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집을 갖추다」
리빙 인문학, 나만의 작은 문명

자신만의 취향대로 집을 꾸미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신만의 취향대로 집을 꾸미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집 꾸미기’는 최근 가장 핫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중 하나다.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이들이 힐링ㆍ여가 등의 시간을 집에서 누리기 시작했고, 이런 변화는 내가 사는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TV에 나오는 집의 인테리어를 따라 하거나, 트렌디한 홈스타일링을 시도하거나, 자기만의 큐레이션이 들어간 개성 있는 공간을 만들어 자신의 취향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구, 집을 갖추다」는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해온 가구의 역사와 건축,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구매한 가구와 그 가구로 꾸린 우리만의 공간에 사회ㆍ정치ㆍ경제ㆍ문화적 배경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흥미롭게 접근한다. 

저자는 트렌디하고 실용적인 가구로 알려진 매스티지데코의 대표이사이다. 매스티지데코의 가구들이 탄생한 데에는 가구를 향한 저자의 인문학적 시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저자는 “가구가 놓일 공간, 가구를 이용할 사람, 가구를 만드는 시기의 사회·문화적 맥락 등을 이해하고 그것을 제작 과정에서 폭넓게 고려한다”고 말한다. 

가구를 인간의 편안한 삶을 위한 수단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한 맥락을 품고 우리 곁에 자리 잡은 동반자로 여긴다는 것이다. 저자는 “가구를 이해한다는 말은 곧 인간과 사회를 이해한다는 말과 같다”며 이 책이 바로 이런 관점에서 쓰였다고 강조한다.

‘이케아는 가구 브랜드가 아니다’ ‘조선왕과 대한제국 황제의 가구는 뭐가 다를까?’ ‘로미오와 줄리엣은 테라스에서 만난 것이 아니다’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지며 리빙 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한다. 

앤티크ㆍ빈티지ㆍ레트로ㆍ클래식, 테라스ㆍ발코니ㆍ베란다의 차이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나무로 만든 좋은 가구를 하나 들이려는데 꼭 원목을 고집해야 하는지,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 스타일은 무엇인지 등 셀프 인테리어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도 함께 수록했다. 

리빙, 사물, 공간이라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1장 ‘리빙’은 우리 일상과 함께했거나 갑자기 등장한 리빙 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유행 중인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은 무얼 말하는지, 메타버스 세상에서 가구를 사고파는 세상이 올 것인지, 온돌 문화가 생겨난 원인이 무엇인지 등을 알아본다. 

2장 ‘사물’에서는 화장대, 침대, 소파, 의자, 식탁 등 다양한 가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룬다. 과거에는 침대가 거실의 소파처럼 접견용 가구로 쓰였던 일, 의자로 권력을 표현했던 일 등을 소개한다. 

3장 ‘공간’에서는 리빙 문화가 반영된 공간을 살핀다. 버지니아 울프, 제인 버킨의 방을 소개하고 어느 집에나 존재했던 안방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본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을 썼던 오두막집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등도 보여준다. 

이어지는 부록 ‘가구 연대기’에서는 그리스 로마 문명 기반의 헬레니즘과 기독교 문명 중심의 헤브라이즘을 중심으로 한 가구의 변천사를 설명한다. 장마다 실린 저자의 일러스트도 하나의 볼거리다. 또한 PS(Post Script)란 코너를 두어 본문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한 설명과 정보도 함께 수록했다. 

세 가지 스토리 

「용서하지 않을 권리」
김태경 지음|웨일북 펴냄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수많은 범죄 사건을 접한다. 살인사건의 진범이 누구인지, 그 사건의 가해자가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범죄 피해자에게  관심을 갖거나 그를 이해하는 수준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 책은 잔혹한 범죄 사건의 그늘에 가려진 사람들을 조명한다. 임상수사심리학자인 저자는 잔혹한 범죄에 쏠린 사회의 시선을 ‘사람’으로 옮기기 위한 시도를 담았다.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 2022-2027」
전영수 교수|블랙피쉬


한국은 현재  ‘중년사회’에 놓여있다. 하지만 1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이 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노화사회’에 진입한다. 2025년이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맏형’ 격인 1955년생이 만 70세가 되고, 이때부터 20년간 생산가능인구의 절반가량이 ‘부양 인구’에서 ‘피부양 인구’로 전환한다. 이 책은 인구 쇼크를 앞두고 경제부터 일자리, 도시 정책, 주거, 생활 교육, 복지까지 위기를 기회로 바꿀 방안을 모색한다.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
구로카와 유지 지음|글항아리 펴냄


러시아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국가 ‘우크라이나’. 이 책은 루스 카간국으로부터 키예프 대공국으로 이어진 우크라이나의 긴 역사와 함께 근대 들어 러시아와 유럽의 틈바구니에서 강국의 침략을 받아온 대고난의 역사를 서술한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대국이 될 수 있는 잠재력과 지정학적 중요성을 읽어낸다. 지금 국제사회의 집중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과거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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