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Infographic
순간을 즐긴다? 난 투자하련다
MZ세대 주요 관심사는 재테크

한번 뿐인 인생, 나를 위해선 아낌없이 소비하는 ‘욜로(YOLO)’ 트렌드에 젊은층이 열광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번 뿐인 인생, 나를 위해선 아낌없이 소비하는 ‘욜로(YOLO)’ 트렌드에 젊은층이 열광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땐 ‘욜로(YOLOㆍYou only live once)’에 미쳐 있었다. 투자에 눈이 밝았다면 어떻게든 돈을 모아 집을 사려고 했을 거다. 이미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버렸지만 지금이라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종잣돈을 모으고 있다.” 30대 직장인 김희연씨의 후회다. 지난 수년간 욜로족으로 살았다는 그의 최근 관심사는 ‘재테크’다. 

20대 직장인 오현아씨는 최근 담쌓았던 저축을 다시 시작했다. 사회초년생 시절 월급의 80%를 저축했던 오씨 역시 욜로를 추구해왔다. “일을 시작하고 2~3년간 버는 대로 돈을 모았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일만 하고 돈도 쓰지 못하고 살아야 하나 스트레스가 쌓이더라. 보상심리 때문이었는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돈을 썼다. 그러다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들뿐만이 아니다. 2016년 이후 한국을 뒤흔든 욜로 열풍이 수그러들고 있다. 그렇다면 욜로는 대체 어디에서 와서, 왜 사라지는 걸까. 먼저 욜로란 단어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건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힙합그룹 ‘매드타운’은 데뷔곡 ‘욜로’를 발표했다. 미국 힙합신에서 유행하던 단어 욜로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셈이었다. 

이듬해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욜로를 언급한 게 국내에서 이슈가 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안)’를 홍보하기 위한 유튜브 영상에서 “욜로 맨(Yolo, man)”이라고 발언했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는 의도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이목을 끌지 못했던 욜로에 ‘트렌드’란 이름표가 붙은 건 2016년 무렵이다. 가장 발 빠르게 반응한 건 신한카드였다. 

신한카드는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한 카드 브랜드 ‘욜로(YOLO)’를 론칭했다. 그해 11월엔 트렌드 분야 권위자인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자신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새해 트렌드로 ‘욜로 라이프(YOLO Life)’를 소개했다. 이후 미디어들은 본격적으로 욜로 관련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저축 불가, 순간을 산다” “한번뿐인 삶, 즐기자”…. 기업들의 마케팅도 욜로를 표방했다. 소비자는 욜로에 빠져들었고, 지금 나를 위한 소비라면 주저 없이 지갑을 열었다. 

실제로 취업포털 사람인이 2017년 ‘욜로 인식’에 관해 조사한 결과, 전체의 84.1%가 “욜로족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60.7%)” “자기 주도적으로 살 수 있어서(55.4%)” 등을 꼽았다. 

최근 MZ세대의 주요 관심사는 재테크다.  ‘주린이(주식+어린이)’ ‘코린이(코인+어린이)’가 신조어로 등장한 건 단적인 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MZ세대의 주요 관심사는 재테크다. ‘주린이(주식+어린이)’ ‘코린이(코인+어린이)’가 신조어로 등장한 건 단적인 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지금 욜로족을 둘러싼 인식은 다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가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에게 ‘욜로족의 삶을 지향하는지(이하 2021년 기준)’를 물어본 결과, 20대의 55.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2017년 같은 조사의 응답률이 75.6%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4%포인트가 줄어든 셈이다. 

‘욜로족의 삶을 지향하는 30대’ 역시 같은 기간 66.4%에서 59.6%로 6.8%포인트 떨어졌다. 욜로 트렌드가 ‘상업적으로 이용된다(63.0%)’ ‘과소비하도록 만든다(53.6%)’면서 비판적 관점을 내비친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시들해진 욜로 트렌드를 대체한 건 ‘투자 열풍’이다. ‘주린이(주식+어린이)’ ‘코린이(코인+어린이)’가 신조어로 등장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암호화폐 주요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의 신규 가입자(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ㆍ1분기 기준) 중 20대와 30대가 각각 34.0%, 32.0%였던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 이렇게 달라진 걸까. 전문가들은 욜로 열풍의 소멸은 예견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양세정 상명대(경제금융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트렌드는 일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에 ‘개념’을 입히고, ‘명명’하는 것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욜로가 대표적이다. 소비자는 욜로에 기반한 소비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트렌드’라는 이유로 당위성이 있다고 받아들이고 따라간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모두가 욜로의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결국 소비자가 트렌드에 이끌려가기보다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욜로 뒤를 잇는 투자 열풍은 건강한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우려도 적지 않다. 양세정 교수는 “부의 양극화가 심화한 가운데 젊은층이 투자에 몰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면서도 “투자는 자산을 불리는 방법 중 하나일 뿐 이에 앞서 합리적인 소비 방법, 저축 방법 등을 익히지 않는다면 투자 역시 ‘위험한 트렌드’에 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