘빠른 배송’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G마켓·쿠팡 등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G마켓의 쇼핑 플랫폼 ‘G9’의 경우 해외직구 상품을 큐레이션해 선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 건강기능성 식품 판매 플랫폼 ‘아이허브’, 일본 이커머스 업체 ‘라쿠텐’ 등이 판매자로 입점해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쿠팡 역시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 고객에게 해외직구 전제품 무료배송을 제공하고 있다. 배송 역시 평균 3~5일, 도서 지역 7~ 10일이 소요돼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5~8일)와 큰 차이가 없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해외직구 시장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 론칭하기 전부터 활성화해 있었다. 아마존이 11번가와 어떤 시너지를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었는데, 현재로선 시장에서 달라진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어쨌거나 11번가와 아마존은 지난 3개월간의 ‘시운전’을 통해 고객 데이터를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유통 공룡 아마존의 저력을 보여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과연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소비자를 잡을 수 있을까.

주영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설명했다. “대부분의 고객이 해외 직구를 통해 건강기능식품 등 구매 주기가 긴 제품을 주로 구입한다. 그렇다 보니 해외 직구가 빈번하게 이뤄지진 않는다. 결국 11번가로선 소비자가 유료 멤버십에 가입할 ‘니즈’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상품 다양성을 갖추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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