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우유 딜레마➌
가파르게 치솟은 우윳값
배경에는 유통마진 있어
적정 마진폭 점검 필요해

1000원짜리 세장만으론 더이상 우유를 사마실 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지난 10여년간 우윳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결과입니다. 원인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높은 원유 가격, 또다른 하나는 국산 우유의 유통 과정에서 나타나는 ‘보이지 않는 손’입니다. 팩트체크 국산 우유 딜레마, 마지막 편에선 치솟는 우윳값 뒤에 숨은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를 밝혀보겠습니다.

우윳값이 오르는 배경에는 유통마진이 있다.[사진=연합뉴스]
우윳값이 오르는 배경에는 유통마진이 있다.[사진=연합뉴스]

2918원. 대표적인 생필품으로 꼽히는 우유의 전국 평균 가격입니다(올 8월 1리터(L) 흰우유 기준). ‘라떼’ 시절을 생각하면 1L 우유 하나가 3000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12년 전국 평균 우유 가격은 2359원이었습니다. 3000원을 주고 우유를 사도 잔돈 600원은 손에 쥘 수 있었죠. 

그렇다면 예전과 달리 우윳값이 껑충 뛴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표적인 원인으론 원윳값이 꼽힙니다.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비싸서 완제품인 우유의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 주장은 나름의 근거도 있습니다. 지난 팩트체크 두번째 편(통권 512호ㆍ기승전 원윳값 공식에 숨은 오류)에서 살펴본 결과, 원윳값이 오르면 우윳값도 같은 방향(상승)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고공행진하는 우윳값의 원인이 원유에만 있다고 단언할 순 없습니다. 원윳값이 떨어져도 우윳값은 오른 반대의 사례도 존재하기 때문이죠.[※참고: 이 부분 역시 팩트체크 두번째 편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원윳값 외에도) 우유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요인이 있다는 뜻입니다. 과연 무엇일까요? 자! 지금부터 국산 우유의 유통 구조를 통해 우윳값 상승을 유발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 우유 유통 과정 = 우리나라에선 우유가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총 4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 여정을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➊낙농가에서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를 생산한다. ➋유가공업체가 원유를 사들여 우유를 제조한다. ➌생산한 우유를 유통업체(대형마트ㆍ편의점 등)에 공급한다. ➍마트나 상점에서 소비자에게 우유를 판매한다.|

이때 각 단계에선 ‘거래 비용’이 발생합니다. 낙농가에서 유가공업체에 원유를 넘길 때(➊→➋), 유가공업체가 다 만든 우유를 유통업체에 납품할 때(➋→➌), 유통업체가 소비자에게 우유를 판매할 때(➌→➍) 일정한 가격을 지불해야 원하는 상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참고: ➋단계에서 ➌단계로 넘어가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가령, 유가공업체가 유통업체에 직접 우유를 판매할 수도 있지만, 일선 대리점에 우유를 공급한 뒤 대리점이 다시 대형마트나 학교ㆍ가정 등에 우유를 납품하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 필연적 유통마진 = 낙농가, 유가공업체, 유통업체 등 이 거래에 얽힌 이해당사자들은 어떻게든 각자의 손해는 최소화하고, 이윤은 극대화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업체는 자신들이 직접 생산하거나 매입한 상품의 원가에 ‘추가금’을 붙여 다른 업체나 소비자에게 판매하죠.

따라서 우유의 유통 과정에선 필연적으로 ‘마진(원가와 판매가의 차액)’이 발생합니다. 마진이 클수록 업체들이 남기는 이윤도 많아집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마진은 달갑지 않은 요소입니다. 마진이 붙으면 붙을수록 상품 가격은 원가보다 훨씬 부풀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 말은 업체들의 높은 마진율이 상품의 최종 소비자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세계 톱급 마진율 = 자, 이제 힌트는 다 드렸습니다. 우윳값을 높이는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 이제 좀 아시겠나요? 맞습니다. 답은 유통마진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국내 유가공ㆍ유통 업체들의 마진율이 해외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사실입니다.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국내 우유 시장의 유통마진율은 38.0 %(2019년 기준)로 ▲영국(29.1%) ▲일본(11.4~17.7%) ▲미국(8.8%)보다 1.3~4.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높은 유통마진율이 우윳값에 영향을 줬다는 근거도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5년간 원윳값(원유수취가격)은 1082원으로 동결됐습니다.[※참고: 원유수취가격은 낙농가가 유가공업체에 원유를 팔 때 매기는 가격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1L 흰우유의 출고가는 4.8%(2016년 1699원→2020년 1730원), 소비자가격은 6.7%(2016년 2639원→2743원) 상승했죠.

원재료(원유) 가격은 변함이 없는데 출고가와 소비자가격이 올랐다는 건, 유가공업체→유통업체→소비자로 이어지는 거래 과정에서 각 업체가 마진을 높였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론 유통마진이 우윳값 상승을 초래한 결정적 요인이었던 셈입니다.

지난 8월 정부는 “국내 우유 시장의 유통마진 구조를 분석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지난 8월 정부는 “국내 우유 시장의 유통마진 구조를 분석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지금까지 내용을 종합하면 유통마진이 국산 우유를 비싸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렇다고 민간기업의 상품ㆍ서비스 가격을 국가가 나서서 통제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유가공 산업을 관리ㆍ감독하는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유가공ㆍ유통업체들의 가격 결정에 제한을 두는 별도의 상한선이나 관련 법규는 없다”며 “우유는 민간 소비재이기 때문에 가격 결정은 시장 논리에 맡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각 업체가 유통마진을 명확한 기준에 따라 적정한 수준으로 산정했는지는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가공업체나 유통업체가 우유 가격을 올릴 때는 원윳값뿐만 아니라 부재료비ㆍ가공비ㆍ인건비ㆍ물류비 등 여러 기준을 적용합니다.

문제는 업체마다 가격 인상의 명분과 인상률 산정 방식이 제각각이란 점입니다. 업체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우윳값을 조정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유가공업체나 유통업체도 할 말은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렇습니다. “기업의 자율적 판단으로 우윳값을 조정하는 건 맞다. 다만, 급격한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아무 때나 수시로 가격을 올리는 건 아니다. 최근 몇년간 흰우유 소비량이 꾸준히 줄어들면서 적자를 보고 있지만, 기업에선 경영효율화 등 자구 노력을 통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더이상 손해를 감수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얘기를 수긍한다고 해도 국산 우유의 유통마진이 과도하게 높다는 건 사실입니다. 지난 8월 정부가 “국내외 우유 시장의 유통마진 구조를 분석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윳값은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요?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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