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미군 기지 반환돼도 개장 못해 
토양 정화 작업 꼼꼼하게 진행해야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 4년째 토지 정화 중 
尹이 말한 공원 앞 집무실 임기 내 가능할까 

#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이 근무할 ‘집무실’을 옮긴다고 하자 세상이 난리다. 이전비용, 개발이슈, 추가규제 등 온갖 논란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비용을 사실상 허락하지 않은 청와대와 당선인 측이 갈등을 빚으면서 ‘집무실 이슈’는 블랙홀처럼 모든 걸 빨아들이고 있다. 

[※참고: 이 문제는 지난 3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면서 일단락됐지만,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이 문제는 후술한다.] 

# 신구 권력 간 아귀다툼이든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셈법이든 그건 민생과 별 상관이 없다. 사실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건 집무실 이전비가 얼마나 드는지,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개발이슈는 어떻게 전개될지다. 윤석열 당선인이 자신만만하게 밝힌 ‘대통령 집무실 앞 용산공원’이 정말 현실화할지도 따져봐야 한다.

# 그래서 더스쿠프(The SCOOP)는 대통령 집무실이 온다는 ‘용산’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곳에서 우린 어떤 현실을 맞닥뜨렸을까.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를 완전 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를 완전 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청와대 이전 이슈. 그건 블랙홀이었다. 이 이슈는 소상공인 피해보상, 코로나19 환자 폭증 같은 민생뉴스를 순식간에 빨아들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내부에서도 ‘청와대 이전 이슈가 다른 중요한 문제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검은 구멍’은 갈수록 커졌고, 청와대 이전 문제는 고집, 불통, 무속 등 논란으로 이어졌다. 

개중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가장 먼저 안보 이슈가 화두로 떠올랐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3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서 “(한미연합훈련이 있는) 4월엔 시기적으로 (국방부를) 이전하는 게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용산에서 ‘부동산 개발’을 꾀하거나 꿈꾸던 사람들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해올 경우 ‘고도제한’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규제가 늘어날 것이란 걱정에서였다.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할 때 투입되는 비용 논란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인수위는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비용을 496억원으로 추정해 발표했지만, 예상비용을 지나치게 축소했다는 비판을 더 크게 받았다.

[※참고: 인수위는 496억원의 예산을 발표한 다음날 국방부 연쇄 이전에 따른 비용 1200억원대을 추가로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인수위가 밝힌 대통령 집무실 이전비용은 1696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언제 어디서 추가 비용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윤’ 신구 권력까지 충돌했다. 청와대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쓰겠다’는 이유로 인수위에서 요청한 예비비를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으면서, 윤 당선인의 ‘용산행’엔 제동이 걸렸다. 윤 당선인 측은 “예비비를 쓸 수 있을 때까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인수위가 있는 통의동 금융감독원 건물에서 집무를 보겠다”면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참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자리에서 “집무실 이전 지역을 판단하는 건 차기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예산 지원을 약속한 셈이지만, 이게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의 명분이 될 순 없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국가의 문제이기 때문에 신구 권력자가 거래할 만한 정치행위가 아니다.]

여론이 어찌 됐든 현실적 제약이 어떻든 윤 당선인은 ‘용산행’을 결정했고, 임기 첫날부터 이전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그럼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 걸까. 우리는 그 주변을 직접 걸어보기로 했다. 

■한강로 특별계획구역(지도❶) = 국방부는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과 녹사평역을 잇는 이태원로에 붙어 있다. 삼각지고가도로를 넘어 삼각지역을 지나 이태원로를 따라 가다보면 왼쪽으론 전쟁기념관, 오른쪽으론 국방부 시설들이 보인다.

민간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출입구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물은 합동참모본부(합참), 국방부, 업무지원시설, 국방부 컨벤션 센터 등이다. 

가장 외곽에 있는 합동참모본부 건물을 중심으로 반경 500m에는 ‘한강로 특별계획구역’이 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국방부 부지와 마주하고 있는 도시정비사업 구역이다. 1~2층으로 이뤄진 낮은 주택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골목에는 “삼각지 일대 개발에 제한이 없음을 발표하라”고 촉구하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현수막에서 보듯, 이 지역 주민에게 가장 민감한 문제는 ‘고도 제한’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면 고도제한은 어떻게 설정될까. 

아직까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국방부에서 600m가량 떨어져 있는 삼각지고가도로 인근엔 이미 36~37층(높이 120m)에 달하는 고층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이 들어서 있다. 이 때문에 한강로 특별계획구역에서도 최고 높이 120m까지 건축이 가능하다.

군사시설 옆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설정된 높이여서 기준이 달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인수위 측도 “추가 규제는 없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다만, 불투명한 건 하나 있다. 3월 22일 국회에서 진행된 국방부 현안질의에서 서욱 장관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집무실과 관저 인근에 병력 재배치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높이 기준이 바뀌지 않아도 인근 건물에 병력 배치 등은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조치가 이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지도❷) = 현수막이 붙어 있는 한강로 특별계획구역 골목에서 언덕을 오르면 국방부 부지로 들어가는 문이 나온다.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는 ‘닫힌 문’이다.

이에 따라 육군회관을 옆에 끼고 내려오면 한강대로에 자리 잡고 있는 낡은 공동주택이 보인다. 삼각맨션이다. 대로변에 위치한 데다 지하철역이 가깝다는 이유로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은 ‘도시정비사업만 이뤄지면 개발가치가 크게 오를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엔 이 구역의 온도가 약간 떨어졌다. 국토부 부지 반경 500m 안에 있어 집무실이 이전하면 별도의 규제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였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반경 약 8㎞ 구역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이 용산에도 적용된다면 고층 빌딩을 세우는 데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걱정이었다.

인수위는 기술 발달로 비행금지구역을 반경 약 4㎞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막힌 길들(지도❸) =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을 지나 윤 당선인의 ‘출근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 시민들의 출ㆍ퇴근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태원로 대신 다른 길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방부 부지에 차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는 도로는 북쪽 이태원로, 남쪽 서빙고로 두 개다. 윤 당선인의 말대로라면 이태원로 대신 서빙고로를 사용할 듯하다. 그래서 우린 삼각맨션에서 서빙고로까지 내려가 보기로 했다. 

‘서빙고로’까지 가는 길은 국방부와 미군 기지를 따라 높은 담과 철책망이 함께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ㆍ신용산역 뒤로 만들어진 새로운 카페ㆍ식당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국방부ㆍ미군 기지 근처로 몇발짝만 방향을 틀면 한산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경계의 끝에 닿을 때마다 발걸음을 돌려 다른 방향으로 가야 했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동안 국방부ㆍ미군 기지의 출입구로 향하는 골목길은 2개였다. 마지막 골목길엔 새로 만들어진 고층 주거단지, 카페, 식당이 줄지어 들어섰는데, 그 길이 미군 기지 앞까지 이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들어갈 순 없었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옮겨 온 후 공원이 만들어지면 이 골목길은 건너편으로 관통하는 새로운 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경계를 따라 더 남쪽으로 걸었다. 어린이 공원을 지나치자 고층 주거단지 뒤편으로 작은 공원의 입구가 보였다. 포털의 ‘도보 길찾기’를 통해서도 나오지 않는 ‘서빙고 공원’의 시작점이다. 한쪽은 미군 기지 경계, 다른 한쪽은 고층 주거단지가 있어 그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낀 서빙고 공원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면 차도가 나온다. 서빙고로다. 

■용산 공원(지도❹)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강대로로 이어지는 서빙고로는 동서로 길게 뻗어 있다. 보행자가 걸을 수 있는 길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미군 기지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차가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넓게 열려 있지만 허가 없이는 한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다. 끝도 잘 보이지 않는 이 도로는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면 윤 당선인이 출근하는 길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길을 따라 계속 동쪽으로 걸었다. 미군 기지가 끝나는 경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는 입구가 있었다. 

민간인들이 국방부 건물을 최대한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지금으로선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윤 당선인의 계획대로라면 국립중앙박물관~용산가족공원~반환되는 미군 기지로 이어지는 240만9000㎡(약 73만평) 크기의 공원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미군 기지가 오는 6월까지 반환되더라도 곧바로 개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군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만큼 ‘토양 정화’ 작업을 꼼꼼히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토양 오염과 지하수 오염을 해결해야 용도에 맞게 토지 개발을 할 수 있다.
 

그럼 토양 정화 작업은 얼마나 걸릴까. 용산역 인근 철도정비창 부지를 통해 그 기간을 가늠해볼 수 있다. 철도정비창 부지는 2019년 토양 정화를 시작해 현재까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햇수로 4년째다. 

이런 맥락에서 윤 당선인이 밝힌 ‘국민과 함께하는 대통령 집무실’ 플랜은 쉽게 현실화하지 못할 수 있다. 되레 토양을 뒤엎는 공사 현장 복판에서 윤 당선인이 임기 내내 일하게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윤 당선인의 ‘불도저식 리더십’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시민들이 거닐고, 그 옆 용산공원에서 반려동물과 산책을 할 수 있는 시절이 그렇게 빨리 올지는 잘 모르겠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