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달아 가격 올린 앱 개발사
앱 내 결제 강제한 구글 때문
가격 인상 외에 뾰족한 수 없어

여기 A 유저가 있습니다. 얼마 전 구글플레이에서 게임 앱을 내려받았습니다. 게임을 하기 위해 A는 100원짜리 아이템을 구입했습니다. 자! 여기서 질문 하나. A가 낸 100원은 게임 앱을 만든 개발사에 돌아갈까요? 게임 앱을 내려받도록 도와준 구글플레이에 갈까요? 오늘 이야기하려는 인앱(in app) 결제 논란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더스쿠프가 소비자를 또 봉으로 만든 인앱 결제 논란 속으로 펜을 집어넣었습니다.

구글이 인앱 결제를 강제하면서 앱 개발사들이 줄지어 가격을 올리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구글이 인앱 결제를 강제하면서 앱 개발사들이 줄지어 가격을 올리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들어 모바일 앱 개발사들이 줄지어 이용료를 올리고 있습니다. 신호탄을 쏘아올린 건 OTT 업계입니다. 티빙(TVING)은 3월 31일 구독 이용권의 가격을 7900원(베이직 요금)에서 9000원으로 13.9% 인상했습니다. 그러자 웨이브(Wavve)도 7900원(베이직 요금)이던 이용권 가격을 4월 5일 9300원으로 17.7% 올렸고, 시즌(seezn)도 5월에 이용권 결제요금을 5500원에서 6300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가격 인상의 물결’은 음원 스트리밍 업계에도 퍼졌습니다. 플로(Flo)가 4월 ‘무제한 듣기’ 이용권을 7900원에서 9000원으로 인상했고, 멜론(Melon)도 6월 7일 모바일 스트리밍 클럽의 가격을 6900원에서 7600원으로 올렸습니다.

네이버의 바이브(VIBE) 또한 모바일 이용권을 15% 인상했죠. 네이버는 바이브뿐만 아니라 웹툰·웹소설 결제가격도 20% 올렸습니다. 주목할 점은 가격을 인상한 이들 앱에 공통점이 있다는 겁니다. 바로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앱에 한해서만 가격을 인상했다는 점입니다. 애플의 앱스토어와 원스토어 등 다른 앱마켓에 등록된 앱의 이용권 가격엔 손을 대지 않았죠.

앱 개발사들이 유독 구글플레이에서만 요금 인상을 감행한 이유가 뭘까요? 이들 업체는 “구글이 결제 방침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일례로, 시즌은 3월 18일 “구글 인앱 결제 의무화 적용으로 시즌 안드로이드(구글플레이) 앱에서 제공하는 상품가격과 구매 방식이 변경될 수 있다”고 사전공지한 바 있습니다.

구글이 의무화했다는 ‘인앱 결제’가 대체 뭐길래 앱 개발사들이 이러는 걸까요? 알고 보면 그리 어려운 개념이 아니니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인앱(in app) 결제란 소비자가 콘텐츠를 구매할 때 앱 안(in)에서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입니다.

가령, 구글플레이에서 앱을 내려받은 소비자가 해당 앱에서 음원이나 영상 등 콘텐츠를 구매할 때 구글이 자체 개발한 결제시스템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앱마켓(구글플레이)이 제공하는 결제 시스템으로 콘텐츠를 구매하기 때문에 구매 정보는 앱마켓(구글플레이)으로 전송됩니다. 앱마켓은 이 정보를 토대로 개발사에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인앱 결제가 많을수록 앱마켓의 실적도 그만큼 늘어나겠죠.

인앱 결제의 반대 개념은 아웃링크(Out link) 결제로, 소비자가 앱 외부에서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외부 결제 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를 클릭해 앱 바깥에서 결제를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당연히 인앱 결제와 다르게 아웃링크 결제는 앱마켓의 결제방식을 쓰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앱마켓은 소비자가 얼마를 결제하는지 파악할 수 없고, 개발사에 수수료를 부과하지도 못합니다. 앱 개발사로선 아웃링크 결제가 많을수록 득을 보는 셈입니다.

[※참고: 다만, 외부 페이지로 연결되고, 절차도 다소 복잡해 인앱 결제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게 아웃링크 결제의 단점입니다. 아웃링크 시스템을 구축할 여력이 없는 중소 업체들은 인앱 결제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구글은 인앱 결제와 아웃링크 결제를 모두 제공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 1일부로 구글은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앱들이 인앱 결제만을 의무적으로 쓰도록 방침을 바꿨습니다.

4월 말까지 외부 결제 페이지로 이어지는 링크를 삭제하는 업데이트를 진행하라고도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 아웃링크 결제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이 정책에 따르지 않으면 6월 1일부터 구글플레이에서 해당 앱을 삭제하겠다는 ‘초강수’도 뒀습니다. 이게 바로 인앱 결제 의무화의 골자입니다.

의무화 카드 꺼낸 구글

인앱 결제가 의무화되면 앱 개발사들은 꼼짝없이 구글에 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수수료율은 한해 앱 매출이 1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15%, 100만 달러 초과 시 초과분에 한해 30%로 늘어납니다. 구글은 한발 더 나아가 OTT 앱에 한한 새로운 수수료 정책도 추가했는데, 앱에서 구독 상품을 판매할 경우 OTT 앱 개발사는 15%의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자! 이제 앱 개발사들이 잇달아 가격을 올린 이유가 눈에 들어오시나요? 무엇보다 인상 시점이 구글의 인앱 결제 의무화가 적용된 직후라는 점은 논란이 일 만한 이슈입니다. 구글이 개발사에 부과한 수수료율을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몇가지 있긴 합니다. 첫째는 앱 외 결제가 가능하도록 앱을 PC버전으로도 함께 출시하는 겁니다. 그러면 구글의 수수료 부과를 피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앱에 PC버전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운동 앱이나 수면 유도 앱처럼 모바일에 특화된 앱도 있습니다. 게다가 자금이 넉넉지 않은 스타트업이 PC 버전을 따로 개발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둘째는 구글·애플보다 수수료율이 낮은 ‘원스토어’에 앱을 등록하는 것입니다. 원스토어는 인앱 결제 시 구글(최대 30%)·애플(30%)보다 저렴한 수수료율(20%)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 5월 25일엔 OTT 같은 미디어콘텐츠 앱에 한해 수수료를 10%로 낮추고, 거래액 규모와 구독 비중에 따라 최저 6%까지 인하하겠다고도 발표했죠.

아울러 원스토어는 인앱 결제 외에 앱 개발사의 자체결제 시스템도 허용하고 있는데, 수수료율이 5%에 불과합니다. 자체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 앱 개발사 입장에선 큰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도 문제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직 원스토어의 입지가 크지 않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원스토어의 앱마켓 시장 점유율은 13.8%로, 구글플레이(74.6%)에 비하면 규모가 초라합니다.

개발사 입장에선 소비자가 몰려있는 구글플레이에서 앱을 운영하는 게 접근성이나 파급력 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구글과 원스토어에 동시 입점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늘어나는 유지·보수 비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수수료가 파격적인데도 원스토어 입점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정부가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를 방지하는 법을 세웠지만 효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사진=뉴시스]
정부가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를 방지하는 법을 세웠지만 효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사진=뉴시스]

셋째는 정부가 수수료 논란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8월 국회는 앱마켓의 인앱 결제 의무화를 법으로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앱마켓이 특정 결제방식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겁니다. 세계 최초로 통과된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 때문에 그해 10월 1일 인앱 결제를 의무화하려고 했던 구글도 한수 접을 수밖에 없었죠.

구글 대체재 없다는 게 문제

하지만 구글은 법의 허점을 파고들었고, 언급했던 대로 인앱 결제를 의무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구글은 원스토어와 마찬가지로 개발사 자체결제 시스템도 허용하는 방침을 추가했는데, 이점을 들어 ‘특정 결제방식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체결제 시스템의 수수료율은 26%로 기존 수수료율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사실상 꼼수를 부린 셈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위법 여부를 판단 중”이라면서 “법 위반이라고 판단되면 다양한 조치를 통해 금지행위를 중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이들이 언제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결국 구글은 패를 꺼내들었고, ‘판돈’은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결과가 만들어졌습니다. 인앱 결제의 피해자도 애먼 소비자였다는 겁니다. 정부든 업계든 속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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