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증시 하락세
싸늘하게 식은 투자 열기
대비해야 할 악재 숱해

지난해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19, 글로벌 공급망 대란 등으로 경기침체기가 지루하게 이어졌지만, 주가는 펄펄 끓었다. 시장에 넘쳐난 유동성 덕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상황을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돈줄 죄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도 국내 증시를 괴롭힐 악재로 꼽힌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5거래일과 3거래일. 지난 19일 기준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올해 상승세로 장을 마친 거래일 수다. 13거래일 중 주가가 상승한 날보다 하락한 날이 더 많았다. 2800포인트대로 떨어진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4.9% 떨어졌고, 코스닥지수도 1037.83포인트에서 933.9포인트로 10.0% 하락했다.

국내 증시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1월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0포인트대를 돌파하면서 거침없는 상승세를 기록한 것과는 정반대다. 이는 국내 증시의 거래 대금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1월 4일~18일) 45조6654억원이었던 국내 증시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올해(1월 3일~17일) 21조3319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1년 만에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절반 아래로 쪼그라든 셈이다.

동학농민운동으로 불리며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세는 지난해 14조5632억원에서 5조657억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증시를 이끈 개인투자자의 투자 열기가 크게 꺾였다는 거다.


문제는 앞으로의 방향성이다.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면서 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국내 증시를 흔들 나쁜 변수가 넘쳐나 낙관론을 펼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변수에서 상수 된 코로나19 =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여전히 증시를 괴롭히는 요인이다. 델타·오미크론 등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특히 무서운 전염성을 보이는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골칫거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하루 100만명대를 유지하던 전세계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발견된 이후 200만명대로 증가했다.

당연히 실물경제와 경제심리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실제로 지난해 6월 109.3(100 이상은 경기회복)이었던 경제심리지수는 12월 104.6으로 하락했다. 경제심리의 악화가 증시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무서운 물가 상승률 =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증시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3.7%(전월 대비)를 기록했다. 10월 3.2% 이후 3개월 연속 3%대 상승률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011년(4.0%) 이후 최고치인 2.5%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은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물가가 상승하면 반대로 자산가치는 하락해서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이 채권·금·적금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도 증시엔 부정적이다. 시장의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쏠리면 위험자산인 주식투자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14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기간 3%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연간으로도 2%대 중반 수준을 웃돌 전망”이라고 밝혔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고공행진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국내 증시엔 나쁜 소식이다.

■물가보다 무서운 통화정책 변화 =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큰 칼(금리 인상)’을 뽑아들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은은 지난 1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했다. 지난해 8월(0.5%)과 11월(0.75%)에 이은 세번째 금리인상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0.5%에서 1.25%로 0.75%포인트 상승했다. 기준금리가 6개월 만에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유동성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코로나19 이후 유동성의 힘으로 상승세를 기록해온 국내 증시엔 악재 중의 악재다. 국내 증시로 흘러들어가는 돈줄이 마를 수 있어서다.[※참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0.5%로 인하한 2020년 5월 3051조940억원이었던 광의통화(M2·계절조정 기준·평잔)는 지난해 11월 3589조1040억원으로 증가했다. 시장에서 말하는 유동성 파티가 시작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역시 국내 증시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 5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월 의사록이 공개된 이후 시장의 우려는 더 커졌다. 이 자리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인상과 함께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는 대차대조표 축소 가능성까지 언급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넘어 재정긴축 우려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유다. 당연히 국내 증시엔 부정적인 이슈로 작용한다. 외국인 투자금과 투자자가 국내 증시를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어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11월 2800포인트대까지 떨어진 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며 “변동성 장세가 계속되는 건 증시 조정 국면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성을 정리해야 ‘투자심리 악화’라는 악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좁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흐름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시장이 우려하는 건 긴축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인상 횟수가 늘어나고 긴축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불안함에 증시가 하락하고 있다. 이런 논란이 잦아드는 시점이 언제인지가 중요한데, 물가상승률이 고점을 형성하고 안정화할 것으로 보이는 올해 2분기까지는 증시가 출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 경기둔화 = 빠르게 둔화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성장률 역시 국내 증시의 고민거리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8.3%에서 2분기 7.9%, 3분기 4.9%, 4분기 4.0%로 가파르게 추락했다. 
이는 중국이 기침만 해도 감기에 걸리는 한국경제엔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대중對中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수출 감소세가 기업 실적 악화→주가 하락 등의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 교수는 “지난해 중국 등 주요국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며 “올해는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수출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가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인 중국의 경기둔화가 우려된다”며 “중국 변수가 올해 국내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종합하면, 국내 증시가 ‘코로나19·인플레이션·통화정책 정상화·중국 경기둔화’라는 4중고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변동성에 대비하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다.

정용택 센터장은 “변동성이 큰 박스권 흐름이 계속되는 장세에선 주도주가 형성되기 어렵다”며 “변동성을 좇기보단 한발 물러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변동성이 낮은 배당주 등에 투자하거나 성장주를 분할 매수하는 보수적인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며 “지금은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