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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배달비 공시제와 쇼잉 논란

외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정부가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을 공시하고 나섰다.[사진=뉴시스]
외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정부가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을 공시하고 나섰다.[사진=뉴시스]

“주요 외식품목 가격 및 배달비 대외 공개를 추진해 가공식품·외식물가 안정을 꾀하겠다.”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외식 프랜차이즈 12개 품목과 배달비를 조사해 공표하고 있다. 가격이나 배달비의 불법 인상 또는 과도한 인상을 막기 위해 정부의 시장 감시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외식가격은 매주 수요일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와 외식산업정보(The외식)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배달비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매달 공시한다(표❶). 하지만 정부의 이런 시도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조사 범위가 한정돼 있는 데다 정부의 대응책 이후에도 가격이 오를 건 예외 없이 오르고 있어서다. 

이 때문인지 가격을 공시한다고 물가가 잡힐 것이라는 발상부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데이터를 집계하는 건 좋지만 방법이 시대착오적이다. 더구나 외식품목의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이 수없이 많은데, 이걸 만든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럼 외식가격부터 보자. 정부는 죽·김밥·햄버거·치킨 4대 관리품목과 떡볶이·피자·커피·자장면 등 민생밀접품목 8개를 포함 총 12개 품목의 62개 브랜드(공정위 등록기준 매장 수 10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격을 조사해 발표한다(표❷). 그렇다면 정부가 가격을 공표하기 전인 1월과 공표 후인 3월 5주의 가격을 비교해보자. 

본죽의 쇠고기버섯죽은 그 기간 9000원에서 9500원으로 5.6% 올랐다. 2월 16일 일부 메뉴 가격을 500원 인상한 결과다. 맥도날드 빅맥도 5300원에서 5400원으로 인상됐다. 네네치킨도 지난 3월 21일 가격 인상을 단행해 프라이드치킨 가격이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올랐다(표❸).

배달비는 어떨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 3월 19일과 26일 양일간 중식과 피자를 중심으로 배달비를 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표❹).[※참고: 배달비는 서울 전 지역 25개 구 각 2개 동의 특정 주소지를 선정해 소비자가 많이 이용하는 주말 점심시간에 최소 주문액으로 주문했을 때 지불하는 배달비로 조사한다.] 

물가감시센터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민원(배민1), 쿠팡이츠의 배달비를 조사한 결과, 배달앱과 배달서비스에 따라 배달비가 다르게 책정된 사례가 78.1%나 됐다”면서 “소비자는 최소 2개 이상의 배달앱이나 배달서비스 특징을 비교해현명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고, 배달앱 업체도 배달비 변동에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무슨 의미가 있느냔 반응이 많다. 게다가 배달앱만 열면 메뉴 가격과 배달비를 쉽게 알 수 있는데 누가 굳이 해당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일일이 가격 현황을 확인하느냐는 거다.

성태윤 서울대(경제학) 교수는 “물가안정을 위해 가격을 공시하는 형태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 “최근의 물가상승은 유동성과 해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고 말했다.


외식·배달비 공시제란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쓸데없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지적을 정부는 피할 수 있을까. 답은 ‘글쎄올시다’로 수렴하고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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