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vs 2021년 경제지표 비교해보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보단 양호한 경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변수 숱해
낙관론 펼치기 어려운 한국경제 현주소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원자재 가격 폭등…. 한국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이렇다 보니 경제지표 하나에 시장이 의견이 비관과 낙관 사이를 오간다. 한편에선 지금의 상황이 2008년의 데자뷔라고 우려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 경제가 위태롭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선 긍정론을 펼치면서 2008년 데자뷔 주장은 근거 없는 공포론이라고 쏘아붙인다. 지금 한국경제는 어디에 서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2008년과 2021년의 주요 경제지표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경제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만큼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를 둘러싼 경제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만큼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뉴시스]  

“냉정한 분석과 해결책은 없고, 공포와 낙관론만 넘쳐난다.” 한 경제학과 교수가 진단한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다. 왜 이런 분석을 내놓았을까.  지난 2월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월 1~10일 무역수지(수출-수입)는 -35억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4억2600만 달러, 지난 1월 -48억34000만 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열흘 뒤 우려는 확신으로 변했다. 2월 1~20일 무역수지 적자가 16억7900만 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전 발표에 비해 적자 규모는 18억2900만 달러 감소했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도리어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대란, 전쟁으로 치달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연일 치솟는 국제유가와 물가상승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 등 세계 경제를 뒤흔들 악재가 넘쳐났다. 시장에선 국내 경제가 2008년 침체기를 다시 걸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10년 주기로 발생하는 경제위기 10년 주기설도 고개를 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2월에도 무역수지가 ‘마이너스’의 늪에 빠지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다는 이유에서였다.[※참고: 우리나라는 2008년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는 우리나라엔 치명적인 위험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규모가 72.9%에 달해서다. 내수시장이 작은 우리나라로선 수출이 흔들리면 벼랑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같은 우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안도로 바뀌었다. 2월 무역수지가 8억4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산업통상자원부 자료). 

구체적인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2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6% 증가한 539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월 수출이 500억 달러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미국(20.9%)을 비롯해 중국(16.0%), 유럽연합(8.6%), 일본(12.7%). 중남미(18.1%), 인도(4.9%), 중동(30.4%), CIS(45.6%), 아세안(38.4%) 등 9대 지역에서 수출이 늘어난 것도 긍정적이었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컴퓨터·디스플레이 등이 수출 증가세를 주도한 것도 눈길을 끌 만했다. 

그러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2월의 무역수지 흑자 전환은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라며 “우리나라와 경제가 유사한 국가들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대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제조업의 저력을 보여준 쾌거”라고 치켜세웠다. 

문재인 대통령도 SNS를 통해 ‘자찬 대열’에 합류했다. “2월 수출이 또다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매우 좋은 흐름이다. 올해 수출 실적은 당초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1월과 2월 수출 증가율이 17%대를 달성한 것으로 1분기 전망치와 올해 전체 전망치를 큰 폭으로 뛰어넘을 것이 예상된다.”

2008년 9월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당시 모습.[사진=연합뉴스] 
2008년 9월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당시 모습.[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정말 괜찮아진 걸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숱한 악재 탓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알 수 없다. 시장은 여전히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힘겨운 시절’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확인해야 할 건 이런 우려가 타당하느냐다. 주요 경제지표를 통해 2008년과 2021년을 비교해보자.[※참고: 더스쿠프는 2008년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한 6~9월을 포함한 8개월과 2021년 7월부터 2022년 2월까지 8개월을 비교했다. 경제지표는 무역수지, 외환보유액, 실업률, 소비자물가상승률, 코스피지수, 국제유가(서부텍사스유), 원·달러 환율, 국내총생산(GD P), GDP 성장률, 가계부채, 정부부채 등 11개 지표다.]

2008년 6월 -5억6900만 달러였던 무역수지는 8월 -38억9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적자폭이 커졌다. 그후 11월 -1200만 달러, 12월 5억4200만 달러를 올리면서 회복세로 돌아섰다. 2009년 1월 37억65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한번 휘청였지만 그 이후부턴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2008년 무역적자를 키운 요인은 무섭게 치솟은 국제유가였다. 2007년 5월 배럴당 63.49달러였던 국제유가는 1년 만인 2008년 5월 배럴당 127.35달러로 2배나 치솟았다. 국제유가는 그해 6월 140달러를 찍은 후에야 안정세로 돌아섰다. 

그나마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를 유지했던 게 ‘방어막’ 역할을 했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맞물렸다면 상황은 더 악화했을 공산이 커서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무역적자가 최대를 기록했던 2008년 8월 달러당 1089원을 유지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된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9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탔고, 그해 11월엔 달러당 1463원까지 치솟았다. 

2008년과 비교하면 2021년 경제지표는 양호한 편이다. 지난 1월 무역수지 적자가 48억3400만 달러까지 늘었지만 2월엔 적자 행진이 멈췄다. 국제유가 역시 지난해 7월 73.59달러에서 지난 2월 95.72달러로 30%가량 상승하긴 했지만 2008년처럼 급등세를 보이진 않았다. 무역수지 적자·국제유가 등을 단순 비교하면 2008년보다는 양호한 상태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섣불리 낙관론을 펼쳐선 곤란하다.

김소영 서울대(경제학) 교수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붕괴했던 2008년과 달리 이번 무역수지 적자는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 때문”이라며 “무역수지가 어떤 방향성을 보일지 섣불리 판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상황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릴 요인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1년 지표 중 2008년보다 악화한 것도 적지 않다. 2008년 3%대 초반을 유지했던 실업률은 지난 2월 4.1%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계절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선을 그었지만 2008년 7.1%였던 청년실업률이 최근 10%대를 웃돌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가파른 물가상승률 역시 우려 요인이다. 2008년엔 하락세를 보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1년엔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경제지표 중 가장 걱정스러운 건 가계부채와 정부부채다. 2008년 1154조여원이던 국내총생산(명목 GDP)이 2020년 1933조여원으로 67.4% 증가할 때 가계부채는 138.5%(723조5000억원→1726조1000억원) 늘어났다. 정부부채는 더 심각하다. 2008년 299조2000억원에서 2020년 846조6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사진=뉴시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사진=뉴시스] 

물론 적정한 부채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시기엔 그렇지 않다. 빚이 늘면 소비와 지출이 억제되고, 이는 경기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국제유가의 추이도 심상치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수입물가가 상승해 무역수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2월엔 흑자를 달성하긴 했지만 무역수지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2008년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으로 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주장을 내비쳤다. “가계부채와 정부부채 등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 체질이 악화한 건 사실이다. 2008년에 빗대 국내 경제를 우려하는 것도 이런 요인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2022년 지금, 한국경제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 답은 3월 발표되는 무역수지 등 경제지표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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