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욕설과 인격권
모두가 언어습관 돌아볼 때

‘욕’은 친근함의 표시일까. 그렇다면 그건 누구의 관점일까. 욕을 내뱉는 사람은 ‘친근함의 표시’라고 주장하지만, 욕을 받은 사람이 불쾌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신체폭력보다 언어폭력의 비중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언어폭력, 이젠 막아야 할 때다. 

청소년들은 만만해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방어기제로 욕을 하곤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들은 만만해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방어기제로 욕을 하곤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청소년들의 입은 유독 거칠다. 친구들에게 강해 보이고 싶어서, 만만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 사용하는 ‘방어기제’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언어폭력은 꽤 심각한 문제다. 학교폭력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언어폭력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중 언어폭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41.7%에 달했다. 집단따돌림(14.5%)이나 신체폭력(12.4%), 사이버폭력(9.8%)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이다. 학생들의 폭력 방식이 눈에 뻔히 보여 쉽게 드러나는 신체폭력에서 증거를 잡기 어려운 교묘한 언어폭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예를 들어보자. 친구로부터 언어폭력 신고를 당한 가해학생들은 “나는 장난이었는데 어떻게 네가 나를 신고해” “친구끼리 그 정도 장난도 못 치는 거냐”라며 되레 억울함과 배신감을 표현한다. 그만큼 언어폭력은 교묘하게 피해자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사용될 여지가 많다. 

문제는 갈수록 심화하는 언어폭력 문제를 우리가 지나치게 간단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폭력 여부를 판단하고 징계를 결정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일부 의원조차 욕설 등 언어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언어폭력을 당한 학생들은 “가해학생의 욕설로 몹시 힘들었다”고 호소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어른 대부분은 “애들은 으레 입이 거칠고 욕을 달고 사니까”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욕 수준이다”며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물론 학생들 사이에서 욕이 꼭 언어폭력인 건 아니다. 학생들은 일종의 친근함의 표시로 욕을 내뱉기도 한다. 또래들 사이에서 ‘세 보이고 싶어서’ ‘쿨해 보이기 위해서’ 거친 욕을 사용하기도 한다. 언급했듯 거친 욕을 자신을 방어하는 기제로 활용한다는 거다. 

그렇다고 ‘그 나이 땐 다 욕하고 그러는 거야’라고 치부해선 안 된다. 언어폭력이 한 사람의 인격을 말살할 만큼 심각한 문제로 비화할 수 있어서다. 다행히 최근 언어폭력을 없애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일례로 법무부는 지난 4월 5일 “민법에 ‘인격권’을 명문화하겠다(민법 제3조의2 신설)”고 입법 예고했다.

[※참고: 법무부는 “직장 내 갑질, 학교폭력, 온라인폭력 등으로 인해 인격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고 그에 따른 법적 분쟁도 급증하고 있다”면서 “인격권도 법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법 인식을 법 제도에 반영하고, 시민의 인격권을 충분하게 보호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인격권의 근거와 인격권 침해배제·예방청구권이 기본법인 ‘민법’에 명문화된다.]  

그동안 언어폭력 등으로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었다. 물리적 폭력이나 금품 갈취처럼 신체·재산상 피해가 아닌 탓에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형법상 명예훼손·모욕 등 범죄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려웠다. 

법무부는 이런 한계를 고려해 인격권을 재산권과 마찬가지로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임을 명확하게 명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인격권을 침해당했을 시 피해자가 손해배상청구는 물론 예방청구, 침해배제청구까지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인격은 언어의 품격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욕설 등 언어폭력을 삼가는 건 다른 사람의 인격을 침해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동시에 나의 인격을 ‘위함’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유행처럼 번지는 ‘패드립(패륜+드립, 패밀리+드립)’은 그래서 위험하다. 

누군가는 ‘욕에도 필터링을 해야 한다’고 말하긴 하지만, 이 또한 언어폭력을 너무 관대하게 해석한 결과로 보인다. 상대방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들먹이는 패드립을 입에 담는 순간 모두의 인격이 훼손된다.[※참고: 패드립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생겨난 단어로 가족이나 조상을 대상으로 일삼는 ‘패륜적 드립’을 의미한다.] 

언어폭력은 상대적이다. 욕을 내뱉는 사람이야 깔깔 웃을 수 있지만, 그 때문에 심적 고통을 받는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언어폭력은 학교 내에서 확산돼선 곤란하다. 사이버 상 욕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학생 시절 근절하지 못한 언어폭력은 사회로 파고든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여러 관계 속 ‘갑질’은 언어폭력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내 언어습관’을 돌아보는 건 학생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노력일지 모른다.  

글 =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
yhnoh@aprillaw.co.kr | 더스쿠프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 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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