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방관해도 괜찮나…
폭력 용인 않는 분위기 만들어야

신학기가 시작한 지 약 한달이 흘렀다. 코로나19가 터진 지 3년 만에 전면등교가 재개돼 이번 신학기는 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몇몇 우려도 나온다. 그중 대표적인 건 학생들 간 접촉이 증가하면서 학교폭력이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그럼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폭력을 허용하지 않는 학교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폭력을 허용하지 않는 학교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학교가 다시 아이들로 시끌시끌해졌다.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비대면 수업을 병행했던 학교들이 다시 전면등교를 실시하고 있어서다. 어느덧 코로나19 3년차에 접어들다 보니 평범했던 학교의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다.

기대 반 우려 반 속 신학기 전면등교가 시작되면서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 교육당국이 가장 염려하는 것 중 하나가 ‘학교폭력’이다. 전면등교로 학생들 간 접촉이 늘어나면서 행여 학교폭력이 증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학교폭력 전문변호사인 필자 역시 신학기 때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학교폭력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느냐’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필자는 “폭력을 허락하지 않는 학교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학생들 서로가 서로에게 학교폭력 ‘방관자’가 아닌 ‘목격자’가 돼줘야 한다는 거다. 

학생들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들이야말로 교실에서 누가 따돌림을 당하는지,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를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 중엔 교실에서 학교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신고하거나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괜히 끼어들었다가 내가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내 일도 아닌데 굳이 끼어들 필요가 있나 하는 마음에서다. 문제는 이런 방관하는 분위기 속에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주저 없이 폭력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이런 방관하는 태도가 비단 학생들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부모는 자녀가 학교폭력을 목격하더라도 자녀의 진술을 만류하기도 한다. “공부에 방해된다” “좋지 않은 사건에 왜 연루되려고 하냐”…. 심지어 학교에 연락해서 “왜 허락도 없이 우리 애에게 목격자 진술서를 쓰게 하느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 지금 필요한 건 뭘까.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방관’도 학교폭력에 가담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법원이 학교폭력을 방관한 학생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인정한 사례도 있다. 

그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가해학생들은 학교 화장실 한칸에 피해학생을 가두고 폭력을 행사했다. 동급생 수십명이 학교폭력을 구경하기 위해 화장실에 몰려갔다. 그중 한명이었던 A학생은 적극적으로 화장실 문틀을 잡고 올라가 칸 안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피해학생을 쳐다봤다. 피해학생은 A학생이 폭력을 당하는 자신을 쳐다봐 수치심을 느꼈고, 태연하게 인사해 화가 났다고 밝혔다.

결국 학교폭력위원회에선 가해학생들에게 출석정지를, 방관한 A학생에게는 서면사과 처분을 내렸다. A학생의 부모는 “자녀가 폭력에 직접 가담한 것도 아니고 쳐다봤을 뿐”이라면서 “학교폭력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학생의 행동은 ‘따돌림’에 준하는 것으로 피해학생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준 행위다”고 판단했다.

이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도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뿐만 아니라 ‘방관자’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학교폭력 방관자는 크게 세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조력자’다. 가해학생보다는 덜 주도적이지만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주된 가해학생의 폭력행위를 도와주는 학생이다.

둘째, ‘강화자’다. 강화자는 직접 가해행위를 하지는 않지만 폭행현장에 구경꾼을 모아오거나, 가해학생을 자극하는 등 가해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학생이다. 세번째는 ‘조력자’ ‘강화자’를 제외한 모든 학생을 지칭한다. 

그렇다면 방관자를 학교폭력 가해자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은 뭘까. 여기엔 여러 판단 요소가 작용한다. ▲피해학생이 해당 방관자를 가해학생으로 생각하는 이유 ▲방관자가 폭행현장에 있었다면 어떻게 해당 장소에 가게 됐는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평소 관계 ▲방관자에 대한 비난 요소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필자는 사이버 따돌림과 관련해 한 학교의 ‘학급(반) 단체 채팅방’을 본 적이 있다. 반 학생들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채팅방이었다. 그런데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피해학생을 제외한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자고 주장했다.

다른 학생들에겐 “(피해학생에겐) 이 단체 채팅방을 알리지 말고 여기서 대화하자”며 따돌림을 주도했다. 그러자 반 학생들은 “그럼 OO(피해학생)이가 불쌍하잖아” “이거 따돌림이야, 이러면 안 돼”라면서 가해학생을 나무랐다. 그리고 곧바로 피해학생을 단체 채팅방에 초대했다. 가해학생의 계획과 달리 ‘따돌림’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학교폭력을 방관하지 않은 학생들 덕분이었다. 언급했듯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폭력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다. 어른들은 학생들에게 “침묵과 방관은 학교폭력에 가담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점을 가르쳐줘야 한다. 아울러 어른 스스로가 침묵하지 않고 방관하지 않는 것도 또 하나의 가르침이다. 학폭을 근절하는 노력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글 =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
yhnoh@aprillaw.co.kr | 더스쿠프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 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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