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매각 나선 쌍용차의 난제
너도나도 출사표 던졌지만…
재매각 후 회생 가능성 살펴야

에디슨모터스의 잔금 미납으로 불발된 쌍용차 인수전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이 너나없이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면서 출사표를 던져서다. 매각이 급한 쌍용차에는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이 기업들이 무얼 노리고 쌍용차 인수전에 줄줄이 뛰어들고 있느냐다. 자금력뿐만 아니라 (쌍용차와의) 시너지에서도 물음표가 따라붙는 곳들이 수두룩해서다. 기업들이 염불(쌍용차 정상화)보단 잿밥(평택공장 부지)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재매각 절차에 돌입한 쌍용차에 다수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미래를 속단하기엔 이르다.[사진=뉴시스] 
재매각 절차에 돌입한 쌍용차에 다수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미래를 속단하기엔 이르다.[사진=뉴시스] 

160여일. 새 주인의 품에 안길 것으로 보였던 쌍용차가 다시 공중에 붕 뜨는 데 걸린 시간이다. 새우가 고래를 먹었다는 평가를 받은 에디슨모터스와의 인수 계약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쌍용차 채권단이 지난 3월 28일 인수대금 2743억원을 마련하지 못한 에디슨모터스에 계약 해제를 통보해서다. 

5월 1일까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쌍용차의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한달 사이에 매각 방법을 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인수 대상까지 물색해야 해서다. 쌍용차는 10월 15일까지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지 않으면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쌍용차는 재매각을 위해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을 선택했다. 스토킹호스는 매각 가능성을 높이면서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매각 방법으로 여겨진다.[※참고: 스토킹호스는 수의계약으로 인수자를 결정해 놓고, 공개입찰을 통해 최종 인수자를 결정하는 인수·합병(M&A) 방식이다. 공개입찰에 참여한 인수 희망자가 수의계약을 맺은 인수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공개입찰에 참여한 인수희망자에게, 반대의 경우엔 수의계약을 맺은 인수자에게 기업을 매각한다.]

■관전포인트❶ 재매각 가능성 = 쌍용차는 재매각 가능성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미흡하지만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설득력이 없진 않다. 적자 규모가 감소했다는 측면에선 상황이 좋아진 게 사실이어서다. 쌍용차는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 261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4493억원) 대비 1881억원 개선된 수치다. 올 1분기 자동차 판매량도 전년 동기(7152대) 대비 20.2% 증가한 8596대를 기록했다. 

쌍용차가 재매각을 자신하는 배경은 또 있다.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쌍방울그룹, KG그룹 두곳이다. 여기에 계약해제 통보를 받은 에디슨모터스도 인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만큼 쌍용차를 향한 시장의 관심이 높다는 거다.

쌍용차 관계자는 “다수의 인수의향자와 접촉 중”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매각방식을 결정해 재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참고: 에디슨모터스는 지난 3월 28일 법원에 쌍용차의 인수·합병(M&A) 투자계약을 해지하는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관전포인트❷ 녹록지 않은 환경 = 그렇다고 낙관론을 펼칠 수만은 없다. 쌍용차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실적 개선세는 기저효과의 영향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판매량 증가세도 따져봐야 한다. 부품 공급 차질로 지연됐던 생산이 잠시 회복되면서 나타난 효과일 수도 있다. 

실제로 쌍용차의 내부 상황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나아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핵심 부품의 공급난이 여전하다. 최근 중국 정부가 도시 봉쇄 조치를 내리면서 의존도가 높은 중국산 부품의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탓이다. 그 결과, 쌍용차가 야심차게 출시한 첫 전기차 모델인 ‘코란도 이모션’의 3월 생산량은 78대에 그쳤다. 이는 사전예약을 확보한 물량 3500대의 2.2%에 불과한 수치다.

쌍용차 관계자는 “반도체 등 주요 부품 수급난으로 사실상 공장을 절반만 운영 중”이라며 “전기차 배터리 역시 공급 제약이 커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탓에 모든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며 “차를 생산할 수 없으니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올 하반기 출시할 것으로 보이는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J100’의 생산과 내년 하반기를 출시를 목표로 삼은 전기차 SUV ‘U100’의 개발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쌍용차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어떤 방식으로든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얘기다. 

■관전포인트❸  들끓는 인수전과 완주자 = 문제는 시장에서 거론되는 인수의향자 중 인수전을 완주할 기업이 얼마나 되느냐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기업은 10곳이 넘었다”며 “하지만 실제로 인수의향서를 낸 기업은 3곳에 불과했고 그나마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에디슨모터스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쌍용차를 향한 관심이 본입찰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수를 포기한 기업도 있다. 소방차 제조업체 이엔플러스다. 이 회사는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 참여 여부를 검토했지만 회사가 진행하는 신규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컨소시엄 참여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엔플러스의 인수전 완주 가능성이 낮다는 시장의 예상이 틀리지 않은 셈이다. 이엔플러스의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47억9000만원에 불과해 시장의 기대치가 낮았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이 쌍용차를 품에 안으려는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거다. 가장 먼저 쌍용차 인수의사를 피력한 쌍방울그룹이 대표적이다. 쌍방울그룹은 크레인트럭·소방차·불도저 등 특장차를 만드는 계열사 광림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표명했다.

시장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쌍용차 회생에 1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데, 쌍방울그룹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7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쌍용차를 인수한 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에 물음표가 따라붙는 이유다. 

계열사인 광림과의 시너지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될 만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광림의 특수차 수주량은 1937대(1266억원)에 그쳤다. 이 정도로 쌍용차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지난해 쌍용차의 연간 판매실적은 8만4496대였다. 

지난 3월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사실상 무산됐다.[사진=뉴시스]  
지난 3월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사실상 무산됐다.[사진=뉴시스]  

자금력 면에서 가장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곳은 KG그룹이다. 철강·화학소재·결제플랫폼·외식·교육 등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인수 의지도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 교수는 “KG그룹의 전략은 자신들의 본업인 철강·소재 사업과 자동차 사업의 시너지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금 조달 면에서도 문제가 없을 거란 전망에 쌍용차도 다른 인수의향자보단 KG그룹을 선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쌍용차 회생에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해서다. 업계에선 인수자금과 별개로 쌍용차를 운용하는 데 1조5000억~3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수 가능성도 문제지만 인수 후 투입해야 할 자금도 만만치 않은 셈이다. 

■관전포인트❹ 인수의향기업의 속셈 =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이 쌍용차의 정상화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실제로 쌍용차 인수전 참전 소식에 각 기업의 주가는 출렁이고 있다.

쌍방울의 주가는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엔플러스의 주가도 쌍용차 인수 가능성을 언급했던 지난 4일 29.8%(상한가) 상승했다. KG그룹의 주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난 4일 쌍방울그룹이 계열사 미래산업이 보유하던 아이오케이(쌍방울의 다른 계열사)의 지분(647만6842주)을 모두 처분하면서 ‘먹튀 논란’이 일었다. 인수 선언→주가 급등→대주주 차익 실현→주가 급락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이 쌍용차의 회생보다는 평택공장 부지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이 쌍용차의 회생보다는 평택공장 부지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를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쌍용차는 평택 시내에 인접해 있는 85만㎡(약 25만7000평)의 공장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 이 땅의 가치는 9000억원 규모다. 주거용으로 용도가 변경될 경우, 가치가 1조5000억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000억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해 쌍용차를 인수한 후 평택공장 부지만 팔아도 3~5배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거다.[※참고: 쌍용차와 평택시는 지난해 7월 쌍용차 평택공장 이전과 신공장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시장이 평택공장 부지 개발 가능성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던 A기업이 갑작스럽게 인수 포기를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항구 호서대(기계자동차공학) 교수는 “쌍용차 인수전에서 평택공장 부지를 떼놓을 순 없을 것”이라며 “지난해에도 많은 기업이 평택공장 부지를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후 인수 포기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쌍용차를 회생하는 것보다 쌍용차의 자산가치를 보고 베팅하는 기업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건데, 이는 쌍용차에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면 쌍용차는 또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어서다.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후 약속한 투자는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기술만 빼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상하이차의 ‘먹튀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이 쌍용차를 인수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적자금을 투입해 쌍용차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쌍용차가 무너지면 4500명의 쌍용차 임직원을 비롯해 1·2차 협력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15만명이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이항구 교수는 “재무적 관점에서만 쌍용차의 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져선 안 된다”며 말을 이었다. “쌍용차가 사라지면 사실상 국내 자동차 시장은 완전독점 상태가 된다. 지금도 현대차와 기아의 시장점유율은 90%(올 1분기 기준 87.7%)에 육박한다. 대기업의 시장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쌍용차는 필요하다.” 

또다시 매물로 나온 쌍용차는 회생과 청산 중 어떤 길을 걸을까. 이 답은 쌍용차를 인수하려는 기업의 속내에 달렸을지 모른다. 어쩌면 이게 경쟁력을 쌓지 못한 쌍용차의 한계이기도 하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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