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ODM 전문업체 한국콜마
용기 제조업체 연우 인수 마무리
‘콜마’ 글로벌 상표권까지 인수해
북미시장 공격적 진출, 성공할까

AHC, 닥터자르트…. 톡톡 튀는 화장품 브랜드는 이 회사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다. 화장품 ODM 전문기업 한국콜마다. ‘C(China)-뷰티’의 대표 브랜드 ‘화시즈花西子’ ‘바이췌링百雀羚’도 한국콜마의 고객사다. 이런 한국콜마가 최근 더 커진 ‘빅 픽처’를 그리고 있다. 중국을 넘어 북미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건데, 그 중심엔 화장품 용기 전문업체 ‘연우’의 인수가 있다. 한국콜마는 연우를 통해 빅 픽처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할 수 있을까. 

한국 ODM 전문기업 한국콜마가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 연우를 인수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한국 ODM 전문기업 한국콜마가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 연우를 인수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화장품 ODM(제조개발생산) 업계 1·2위를 다투는 한국콜마가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 ‘연우’를 품는 데 성공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6월 28일 두 기업의 결합을 승인하면서다.[※참고: 한국콜마는 7월 1일 연우의 지분 55.0%를 2814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마무리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연우를 인수한 한국콜마는 “2023년 매출액 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한국콜마가 연우 인수를 통해 거둘 수 있는 효과는 작지 않다. 무엇보다 연간 3000억원대의 매출액이 연결 기준으로 편입된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우의 매출이 편입되면 한국콜마의 2023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 18%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국콜마가 연우를 통해 수직계열화(화장품 제조·생산→용기·포장)에 성공한 것도 기대할 만한 효과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콜마가 기대하는 더 큰 시너지는 따로 있다. 중국에 국한돼 있는 해외시장을 넓히는 것이다. 사실 한국콜마에 중국은 ‘간과해선 안 될’ 중요한 시장이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와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화장품 업계가 중국에서 부진을 겪을 때에도 호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콜마 중국 법인(베이징·우시)의 지난해 매출액은 1366억원으로 전년(715억원) 대비 91.0% 증가했다. 

이른바 ‘C(China)-뷰티’라 불리는 중국 로컬 브랜드들의 제품을 현지에서 ODM 생산·공급한 효과였다.[※참고: 한국콜마는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단행해 경쟁력을 높여왔다. 한국콜마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2020년 12.39%, 2021년 6.99%로 글로벌 기업(이하 2019년 기준, 시세이도 2.80·로레알 3.30%)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중국 내 제조기업들의 기술력이 부쩍 향상됐다. 이는 중국 브랜드에 ODM 제품을 공급하는 한국콜마로선 긍정적인 소식이 아니다. 

이민정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콜마의 중국 실적의 경우 로컬 브랜드의 성장과 함께 앞으로도 증가할 공산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중국 내 제조기업들의 R&D 역량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순 없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한국콜마로선 연우의 네트워크가 중요할 수 있다. 연우는 전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 중 50여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그중엔 ‘로레알’ ‘에스티로더’ ‘P&G’ ‘메리케이’ 등 북미·유럽 기반 글로벌 화장품 기업이 숱하다.

회사 관계자는 “연우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외국계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 다변화 차원에서 연우 인수는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 연우는 펌프형 용기에 강점이 있다. 올해 1분기 전체 매출액(675억원) 중 펌프형 용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76.9%(519억원), 수출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2.1%(352억원)에 달한다.] 

연우를 통한 해외시장 확대 전략은 한국콜마가 지난 5월에 진행한 ‘상표권 인수’와도 궤를 함께한다. 한국콜마의 지주사인 한국콜마홀딩스는 당시 글로벌 본사인 미국콜마로부터 ‘콜마(KOLMAR)’의 글로벌 상표권 100%를 인수했다.

한국콜마는 이후 미국 법인(PTP)과 캐나다 법인(CSR)의 법인명을 각각 ‘KOLMAR USA’ ‘KOLMAR CANA DA’로 변경했다. 조민정 상표앤더시티 변리사는 “한국콜마가 이번 상표권 인수를 통해 브랜드의 독점적 권리를 확보한 만큼 향후 좀 더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해외사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중국 넘어 세계’를 꿈꾸는 한국콜마의 ‘빅 픽처’는 연우 인수를 통해 완성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불모지와 같던 북미시장에서 ‘K-뷰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김주덕 성신여대(뷰티산업학) 교수는 “북미시장에서 교민 위주로 소비되던 한국 화장품이 현지인들의 선택을 받기 시작했다”면서 “한국콜마가 연우 인수, 글로벌 상표권 인수 등을 통해 북미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건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콜마는 북미시장 공략의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할 ‘북미기술영업센터’를 미국 뉴저지에 건립하고 있다. 올 하반기가 완공 목표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민정 선임연구원은 “한국콜마는 이미 글로벌 ODM 업계를 주름잡는 업체다”면서 “연우를 통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기보단 글로벌 협력사와 관계를 공고히 하고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게 현실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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