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을 마주할 때 우리는 자신이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란 사실에 안도한다. 비극의 주인공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고통받는 자의 목소리를 껄끄럽게 여기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린 슬픔에 무지한 사람이 돼간다. 타인의 고통을 완벽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무엇을 선택해도 고통을 피할 수 없다. 전쟁은 인간에게 가혹한 선택을 강요한다. 미국 작가 윌리엄 스타이런의 「소피의 선택」은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에 내몰린 자의 딜레마와 후유증을 그린 소설이다. 1947년 미국 남부 출신 청년 스팅고는 꿈에 그리던 뉴욕에 입성한다. 스팅고는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집에서 사는 청년 가구가 더 늘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서다. 그런데 청년 가구의 주거 만족도나 주거 환경 만족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이 역설이 뜻하는 건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셰어하우스’가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집 가진 사람은 늘고, 부담은 줄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가 보유율은 2021년 60.6%에서 2022년 61.3%로 상승했다. 자가 보유에 따르는 부담을 뜻하는 PIR(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ㆍPrice in
남편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가 게어 그림스루드(Gaear Grimsrud)와 칼 쇼월터(Carl Showalter)에게 발주한 ‘아내 납치’ 청부는 비교적 단순한 일이다. 수임료 4만불도 그럭저럭 적당해 보인다. 이 미션이 분명 북한 영변에 침투해 플루토늄을 탈취해 오라는 톰 크루즈급 ‘미션 임파서블’은 아닐 텐데, 이 간단한 ‘미션’이 6명이나 죽어나가는 ‘블록버스터’급 범죄액션물이 되는 것이 황당하다.‘납치 청부’라는 일을 하다보면 누구든지 게어와 쇼월터처럼 그토록 폭력적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게어와
‘우울계’ 자신의 우울함을 드러내는 콘텐츠를 올리는 SNS 계정을 뜻하는 신조어다. 이런 계정에 접속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현실을 어렵게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문제는 ‘우울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부모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왜 우울계에 빠져드는 걸까. 이런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우울증을 겪는 청소년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4월 10대 여고생이 서울 강남의 한 고층건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장면을 SNS에 생중계하면서다. 세상을 떠난 이 여고생은 이
영화는 뉴욕시 브롱크스 교구에 주임 신부로 새로 부임한 플린 신부의 첫 강론으로 시작한다. 모두 새로 부임한 주임 신부의 첫 강론에 귀를 기울인다. 플린 신부는 “하늘의 별자리를 의심하지 말아야 하듯 하나님의 말씀도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당연하면서도 훌륭한 말을 남긴다. 경청하고 있던 신도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지만, 유독 한 사람만 다르게 행동한다. 다름 아닌 알로이시우스 수녀다.알로이시우스 수녀는 플린 신부의 강론을 듣지 않는다. 그저 예배석을 돌아다니며 자세가 불량하거나 딴짓하는 학생들을 단속하고 쥐어박을 뿐이다. ‘진보적인
새벽방송 금지, 쇼호스트 막말 논란…. 최근 바람 잘 날 없는 홈쇼핑업계가 부진한 성적표까지 받아들었다. 각종 논란에 위축된 소비심리가 덧붙여진 결과다.공시에 따르면 롯데홈쇼핑·CJ온스타일·GS샵·현대홈쇼핑의 1분기 매출이 일제히 감소했다. 매출이 가장 많이 쪼그라든 건 롯데홈쇼핑이다. 1분기에 매출 2312억원을 올렸는데, 지난해 1분기 2752억원보다 16.0% 감소했다. 방송 정지 처분을 받아 지난 2월부터 새벽시간대(오전 2시~8시) 영업을 하지 못한 게 뼈아팠다.생방송 중 쇼호스트가 욕설 또는 막말을 늘어놔 그들에게 무기한
12월 12일은 도쿄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리고 미리 약속되어 있던 인터뷰를 하는 날이기도 했다. 필자는 캐리어를 이끌고 신주쿠로 향했다.한국 문화원을 지나 도착한 어느 빌딩. 고지받은대로 7층을 누르고 사무실로 들어가자, 푸근한 인상의 사내가 필자를 맞아 주었다.“어휴, 어서 오십시오. 오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인기리에 연재되었던 웹소설 「도굴왕」, 「전지적 독자 시점」, 「나노 마신」등 의 웹툰화를 주도한 웹툰 제작사, 주식회사 레드세븐의 이현석 대표였다.■ 대학 시절부터 시작한 만화업계 입문일본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이
코마바 공원을 나온 뒤, 다음 행선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분쿄 구에 위치한 모리 오가이 기념관을 가기 위해서였다.모리 오가이(森鷗外, 1862~1922)는 소설가이자 평론가, 의사로서, 동시대에 살았던 나쓰메 소세키와 함께 일본 근대문학의 거장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그는 츠와노(津和野, 현재 시네마 현의 지망)번주의 전속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의사였지만 하급 무사라는 사회적 계급에 콤플렉스를 안고 있었던 모리의 아버지는, 아들 모리의 교육을 철저히 시키는 데 집중했다.네덜란드어, 영어, 독일어를 배우는 등 고등 교육을 받은
대통령의 ‘이 **’ 욕설 논란이 끝내 현 정부가 소통 창구라고 자찬했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중단하는 빌미로 작용했다. 말 한마디로 나라가 흔들리는 것도 촌극이지만, 그 말 한마디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정치권도 우스꽝스럽다. 여기 단어 하나를 다르게 해석해 주목받은 소년이 있다. 높으신 양반들이 이 소년의 지혜를 배우면 어떨까. 아직 어리지만 풍채와 용모에서 진작부터 남다른 기상이 넘쳤던 순신. 어느날 한 아이에게 「통감삼권」이라는 책을 가르치고 있었다. “한나라 여후呂后가 척부인戚夫人의 팔다리를 끊은 뒤에 뒷간에 집
욕설 파문에 시끌벅적하더니, 이번엔 언론사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바이든 팔짱, 빈곤 포르노 논란까지 줄줄이 터졌다. 반대편이라고 나을 게 있겠는가. 측근들이 줄줄이 소환되더니, 최측근마저 구속됐다. 정부와 집권여당을 견제해야 할 거대 야당은 민생보단 자신들이 뽑은 대표를 지키는 데 여념이 없어 보인다. 도대체 우리에겐 어떤 리더가 필요할까. 이순신 두번째 편이다. 시대가 영웅을 탄생하게 했던가. 시대가 영웅을 만들었던가. 이순신은 조선시대 제13대 왕 명종明宗이 즉위하고 3개월째를 맞고 있던 1545년 3월 8일 태어났다. 명
도쿄에서 나고야로 향하는 ‘탄환열차’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분기탱천한 킬러들이 저마다의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다. 야쿠자 보스 ‘하얀 사신’은 아내의 죽음에 책임 있다고 생각하는 모두에게 분노하고, 키무라는 아들을 해친 ‘왕자’에게 이를 갈고, ‘왕자’는 자신에게 무관심한 아버지 ‘하얀 사신’에게 독을 품고, ‘늑대’는 연인을 독살한 ‘말벌’을 쫓아 이를 갈며 탄환열차에 오른다.모두가 분노에 치를 떨며 각자 분노의 대상을 처단하려는 독기로 차오른다. 그렇게 서로를 죽이고 그 과정에 엉뚱한 상대끼리 총질을 해대기도 한다. 그 사고들
누군가에게 매일 평가를 받고, 그 평가가 24시간 공개되며, 그 때문에 밥벌이 수준이 달라진다면 어떨까. 배달앱에 입점한 점주들이 리뷰 하나에 울고 웃는 이유다. 그렇다고 리뷰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가 선택을 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되고, 일부 업체는 리뷰를 경쟁력으로 삼아 새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다. 더스쿠프가 리뷰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다. 배달앱에 입점한 한 점주가 악성 고객에게 시달리다 사망한 이른바 ‘새우튀김’ 사건. 이 아픈 사건이 터진 지도 1년이 훌쩍 지났다. 그런데도 악성 리뷰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이들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아버지 아우렐리우스와 아들 코모두스라는 2명의 황제를 보여준다. 철학가 뺨치는 지혜를 뽐냈던 아우렐리우스가 ‘정치가(statesman)’라면, 아버지를 목졸라 죽이고 황제 자리를 찬탈한 코모두스는 전형적인 ‘정치인(politician)’이다. 그럼 정치가와 정치인의 차이는 뭘까.정치인은 정치를 입신양명과 부귀영화의 통로로 사용하고, 자신이 가진 권력의 크기를 즐긴다. 반면 정치가는 공동체와 국가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고, 자기희생을 통해 그 비전을 실현한다. 그래서 정치가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의 크기만
‘욕’은 친근함의 표시일까. 그렇다면 그건 누구의 관점일까. 욕을 내뱉는 사람은 ‘친근함의 표시’라고 주장하지만, 욕을 받은 사람이 불쾌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신체폭력보다 언어폭력의 비중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언어폭력, 이젠 막아야 할 때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청소년들의 입은 유독 거칠다. 친구들에게 강해 보이고 싶어서, 만만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 사용하는 ‘방어기제’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언어폭력은 꽤 심각한 문제다. 학교폭력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언어폭력이다. 교
청소년들의 감정은 시한폭탄 같다. 언제 터질지 모르고, 별일 아닌 거 같은데도 바르르 화를 낸다. 그렇다고 분노를 분노로 대하면 안 된다. 잠시 숨을 고르고 왜 화가 나는지 이유를 물어보자. 그렇게 분노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법을 알면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분노도 ‘생각하기 나름’이란 거다.양쪽 눈썹 끝이 올라간 뾰로통한 표정의 앵그리버드(angry birds) 인형이 유행하던 적이 있다. 원래는 게임 캐릭터라고 하는데, 필자는 인형으로 더 많이 접했다. 화난 표정의 인형은 필자가 꼬마였을 때도 있었다. 못난이 삼형제 인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1908년 3월 8일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궐기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당시 노동자들은 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후 유엔은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했고, 1977년 3월 8일을 특정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화했다. 한국은 2018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했다. 1920년부터 나혜석·박인덕 등이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왔는데 일제의 탄압으로 맥이 끊겼다가 1985년부터 공식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2018
저기 저 ‘가상공간’에서 활약 중인 A씨. 그 세상에선 그렇게 용감할 수 없습니다.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때론 격노하거나 욕설을 내뱉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 속 A씨의 모습은 다릅니다. 자신의 생각을 감추느라 전전긍긍하고, 화를 억제하느라 힘겨워합니다. A씨만의 이야기일까요? 가상세계에 빠진 우리들의 모습을 카드뉴스로 살펴봤습니다.글=김상회 정치학 박사 sahngwhekim5353@gmail.com정리=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제작=영상제작소 Video B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문화충돌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듯하다. 1960년대 미국사회의 혼란기에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사회의 주류문화와 ‘히피’로 대표되는 미국사회의 비주류문화가 충돌한다. 그렇다면 히피의 반대주의(antism)는 1960년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패권을 장악한 미국 사회는 자본주의 원칙이 우악스럽게 장악했다. 그 아래에서 과학기술 제일주의, 경쟁에 따른 성과주의와 업적주의, 금전만능주의, 문명을 향한 맹신에 가까운 찬양이 주류문화로 확
황교익 음식 칼럼니스트가 지난 13일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되자 ‘보은인사’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18년 “(형수 욕설 논란과 관련한) 이재명의 욕설을 이해하자” 등의 발언을 한 황씨에게 보은 성격으로 공공기관장 자리를 내줬다는 게 골자였죠. 논란은 정치 공방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일주일 만인 20일 황씨가 후보를 자진사퇴했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거듭되는 낙하산 논란, 막을 순 없는 걸까요?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제작=영상제작소
좁은 골목을 걷는다. 사방이 길이요 담장이요 전봇대다. 여기저기 너절한 광고들이 눈에 보인다. 흥미롭게도 대부분 ‘둥근 기둥’에 많이 붙어 있다. “사각 기둥이 더 편하지 않을까?” 아니다. 광고 붙이는 사람들은 사각 기둥의 ‘사각지대’가 싫었을 거다. 역시 광고하는 사람들은 지혜롭다. 또 걷는다. 숱한 광고 사이에 낙서도 보인다. 김○○ 바보 멍청이 똥개…. 이번엔 약간 실망스럽다. 지금 낙서나 30년 전 낙서나 그게 그거다. 낙서는 왜 진화하지 못했을까. 이상한 질문들을 곱씹으며 마을 속에 뿌려진 글을 음미한다. 그 두 번째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