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동물학대 사건
처별 규정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연초부터 동물 학대 관련 뉴스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생후 2개월 된 강아지가 꽁꽁 언 강 한복판에 버려지는가 하면, 드라마 촬영장에선 ‘낙마落馬 영상’을 찍기 위해 달리던 말을 줄로 잡아당겨 사망케 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들에겐 과연 동물도 귀중한 생명이란 인식이 있기나 한 걸까.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들을 엄벌할 법적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법원 판결이 ‘솜방망이’에 그치기 일쑤란 점이다. 

동물 학대 행위자를 엄벌할 법적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실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물 학대 행위자를 엄벌할 법적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실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새해 첫날 경기도 안산. 꽁꽁 얼어붙은 강 위에서 노끈으로 돌에 묶어놓은 강아지가 발견됐다. 영하 12도의 날씨에 버려진 강아지는 생후 2개월 된 진도 믹스견이었다. 다행히 동물보호단체에 구조된 이 믹스견은 새해 첫날 발견됐다는 의미로 ‘떡국이’란 이름을 얻었다. 

# 얼마 전 KBS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과정에서 발생한 동물 학대 정황이 대중의 공분을 샀다.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드라마 촬영 현장 영상은 끔찍했다. 배우가 말을 타고 달리다 낙마하는 과정을 찍은 영상으로, 제작진은 말 몸에 줄을 묶은 채 달리게 했다. 그러다 고의로 말을 넘어뜨리기 위해 스태프들이 달리는 말을 뒤에서 잡아당겼다. 그 순간 말의 몸이 위로 들리면서 목이 꺾인 채 머리부터 땅에 떨어졌다. 넘어진 말은 일어나지 못했고 끝내 일주일 뒤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떡국이를 강 한복판에 버리고 간 주인도, 태종 이방원의 드라마 스태프 4명도 경찰에 입건·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동물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동물의 유기ㆍ방치ㆍ학대ㆍ살해 뉴스를 접할 때면 마음이 아프고 혐오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감정이다. 그저 마음의 문제인 것도 아니다. 개든 말이든 동물의 생명에 고통을 주는 행위는 ‘동물보호법’상 처벌 대상이다.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에 해당하는 행위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동물의)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도구·약물 등 물리적ㆍ화학적 방법을 사용해 상해를 입히는 행위 ▲살아있는 상태에서 동물의 신체를 손상하는 행위 ▲소유자 등의 동물 유기 행위 ▲도박을 목적으로 동물을 이용하는 행위 ▲도박ㆍ시합ㆍ복권ㆍ오락ㆍ유흥ㆍ광고 등의 상이나 경품으로 동물을 제공하는 행위 ▲영리를 목적으로 동물을 대여하는 행위 등이다.

동물 학대를 저지른 사람에겐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진다. 단 동물 유기, 도박을 목적으로 동물을 이용하는 행위, 도박ㆍ시합 등의 경품으로 동물을 제공하는 행위, 영리 목적의 동물 대여 행위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대중은 동물 학대를 결코 저질러선 안 되는 ‘범죄 행위’로 인식하고 있고, 그 행위를 처벌할 법적 제도도 마련돼 있다. 문제는 동물 학대 행위자들에게 얼마나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고 있느냐다. 실제 사례 몇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7년 A씨는 길가에서 주인 없는 새끼 고양이 2마리를 발견했다. A씨는 고양이들을 데려다 공놀이하듯 발로 차고 집어던졌다. 고양이들이 보일러실을 더럽혀 화가 났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의 동물 학대로 새끼 고양이 1마리가 죽었고, 나머지 1마리는 척추를 크게 다쳤다. 결국 그는 공개된 장소에서 동물을 죽이고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법정에 섰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은 가벼웠다. 법원은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번엔 최근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해 11월 B씨는 아파트 16층에서 키우던 반려견을 던져 죽음으로 몰았다. 새벽에 부부싸움을 한 후 남편이 자녀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자 화가 났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생명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사건이었지만 법원은 B씨에게 300만원의 벌금형만 선고했다. 동물 학대 행위자를 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 있는데도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만 내리고 있는 셈이다.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말 학대 사건 이후 농림축산식품부는 재발 방지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말 학대 사건 이후 농림축산식품부는 재발 방지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물론 “끔찍한 행위지만 그 대상이 동물이라서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동물 학대 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B씨 사례와 유사한 사례 중 미국에서 발생한 사건을 살펴보자. 2014년 미국 조지아주에선 C씨가 자신의 반려견을 2층 발코니에서 1층 주차장 바닥으로 내던지는 사건이 터졌다. 해당 반려견을 크게 다쳤고 C씨는 기소됐다. 법원은 C씨에게 동물학대죄를 적용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비슷한 사례에 벌금 300만원 판결을 내린 한국과 대조적이다.

앞서 언급한 유기견 떡국이는 입양이 결정돼 새 가족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말 학대 사건 이후 농림축산식품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영화ㆍ드라마ㆍ광고 등 미디어 촬영 시 출연 동물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동물을 소품으로 취급해 위해를 가하지 않아야 하고 ▲위험한 장면 기획ㆍ촬영 시 컴퓨터 그래픽 등을 이용해 동물에게 가해지는 위해를 최소화해야 하고 ▲보호자ㆍ훈련사ㆍ수의사 등을 현장에 배치하고 ▲동물에 쉼터와 휴식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 ‘동물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대중은 몰라보게 늘어났다. 동물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법정도 그 흐름에 걸맞게 변해야 할 때가 아닐까. 변하지 않으면 그 또한 구태舊態다.

글 =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
yhnoh@aprillaw.co.kr | 더스쿠프

정리 =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 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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