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生 스몰캡|LNG선 보랭재 생산업체 한국카본
조선사가 LNG선 수주할수록 주목
고객사 확대에 미래 먹거리 준비도

액체로 변환한 천연가스를 운송하는 LNG선에는 특별한 저장탱크가 필요하다. 천연가스를 영하 163도 이하로 유지해야 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다. 이를 위해서는 ‘특별한 단열재’가 필요한데, 이를 생산하는 기업 중 한곳이 한국카본이다. LNG선의 발주량과 수주량이 함께 늘고 있는 지금, 이 기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2020년 한국카본을 방문한 성윤모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조문수 한국카본 회장.[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0년 한국카본을 방문한 성윤모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조문수 한국카본 회장.[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국 조선업이 LNG선 수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9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세계 누적 선박 발주량은 2368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기저효과가 있었던 전년 동기(2970CGT)보다는 20%가량 줄었지만 한국의 수주율은 지난해 43.0%(1276만CGT)에서 올해 47.0%(1113만CGT)로 더 좋아졌다.[※참고: 올해 중국의 수주 비율은 42.5%(1007만CGT)였다.]

수주전의 효자는 LNG운반선(이하 LNG선)이었다. 같은 기간 LNG선(14만㎥ 이상)은 103척이 발주됐는데, 이는 클락슨리서치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종전 최대 발주량이었던 41척(2011년)보다도 2.5배나 더 많다.

발주된 103척의 LNG선 중 78척(75.7%)을 한국이 수주했다. 기업별로는 한국조선해양이 34척, 삼성중공업이 24척, 대우조선해양이 20척을 수주했다. 한국 조선사들이 LNG선을 ‘싹쓸이 수주’했다는 거다. 

LNG선 발주가 늘어난 가장 큰 배경은 ‘카타르 프로젝트’다. 카타르의 국영 에너지기업인 카타르에너지(옛 카타르페트롤리엄)가 천연가스 생산 광구를 개발하면서 대규모로 LNG선을 발주한 게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 따르면 카타르에너지는 2020년부터 국내 조선 3사와 100척 이상의 LNG선 건조 슬롯 계약(정식계약 전 건조공간을 미리 확보하는 것)을 체결했다. 여기에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도 LNG선 발주량이 증가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유럽의 에너지원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바닷길을 통한 LNG 수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LNG선 발주량과 수주량이 늘면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한국카본이다. 1984년 9월 설립해 1995년 7월 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한국카본은 원래 전화기ㆍ무전기 등 제품이나 낚싯대ㆍ골프채ㆍ항공부품에 쓰이는 각종 재료를 생산했다.

그러던 2000년대 이후 조선사에 LNG선용 특수 단열재를 공급하면서 사업 구조를 싹 바꿨다.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카본의 주요 제품 매출 비중을 보면 일반재(항공ㆍ레저용 카본시트 등)가 10.2%, 산업재(LNG선 보랭재 등)가 89.8%를 차지하고 있다.[※참고: 보랭재란 온도를 차갑게 유지하는 단열재다.]

이런 한국카본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뭘까. 이 구조를 이해하려면 LNG선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LNG선은 쉽게 말해 액체로 바꾼 천연가스를 운송하는 선박이다. 천연가스를 기체로 변하지 않게 하려면 초저온(영하 163도 이하)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온도를 차갑게 유지하는 단열 기능이 있는 특수한 LNG 저장 전용탱크(화물창)가 필요하다. 

이 화물창은 맘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타입에 따라 모스(Moss)형과 멤브레인(Membrane)형으로 나뉘는데, 모스형은 노르웨이 기업 모스 로젠베르크가 특허를 가진 기술이고, 멤브레인형은 프랑스 기업 GTT가 특허를 갖고 있다.

둘 중 하나의 타입을 택해 화물창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과거의 LNG선은 주로 모스형을 적용했지만, 1990년 이후엔 멤브레인형이 대세(전체 LNG선의 70% 이상)다. 

멤브레인형은 어떤 보랭재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다시 ‘마크3(Mark-Ⅲ)’와 ‘NO.96’ 두가지로 나뉜다. 마크3에는 강화한 폴리우레탄폼(R-PUF)을, NO.96에는 자작나무와 화산재를 주요 보랭재 재료로 쓴다.

국내 조선 3사 중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마크3를, 대우조선해양은 NO.96을 채택하고 있다. 국내 마크3용 보랭재 시장은 한국카본과 동성화인텍이 양분하고, NO.96 시장은 대부분 벽산이 담당한다. 

정리하면 세계 LNG선을 싹쓸이하는 곳이 한국이고, 조선 3사 중 가장 큰 두곳이 택하고 있는 화물창 타입이 마크3 형태이며, 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게 한국카본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카본이 경쟁사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 한국카본이 R-PUF의 접착제인 ‘트리플-엑스(Triple-X)’를 독과점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카본은 이 접착제를 경쟁사에도 납품하고 있다. 조선업계의 LNG선 수주 소식이 들릴 때마다 한국카본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카본은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과도 LNG선 보랭재 공급의향서(LOI)를 체결했다. NO.96을 채택한 대우조선해양까지 고객사로 추가한 셈이다. 계약 규모는 652억원이다. 경쟁사 대비 한국카본의 몸값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호재는 또 있다. 

한국카본은 일감도 두둑하다. 한국카본의 LNG선 보랭재 수주잔고는 2017년 1억5686만 달러에서 2018년 3억4726만 달러, 2019년 3억4334만 달러로 증가세를 띠어왔다. 2021년에도 전년(4억440만 달러) 대비 69.7% 늘어난 6억8632만 달러(약 8900억원)를 기록했다.

조선사의 LNG선 보랭재 수요가 대개 선박 인도를 앞둔 1년여 전부터 집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조선업계의 LNG선 대량 수주에 따른 한국카본의 LNG선 보랭재 수주잔고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LNG선을 수주할수록 한국카본의 매출도 늘어난다.[사진=뉴시스]
국내 조선사들이 LNG선을 수주할수록 한국카본의 매출도 늘어난다.[사진=뉴시스]

미래를 위한 준비도 차곡차곡 진행 중이다. 한국카본은 지난 5월 영구 휠 제조업체인 다이맥과 손잡고 고성능 탄소복합소재 휠 양산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또한 친환경 모빌리티용 159㎾급 경량 전기추진 시스템의 핵심부품을 개발하는 국책 과제에도 주관사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국책 사업 주관사로 선정돼 효원파원텍,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과 모터ㆍ인버터ㆍ로터블레이드의 국산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LIG넥스원과는 ‘수소연료전지 기반 고중량(200㎏) 화물운송 드론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글 = 이종현 하이투자증권 대구WM 과장
rangers79@naver.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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