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전세계 식량난 우려
석유 소비 감축 촉구한 IEA
러시아 제재에 물류망 빨간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 기아 인구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사진=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 기아 인구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사진=뉴시스] 

[유엔의 식량난 경고]
재앙에 재앙 더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가 식량 부족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20일(현지시간) 경제학자와 구호단체들의 전망을 인용해 전세계 기아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기아 인구 증가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기름을 부었다는 거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 기아 인구가 18% 증가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전세계 760만~1310만명이 추가로 굶주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가 재앙에 재앙을 더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상황은 심상치 않다.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여파로 주요 곡물의 파종과 수확 시기를 놓칠 공산이 크다. 유럽의 비료 공장은 원유?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으로 생산량을 크게 줄이고 있다. 세계 최대 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이 지난해 심각한 홍수를 겪었다는 것도 식량 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세계 식량 가격은 이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의 2월 식료품 가격은 40년 만에 최대치인 8.6% 상승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밀과 보리, 비료 가격이 각각 21.0%, 33.0%, 40.0% 올랐다고 분석했다. 

식량난이 가중될 수 있는 지역으로는 중동과 아프리카가 꼽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4일 “45개 아프리카 국가와 최빈국이 수입 곡물의 3분의 1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다”며 “특히 이집트·콩고·레바논·리비아·소말리아·수단·예멘 등이 두 나라의 식량 의존도가 높다”고 우려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춤추는 국제유가 안갯속]
우크라 침공에 중동 리스크까지

예멘 후티 반군이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에너지 시설들을 드론과 미사일을 이용해 공격했다. 사우디 국영 언론인 SPA통신에 따르면 홍해의 연안도시인 제다와 사우디 서남부의 도시 지잔에 위치한 정유시설 등이 공격을 받아 일부에선 석유 생산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후티 반군은 알-마시라 TV를 통해 “우리가 제다의 아람코 정유시설과 자잔시내에 있는 중요한 시설에 탄도미사일 사격을 가했다”면서 “앞으로 며칠 이내에 수차례 더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에 터진 예멘의 내전은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졌다. 2016년부터 유엔이 평화회담 중재를 시작했지만,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후틴 반군의 공격이 감행됐다. 후티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단체인데, 이번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사우디의 석유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는 거다.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회장은 이번 공격이 석유 공급에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사우디 에너지부는 “이번 공격으로 일시적 감산이 초래됐다”며 생산 차질을 인정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동 리스크가 추가되면서 국제유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생존방법 찾아 나선 美 업체들]
러시아 생산 아예 ‘중단’ 


그동안 러시아 공급망에 의지해왔던 미국 업체들이 생존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제재가 이어지자 공급자와 물류를 재배치하거나 생산을 아예 중단하고 있다.

선박회사들이 러시아 항구로 들어가지 못하면서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뉴시스]
선박회사들이 러시아 항구로 들어가지 못하면서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IMZ-우랄 그룹’은 최근 시베리아 공장의 조업을 중단하고 미국인 노동자들을 귀국시켰다. 이 회사는 부품 대부분을 다른 국가에서 수입해 시베리아 공장에서 조립한 뒤 해외 바이어들에게 판매해왔다. 

러시아에서 자작나무 합판을 수입해 뉴저지의 공장에서 가공하는 ‘노스아메리칸 플라이 우드’는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박회사들이 러시아 항구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러시아산 합판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거다. 도널드 쿠저 노스아메리칸 플라이 우드 총책임자는 “러시아 측 공급업체들이 선박을 빌리거나 트럭을 이용해 합판을 유럽 항구로 운송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의 24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2021년 기준)다. 미국은 지난해 석유 를 비롯한 에너지 제품뿐만 아니라 비료·니켈·철강 등 산업재들을 포함해 297억 달러(약 36조원) 규모의 상품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다. 수출 규모는 64억 달러(약 7조8000억원)에 이른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IEA의 권고 ]

석유 수요 줄이는 10가지 방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회원국에 석유 사용을 줄이는 조치를 즉각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IEA는 “OPEC+에서 유가 급등에도 원유를 소폭 증산하겠다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놨다”면서 “공급 부족을 완화할 수 없는 대신 전세계 석유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선진국이 수요를 줄여야 한다”고 발표했다.

[※참고: OPEC+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의 비非OPEC 산유국이 함께하는 협의체다.]


이를 위해 IEA는 석유 수요가 최대치로 치솟는 7~8월에 맞춰 각국이 수요 줄이기에 나설 수 있도록 10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고속도로 운행 시 속도를 시속 10㎞ 이상 늦추기 ▲가능한 경우 1주일에 3일 재택근무 ▲도시에 차 없는 일요일 도입 ▲대도시 도로에서 자가용 운행 감축 ▲효율적인 화물 및 배달 운전 촉진 ▲비행기 대신 고속 및 야간열차 이용 등이다.  

IEA는 “각국 정부와 시민들이 10가지 실용적인 조치를 완전히 시행한다면 4개월 이내에 중국의 모든 자동차들이 소비하는 것과 같은 양의 석유 수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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