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사취조단 1기 ❾
망 사용료 논란 1편
망값 둘러싼 갑론을박
유지비 부담된다는 통신사
빅테크는 중복부담 내세워
그 사이 인질로 잡힌 소비자

이통3사와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망 사용료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이통3사와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망 사용료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망 사용료 내라’ ‘못 내겠다’. 국내 이동통신3사와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망 사용료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국내 빅테크는 망 사용료를 내는데 무슨 근거로 해외 빅테크 기업은 돈을 내지 않느냐’며 따져 묻는다.

#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빅테크도 할 말이 많다. ‘해외 통신망에 돈을 내는데 왜 한국에서 또 내야 하느냐’고 반박한다. 이중부담이란 거다.

# 문제는 양쪽 모두 ‘소비자’를 볼모로 잡은 채 갑론을박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빅테크는 ‘망 사용료를 내면 품질을 떨어뜨리겠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자 통신사업자들은 ‘해외 빅테크가 돈을 내지 않으면 소비자의 통신요금을 올리겠다’는 속내를 은근슬쩍 드러내고 있다. 국내외 공룡싸움에 애먼 소비자만 등 터지게 생긴 셈이다. 과연 이 문제는 국내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문제의 조정 역할을 해야 하는 국회는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을까.

# 조윤진 세종대(경영학) 학생이 ‘이통사·빅테크의 소비자 인질극(더스쿠프 통권 516호)’ 기사를 읽고 망 사용료가 불러올 나비효과를 좀 더 자세히 취재했다. 대학생과 더스쿠프, 온라인 북 제작업체 북팟이 기사의 가치를 같이 만들어가는 ‘대학생 기사취조단’ 아홉번째 편이다.


망 사용료. 지난해 통신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주제다. 일반 소비자에겐 생소한 개념이지만 기업 입장에선 이 값을 치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한해 매출이 크게 달라질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구글·넷플릭스 등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망 사용료를 두고 격렬한 갑론을박을 벌였다. 망을 공급하는 이통3사는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 기업처럼 망을 이용하는 만큼 비용을 내라’고 주장하고, 망을 사용하는 해외 빅테크는 ‘그럴 수 없다’고 버틴다.

여기선 한가지 전제를 깔아야 할 게 있다. 망 사용료를 정의하는 건 쉽지 않다. 통신사업자(ISP)가 제공하는 망에 접속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망 접속료’, 트래픽을 유발하는 만큼 비용을 내는 ‘망 이용료’ 등 다양한 개념이 망 사용료에 포함돼 있어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 기사에선 망과 관련된 비용을 ‘망 사용료’로 한정해 사용했다.

그럼 ‘망’을 공급하는 이통3사의 입장부터 살펴보자. 언급했듯 이들은 구글·넷플릭스 등 해외 빅테크를 향해 “망을 이용하는 만큼 비용을 더 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빅테크 기업들은 망 사용료를 이미 지불하고 있는데, 해외 빅테크 기업은 왜 공짜로 사용하느냐는 거다.

더구나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국내에서 유발하는 트래픽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국내에서 발생한 트래픽 중 구글은 27.1%, 넷플릭스는 7.2%를 차지했다. 네이버(2.1%)와 카카오(1.2%)에 비교하면 압도적인 비중이다.

[사진=뉴시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참고 | 2021년 4분기 기준]
[사진=뉴시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참고 | 2021년 4분기 기준]

반면 해외 빅테크 기업은 ‘이중 부담’을 근거로 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그렇듯 자국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일례로, 넷플릭스는 2014년에 미국 통신사 컴캐스트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이런 주장을 펼친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한국의 이통3사에 값을 지불하듯 우리도 자국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그러니 한국 이통사에 또 한번 값을 치를 이유가 없다. 바꿔 말해 네이버와 카카오가 미국에 진출하면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인가.”

이들 빅테크 기업의 말은 일견 일리가 있다. 가령, 미국 사용자나 일본 사용자가 카카오톡을 접속한다고 해서 카카오가 계약하지 않은 미국·일본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진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계약을 맺은 국내 통신사에만 망 사용료를 내면 된다. 이런 이유에서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망 사용료를 내라는 한국 통신사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한다.

일단 국회는 이통3사의 편을 들었다. 2020년 11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9월 8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총 7명의 국회의원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글로벌 콘텐츠 제공자가 망 사용에 관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금까지 망 사용료를 내지 않던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값을 치러야 한다.

국회까지 이 싸움에 참전하자 구글과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사실 넷플릭스는 2020년 4월부터 유선통신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1심에선 SK브로드밴드가 판정승을 거뒀고, 넷플릭스가 여기에 항소하면서 2차전(2심)으로 넘어갔다. 지난해 11월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7차 변론까지 진행했고, 오는 3월 말 8차 변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만약 법원이 최종적으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주면 어떻게 될까. 지난해 11월 변상규 호서대(문화영상학) 교수가 한국방송학회 정기학술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1년간 최대 1465억원의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 이는 2021년 기준 넷플릭스의 한국 매출(6316억8000만원·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23.1%에 달한다. 이러니 넷플릭스 입장에서 망 사용료는 결코 달가울 리 없다.

구글도 뒤따라 넷플릭스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9월 자사 서비스인 유튜브를 통해 망 사용료 지불을 반대하는 성명을 내는가 하면, 같은 기간 시민운동단체 ‘오픈넷(Open net)’이 펼친 ‘망 중립성 수호 서명운동’을 독려하기도 했다.

[자료 | 더스쿠프]
[자료 | 더스쿠프]

문제는 양측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하나같이 소비자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통3사와 빅테크가 소비자를 ‘인질’로 삼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더스쿠프 통권 516호·이통사·빅테크의 소비자 인질극).

실제로 이통3사든 빅테크 기업이든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란 주장을 직간접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는 엄포가 아니다. 지금 온라인 공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지난해 9월 화질을 뚝 떨어뜨린 영상을 공급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트위치(Twitch)’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해 9월 30일 트위치는 갑작스럽게 방송 화질을 풀HD(1080p)에서 HD(720p)로 강제로 낮췄다. 이에 따라 수백만명의 트위치 이용자들은 나온지 10년도 넘은 옛날 수준의 화질로 방송을 시청을 해야만 했다. 문제는 불편함의 수준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였을까. 이 이야기는 2편에서 자세히 다뤄보겠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조윤진 세종대(경영학) 학생
yoonjin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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