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가 뭐기에…”
서로 다른 논리로 정당성 주장
기업간 문제 여론전으로 확산
누구를 위한 망 사용료 다툼인가

망 사용료 지급을 둘러싸고 이통3사와 글로벌 빅테크가 갈등을 벌이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망 사용료 지급을 둘러싸고 이통3사와 글로벌 빅테크가 갈등을 벌이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망 사용료를 내라.” 이통3사의 주장입니다. 국내 인터넷 망을 사용하면서도 사용료를 내지 않는 구글ㆍ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향한 경고성 발업니다. 이를 골자로 삼은 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입니다. 

# “이중부담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이렇게 반박합니다. 미국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으니, 한국엔 납부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SK텔레콤에 통신요금을 내는 누리꾼 A씨가 미국 사이트에 접속했다고 그 나라에 통신료를 내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것이 이통3사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 사이에서 불붙은 ‘망 사용료 논란’입니다. 

# 문제는 두 진영 모두 ‘소비자’를 입에 담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식입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돈을 내지 않으면 소비자의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이통3사).” “우리가 망 사용료를 내면 한국 소비자를 향한 정책을 바꿀 수밖에 없다(글로벌 빅테크 기업).” 

# 도대체 두 진영은 무엇 때문에 이러는 걸까요? 왜 소비자를 볼모로 삼은 채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걸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망 사용료 논란에 펜을 깊숙이 집어넣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과도한 트래픽(자료 전송량)을 유발하고 있어 망 유지ㆍ보수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때문에 빅테크 기업이 통신사에 트래픽의 대가로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향할 것이다.”[이동통신 3사]

“우린 이미 미국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당연히 한국 통신사에 따로 값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면 소비자가 그만큼의 비용을 부담할 것이다.” [구글ㆍ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 

최근 이동통신3사(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와 구글ㆍ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들이 ‘망 사용료’를 사이에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이통3사의 주장에 구글, 넷플릭스 등이 반론을 펴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망 사용료가 대체 뭐길래 굴지의 기업들이 두 진영으로 갈라선 채 논쟁을 벌이고 있는 걸까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참고: 사실 ‘망 사용료’의 명쾌한 정의를 내리는 건 쉽지 않습니다. 엄밀하게는 망을 접속한 대가로 지불하는 ‘망 접속료’와 트래픽을 유발한 만큼 비용을 내는 ‘망 이용료’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둘 다 복잡한 이해가 필요한 개념입니다. 이번 기사에선 독자 여러분의 편의를 위해 두 개념을 포괄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어찌됐든 망과 관련된 비용이 곧 ‘망 사용료’인 겁니다.]

망 사용료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20년 유선통신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소송이 벌어지면서입니다. “망 사용료를 내라”는 SK브로드밴드의 요구를 넷플릭스의 거부하면서 법적 공방이 시작됐죠. 1심에선 SK브로드밴드가 판정승을 거뒀고, 넷플릭스가 여기에 항소해 재대결(2심)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망 사용료 논란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두 기업만의 문제로 마무리가 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구글과 이통3사가 차례로 참전하면서 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IT 공룡’인 구글을 이 판에 끌어다 앉힌 건 국회입니다. 2020년 11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올해 9월 8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총 7명의 국회의원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른바 ‘망 무임승차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의 골자는 ‘(구글과 같은) 글로벌 콘텐츠 제공자가 망 사용에 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구글처럼 지금까지 망 사용료를 내지 않던 기업들도 꼼짝없이 값을 치러야 합니다. 구글이 지난 9월 7일 시민운동단체 ‘오픈넷(Open net)’을 통해 망 사용료 법안을 반대하는 서명캠페인을 독려한 건 이런 이유에서죠.

아울러 9월 20일엔 자사 기업인 유튜브를 통해 망 사용료 법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성명도 냈습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이 성명을 통해 “망 사용료는 통신사만 이익을 챙긴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면서 “법이 개정되면 유튜브는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구글의 힘 때문일까요? 반대 서명에는 지금까지 25만6860명(10월 18일 기준)이 참여했습니다. 그만큼 망 사용료 논란이 소비자 사이에서도 ‘뜨거운 이슈’가 됐다는 겁니다.

상황이 조금씩 여론전의 성격을 띠자 이번엔 이통3사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이통3사는 지난 10월 12일 한국통신사업자협회(KT OA)와 함께 간담회를 열고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간담회에서 윤상필 KTOA 실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가입자를 볼모로 시장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면서 “이들 빅테크 기업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 국내 인터넷 생태계에 비극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장에서도 이 이슈가 논란이 됐죠. 그럼 누가 진실을 입에 담고 있는 걸까요? 이쯤에서 양측의 논리가 얼마나 타당한지 살펴보겠습니다. 

■이통3사의 논리: 자본주의 = 이통3사의 논리는 사실 간단합니다. ‘우리 망을 많이 쓰고 있으니, 그만큼 비용을 더 내라’는 것이지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이보다 더 명쾌한 주장은 없을 겁니다.

이통3사가 빅테크 기업을 두고 ‘무임승차’라고 비난하는 이유도 별다른 게 아닙니다. 네이버ㆍ카카오 같은 한국 빅테크 기업은 군말 없이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데, 이들보다 훨씬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는 구글과 넷플릭스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서죠. 

통계를 한번 볼까요? 다소 오래된 자료이긴 합니다만, 2016년 기준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통3사에 지급한 망 사용료는 각각 700억원ㆍ300억원에 달합니다. 이때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구글과 넷플릭스는 단 한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그럼 이들 기업의 트래픽은 얼마나 될까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구글은 국내 총 트래픽의 27.1%, 넷플릭스는 7.2%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점유율은 각각 2.1%ㆍ1.2%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네이버와 카카오도 망 사용료를 꼬박꼬박 내는 마당에 국내 트래픽의 34.3%나 차지하는 구글ㆍ넷플릭스가 한푼도 내지 않고 있으니 이통3사 입장에선 가슴을 칠 만도 합니다. 

■빅테크의 논리: 이중부담 = 이번엔 빅테크 기업들의 논리를 살펴볼까요? 이통3사의 주장보단 조금 복잡하지만 쉽게 풀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빅테크 기업의 주장을 잘 들어보면, ‘망 중립성 훼손’ ‘발신자 종량제 이슈’ 등 따로 설명해야 하는 복잡한 개념이 등장하는데요.

이런 어려운 얘기를 차치하고 단순화하면, ‘통행세를 이중으로 낼 순 없다’는 겁니다. 자! 무엇 때문에 ‘이중’이란 말이 등장했을까요? 구글ㆍ넷플릭스는 이미 미국 이통사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습니다. 구글과 넷플릭스가 미국 통신사 망에 직접 접속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는 일반 누리꾼이 인터넷을 쓰는 과정에 빗대보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누리꾼들은 인터넷에 접속하는 대가로 매월 일정한 요금을 이통3사에 냅니다. 인터넷 속도에 따라 요금제 가격이 다르긴 하지만, 한달에 한번 요금을 내는 건 이통3사 모두 똑같습니다. 트래픽이 더 많이 발생하는 해외 사이트에 접속했다고 해서 요금을 추가로 내는 일은 없다는 겁니다. 

바로 이것이 구글ㆍ넷플릭스의 논리입니다. 이미 미국에서 망 사용료를 내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망 사용료를 내는 건 ‘이중부담’이란 겁니다. 역으로 구글과 넷플릭스의 주장을 풀어보면, “네이버의 트래픽이 늘었다”면서 해외 통신사가 네이버에 망 사용료를 걷겠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란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자신들이 트래픽만 유발하고 통신망에 부담을 주는 존재로 여겨지는 것도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구글이나 넷플릭스처럼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있어야 소비자들의 인터넷 이용량이 늘어나 이통3사의 수익도 커지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죠.

이통3사의 편에서 만들어진 듯한 국회의 개정안에도 불만을 내비칩니다. 개정안에서 말하는 망 사용료의 ‘정당한 대가’의 기준이 도대체 뭐냐는 겁니다. 

익명을 원한 빅테크 기업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통3사는 글로벌 빅테크의 트래픽이 폭증해 망 사용료를 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이통3사가 인프라 확장에 얼마나 비용을 들였는지는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단지 ‘글로벌 빅테크 때문에 트래픽이 급증했고, 이에 따른 망 증설 비용이 늘어났다’는 주장만 반복할 뿐이다. 이렇게 불투명한 주장이 어디있는가.” 

더구나 이통3사는 매년 수조원에 이르는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총 4조3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올해 2분기에만 1조2263억원의 이익을 거둬들였습니다.

5G 시대에 접어들면서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는 고객이 늘어 수익률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입니다. ‘적자를 보면서 망 증설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겁니다. 

망 중립성이 워낙 첨예한 이슈여서인지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인터넷은 개인 이용자든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이든 모두 비용을 내야 하는 양면시장의 성격을 띠고 있다”면서 “콘텐츠 공급자가 비용을 내지 않는 것은 시장 원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박경신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망 사용료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인터넷의 작동 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면서 “법이 통과되면 해외 통신사도 한국 기업에 망 사용료를 받으려 들 것이 분명하므로 결과적으로 한국에 불이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양쪽 논리의 결함 = 자! 여기까지가 망 사용료 논란의 전체적인 흐름입니다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복잡하고 헷갈리기만 합니다. ‘이게 대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나’ 싶기도 할 겁니다. 이통3사와 빅테크 기업 중 누가 이겨도 소비자의 인터넷 환경은 그대로일 거라고 여겨서겠죠. 매월 스마트폰 요금, 유선 인터넷 요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언젠가부터 이통3사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 모두 자신의 논리가 관철되지 않으면 ‘소비자가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면서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빅테크 기업의 거친 발언은 ‘말의 성찬盛饌’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9월 30일 아마존의 자회사이자 전세계에서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트위치(Twitch)가 한국의 방송 화질만 풀HD(10 80p)에서 HD(720p)로 낮춘 전례가 있어서입니다.

트위치의 월 국내 이용자 수가 246만8911명(모바일인덱스ㆍ2021년 12월 기준)에 달하는 만큼 적지 않은 소비자가 불편을 피하지 못했을 겁니다. 

당시 트위치는 “한국에서의 서비스 운용 비용이 계속 늘어 불가피하게 화질을 낮췄다”고 발표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트위치의 행보가 망 사용료 논란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9월 8일 국회에서 개정안이 발의된 지 21일 만인 9월 29일에 트위치가 관련 공지를 발표했고, 24시간 만에 화질을 떨어뜨렸기 때문이죠. 

트위치가 망 사용료 탓에 화질을 내렸든 그렇지 않든 구글과 넷플릭스도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가정이긴 하지만,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의 화질을 지금의 1080p에서 720p로 낮추면 흐릿해진 화질 탓에 큰 불편함을 느낄 겁니다.

넷플릭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그럼 망 사용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미래를 알 순 없지만, 우려스러운 점은 있습니다.

만약 구글과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법안 통과’에 대응해 한국의 서비스 정책을 바꾼다면, 한국 소비자 대부분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볼 게 분명합니다. 참고로 한국인의 유튜브 이용률은 81.0%(모바일인덱스ㆍ10월 기준), 넷플릭스 월 이용자 수는 1235만명에 달합니다. 

그렇다면 망 사용료 법안이 국회에서 막히는게 소비자에게 유리한 걸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물론 빅테크 기업이 화질을 낮추진 않겠지만, 이번엔 이통3사가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변상규 호서대(문화영상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통사가 트래픽 증가량에 맞춰 유지ㆍ관리비를 함께 늘리지 않으면 결국 공공재(인터넷) 자원이 고갈되는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이통3사는 소비자의 인터넷 요금을 올리는 선택을 할 것이다.”

[※참고: 여기 주인이 없는 공동 방목장이 있습니다. 농부 입장에선 더 많은 소를 끌고와 풀을 먹이는 게 이득이겠죠. 하지만 이런 농부가 많아지면 방목장은 황폐해지고 말 겁니다. 이를 경고하는 개념이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입니다.] 

어떤가요. 이제 망 사용료 논란에 숨은 핵심이 무엇인지가 눈에 보이나요?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이통3사와 한푼도 내지 않으려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소비자를 볼모로 삼았습니다.

어느 쪽이 이겨도 소비자에겐 좋을 게 없는 이상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통3사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소비자 인질극’, 그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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