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데이터로 승부

기술을 무기로 성장한 스타트업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도 하지만 기존 시장을 삼키기도 한다. 부동산과 기술이 결합한 직방ㆍ다방 등 ‘프롭테크(Proptech)’ 기업들도 피해갈 수 없는 지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에서 새로운 파이를 만들어내는 기업도 있다.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이다.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은 새로운 부동산 데이터를 생산하는 프롭테크 기업이다.[사진=연합뉴스]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은 새로운 부동산 데이터를 생산하는 프롭테크 기업이다.[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은 ‘느림보’ 취급을 받았다. 매매양도 등을 실시간 집계하는 게 불가능해서다. 계약 후 30일 이내에 실거래를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실제 거래와 통계 사이에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을 빠르게 파악하는 게 어려운 이유다.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은 이런 난제를 풀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2017년 탄생한 밸류맵은 지도를 기반으로 토지나 건물의 상세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이용자는 50만명, 검색 데이터는 6억~7억건에 이른다. 밸류맵은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앱 내 검색 트렌드 데이터와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실거래량의 연관성을 찾아냈다.

2020년 1월부터 검색량이 급등했던 경기 양평군 용문면 다문리가 대표적이다. 밸류맵에서 검색량이 증가했던 시점과 1개월 뒤쯤 발표된 실제 거래량 증가 시점이 비슷했다. 이후 추이도 비슷하게 움직였다. 밸류맵 관계자는 “정부가 공식 거래량을 발표하기 전에 실시간으로 시장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의 영역이 아니다”면서 “2021년 상반기 내에 검색 트렌드 데이터를 이용해 실거래량 공식 통계보다 1개월 정도 앞서 시장 상황과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세상에 없던 부동산 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밸류맵의 사업모델은 의미가 크다. 부동산 중개사들로부터 광고 수수료를 받는 모델에 기대고 있는 직방 등 프롭테크(부동산Property+기술TechnologyㆍProptech) 기업과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어서다.

 

밸류맵이 이런 사업모델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장’과 ‘방식’의 차별화 덕분이었다. 밸류맵은 프롭테크 기업 대부분이 집중하던 아파트 시장에서 한발 물러선 뒤 공공公共이 제공하지 못하는 동 단위의 세분화 데이터에 주목했다. 없던 시장에서 구체적인 정보를 발굴해 제공하다보니 되레 할 일이 무궁무진해졌다. 희소성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기 때문에 프롭테크 기업에 쏟아지는 ‘기존 시장을 수수료로 잠식한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워졌다.

밸류맵은 올 상반기 안에 빌라ㆍ주택 등을 중심으로 3D 형태의 건물 가설계가 가능한 콘텐츠를 제공할 방침이다. 카페를 운영하기 좋은 건물이나 신축하기 좋은 임야 등을 구분해서 제안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이 역시 아파트 시장에서 탈피해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한 결과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90조원에 이르는 우리나라 토지 시장은 아파트와 거래 금액이 비슷하면서 개별성은 더 뚜렷하다”며 “서울ㆍ아파트 중심이었던 부동산 데이터를 지방ㆍ토지 등의 다른 분야에서 만들어낼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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