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열풍 언제까지…
서학 vs 동학 투자 성적표
해외 주식투자 열풍 이유

# 331만981개. 올해 6월 기준 집계된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계좌 수다. 지난해 대비 74.6%, 2019년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었다. 미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의미하는 ‘서학개미’란 말이 유행한 이유다.

# 서학개미 열풍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와 달리 미 증시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서학개미의 투자 성적표가 동학개미보다 훨씬 뛰어났으니, 기세가 꺾일 가능성도 희박하다. 

# 문제는 이런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느냐다. 꺼질 것 같지 않았던 동학개미운동의 열기도 삽시간에 식어버렸듯, 증시는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과연 서학개미는 동학개미와 다른 길을 갈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서학개미 열풍의 이유와 성적표, 그리고 위험요인을 살펴봤다.

미국 증시 등 해외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가 증가하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증시 등 해외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가 증가하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서학개미. 미국 등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의미하는 말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외 주식투자는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국내 주식보다 정보를 접하는 게 어려운 데다 늦은 시간(밤 11시30분~아침 6시)에 장이 열려 투자가 쉽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서학개미의 행보는 열풍에 가깝다. 주요 대상은 미국 주식시장이다. 미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있는 국내 증시와 달리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미 증시의 코스피 시장 격인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는 지난 7월 1일 4319.94포인트에서 12월 21일 4649.23포인트로 오르며 7.6% 상승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 인플레이션 우려 등 악재 속에서도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한 셈이다.


가파르게 늘어난 미 주식 보유잔액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3282.06포인트에서 2975.03포인트로 뒷걸음질했다. 이후 3000포인트대의 박스권에 갇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서학개미가 열풍을 일으킨 이유인데, 국내 증시를 떠나 미국 증시로 향하는 투자자의 발걸음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유잔액(증권+채권)은 지난 11월 4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1004억3300만원)를 돌파했다. 2019년 보유잔액이 436억2200만 달러였다는 걸 감안하면 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미 주식 보유잔액만 떼놓고 보면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2019년 9조9951억원을 기록했던 국내 투자자의 미 주식 보유잔액은 지난 12월 20일 76조4229억원으로 증가했다. 2년 사이에 7.6배로 늘어난 셈인데, 이는 국내 증시의 투자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 63조5190억원과 비교해도 10조원 이상 많은 규모다. 국내 투자자의 관심이 국내가 아닌 미국 증시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가 미 증시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미 증시를 향한 믿음이 강하다. 코로나19로 침체를 겪은 글로벌 주요국 중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연율 기준)은 올 1분기 6.3%, 2분기 6.7%를 기록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강력한 경기부양책 덕분이었다. “전세계 경제가 망해도 미국은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엇갈린 투자 성적표


서학개미 열풍에 올라타려는 국내 증권사의 마케팅도 한몫했다. 국내 증권사는 미 증시에 베팅하는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거래수수료 할인, 해외 주식 1주 지급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증권사들이 벌어들이는 해외 주식 수수료는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증권사들은 올 상반기에만 해외 주식 수수료 수익으로 4566억원을 벌어들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 모시기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며 “미 증시는 가격 제한폭이 없다는 것도 매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증시의 부진이 길어지면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서학개미 열풍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학개미 열풍만큼 투자 성적표도 좋을까. 수익률은 어떤 종목에 투자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다만, 전체적인 흐름을 살필 수 있는 지표는 있다.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하는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1월 4일~12월 20일 기준) 서학개미의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은 테슬라, 애플, 알파벳(구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다(상장지수펀드 제외). 이중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테슬라다.

지난 10월 천슬라(주가 1000달러 기록)를 달성하는 등 큰 관심을 받은 탓이다. 최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 전체 수익률은 나쁘지 않다. 테슬라의 주가가 올해 초 729.77달러에서 지난 21일 938.53달러로 28.6% 상승해서다.

두번째로 많이 매수한 애플의 주가는 올해 33.6% 올랐다. 그다음 매수 종목인 알파벳은 66.2%의 수익을 올렸다. 서학개미가 네번째로 많이 매수한 종목은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업체 엔비디아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주가는 131.14달러에서 290.75달러로 두배 이상 치솟았다. 가상화폐 채굴 열풍과 메타버스(Metaverse·Meta+Universe) 시장이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의 수혜를 톡톡히 입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익률은 50.3%를 기록했다. 그 결과,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5개 종목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60.0%를 기록했다. 올해 초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6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국내 증시에 베팅한 동학개미의 투자 성적표는 어떨까.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우선주 제외)의 올해 성적표를 살펴보자. 순매수 1위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였다. 동학개미들은 올해 32조3435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주가의 흐름은 매수세와 달리 시원치 않았다. 삼성전자 주가는 1월 초 8만3000원을 기록하며 ‘9만전자’를 향해 달렸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1월 11일 연중 최고가인 9만1000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12월 21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7만8100원을 기록했다. 연초 대비 5.9% 떨어졌다. 나머지 순매수 상위 종목의 성적표도 시원치 않았다. 순매수 2위 종목인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28만7000원에서 24만1500원으로 15.8% 하락했고, 순매수 4위와 5위를 기록한 SK하이닉스와 현대차의 주가는 각각 1.1%, 1.2% 떨어졌다.

서학개미 열풍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주식 시장을 흔들 수 있는 변수가 숱해서다. [사진=뉴시스]
서학개미 열풍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주식 시장을 흔들 수 있는 변수가 숱해서다. [사진=뉴시스]

그나마 카카오의 주가가 44.0%(7만9484원→11만4500원) 상승한 덕분에 평균 수익률이 플러스(4.0%)를 기록했다.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동학개미는 1년 동안 40만원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올해 서학개미가 올린 수익(600만원)의 15분의 1에 불과한 금액이다. 같은 투자 열풍에도 서학개미와 동학개미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거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승승장구하고 있는 서학개미가 힘이 빠진 동학개미와 다른 길을 갈 수 있느냐다. 의견이 분분하다. 긍정론은 미 기업의 실적 성장 가능성, 여전히 낮은 금리 수준 등을 주가 상승의 요인으로 꼽았다. 신중론은 서학개미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에서 가장 잘나간다곤 하지만 둔화하고 있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아무래도 걱정이다.


실제로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2.1%(연율 기준) 성장하는 데 그쳤다. 6%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1·2분기와 비교하면 경기 회복세가 꺾였음을 알 수 있다.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미 투자회사 골드만삭스가 2022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2%에서 3.8%로 하향 조정하는 등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계획 발표 등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숱해서다. 특히 시장이 2022년 3월로 예상하고 있는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속도가 관건이다.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면 증시에 적잖은 충격을 줄 공산이 크다.

이 때문인지 미국 내 증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2년 S&P500지수의 추가 상승을 예상했지만, 모건스탠리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몇몇 증시 전문가가 “미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조언하면서 서학개미의 행보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기업의 실적 개선을 이유로 미 증시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약세장을 예상하는 견해가 함께 나오고 있다”며 “호재와 악재가 뒤섞여 있는 시장에선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미 증시가 올해와 같은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학개미 열풍 계속될까…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증시의 부진이 길어지면 서학개미 열풍은 더 거세질 수도 있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미 증시의 상승세가 계속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동학개미운동이 잠잠해진 것처럼 서학개미 열풍도 시장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식을 수 있다. 서학개미는 동학개미와 다른 길을 갈 수 있을까. 섣불리 답을 내기엔 변수가 많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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