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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vs 2022년 코스닥 시총 변화

한국경제는 2019년 코로나19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시장의 생태계가 바뀌었고, 증시의 대장주가 교체됐다. 그럼 2018년과 2022년 코스닥 시장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코스닥 100대 기업의 ‘변화’를 추적해 분석해봤다.

전방산업의 변화에 따라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기업도 명암을 달리했다.[사진=뉴시스] 
전방산업의 변화에 따라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기업도 명암을 달리했다.[사진=뉴시스] 

중소기업은 외풍外風에 쉽게 흔들린다. 증시에 상장한 기업도 다르지 않다.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대부분이 후방산업에 위치해 있어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대형 이슈가 터지면 중소기업의 생태계는 격변하곤 한다. 

이번 변화는 더스쿠프가 분석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시장을 주도하는 산업이 무엇이냐에 따라 시총 순위도 요동쳤다. 실제로 2018년 시총 상위 100개 기업 중 올해(8월 23일 기준)까지 100위권을 지키고 있는 기업은 52개에 불과했다. 시총 순위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기업은 38개에 달했다.[※참고: 나머지 10개의 기업 중 6개 기업은 흡수합병 등으로 상장폐지됐고, 4개는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 상장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사이 100대 기업의 절반에 달하는 48개가 물갈이됐다는 거다. 과연 2018년과 2022년 코스닥 시총 순위 100대 기업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 시총 늘었지만 = 우선 100대 기업의 시총부터 살펴보자. 2018년 108조4171억원이었던 코스닥 100대 기업의 시총은 올해 147조5289억원으로 증가했다. 3년 사이 36.0% (39조1118억원) 늘어난 셈이다. 기업들이 눈부신 성장세를 보인 결과라면 두팔 벌려 환영할 일이지만 현실은 달랐다.

2019년 이후 신규 상장한 기업의 시총 합이 21조원(에코프로비엠 10조9048억원+카카오게임즈 4조1794억원+천보 2조3100억원+박셀바이오 1조3304억원+HK이노엔 1조1749억원 +성일하이텍 1조1160억원)을 웃돌기 때문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등장한 건 반가운 소식이지만 역설적으론 기존 기업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 부진한 제약·바이오 = 코스닥 시장을 주도하는 시총 상위 기업의 업종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2018년 100대 기업 중 제약·바이오 기업은 41개에 달했지만 올해는 26개로 36.5%(15개) 감소했다. 주요 기업의 시총 순위도 크게 변했다. 선천성 심장기형(폰탄) 수술 환자의 부작용을 줄여주는 신약을 개발 중이란 소식에, 2018년 36위까지 올랐던 메지온의 시총 순위는 137위로 101계단 하락했다. 

지난 3월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실패 소식이 알려진 탓이다. 그사이 메지온의 시총은 2018년 말 7950억원에서 지난 8월 23일 4733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순위 하락폭이 더 큰 기업도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이다. 이 회사의 시총 순위는 같은 기간 39위에서 1292위로 떨어졌다.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구강점막염 신약의 임상 중단 이슈 등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이 기간 엔지켐생명과학의 시총은 7643억원에서 526억원으로 93.1%감소했다(주식 수 772만8732주→1404만8013주). 이밖에도 텔콘RF제약(47위→597위), 인트론바이오(51위→197위), 휴온스(64위→169위), 파멥신(68위→927위), CMG제약(80위→204위), 강스템바이오텍(83위→588위) 등의 제약·바이오 기업 시총 순위가 크게 떨어졌다. 주요 기업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총 100위권에 있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전체 시총 규모도 2018년 54조8516억원에서 올해 43조377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는 신약 개발과 임상 시험 소식에 크게 출렁인다”며 “임상시험 성공 기대감에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만큼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주가가 하락하는 속도도 빠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약진한 반도체·2차전지·게임 = 제약·바이오 업종이 부진한 사이 시총 상위 자리를 꿰찬 건 반도체와 2차전지, 게임 업종이다. 특히 2차전지 업종의 약진이 눈에 띈다. 100대 기업에 속해 있는 2차전지 기업은 3개에서 9개로 3배가 됐다. 

주요 기업을 살펴보면, 2차전지 양극화물질 제조업체 엘앤에프의 시총 순위는 2018년 29위에서 올해 3위로 26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시총은 9011억원에서 8조2638억원으로 9배 이상 증가했고, 주가는 3만원대에서 23만원으로 8배 가까이 상승했다. 에코프로(2차전지 소재 기업)의 시총 순위도 43위(7289억원)에서 9위(2조7247억원)로 수직상승했다. 

2019년 3월에 상장한 에코프로비엠은 코스닥 시장 부동의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지난 8월 23일 기준 4596억원이었던 두 회사의 시총 차이는 29일 222억원(종가 기준)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2차전지 관련 기업의 성장세가 그만큼 가파르다는 얘기다. 

이런 성장세 덕분에 2차전지 기업의 시총은 2018년 5조3929억원에서 올해 29조843억원으로 늘었고, 100대 기업에서 차지하는 시총 비중은 4.9%에서 19.7%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수출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는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2018년 시총 100위권 안에 10개였던 반도체 관련 기업은 올해 20개로 2배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착된 비대면과 거리두기의 수혜를 똑똑히 입은 게임 업종의 수도 4개에서 9개로 껑충 뛰어올랐다. 

■편중된 업종 구성 = 이처럼 2018년과 올해 코스닥 시총 순위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코스닥 시장을 주름잡던 제약·바이오 업종이 지고 2차전지가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시총 상위 기업은 여전히 일부 업종에 편중돼 있었다. 2018년엔 제약·바이오가 상위권을 휩쓸었고, 2022년엔 2차전지와 게임 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올해 코스닥 100대 기업 중 제약·바이오, 반도체, 2차전지, 게임, 콘텐츠 제작 등 5개 업종에 속한 기업은 68개에 달했다. 100대 기업의 68%가 5개 업종에 집중돼 있다는 거다. 중소기업이 전방산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걸 감안하면 이는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전방 산업에 문제가 생기면 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는 “대기업이 어디에 투자하고, 어떤 산업이 뜨느냐에 따라 중소기업 업계의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는 제아무리 잘나가는 기업도 관련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거나 악재가 터지면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의 한계인 ‘불확실성’을 개선해야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조언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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