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사취조단 1기 ❾
망 사용료 논란 2편
소비자 볼모된 망 사용료 논쟁
트위치 화질 제한 사태로 번져
13년전 화질로 불편 겪은 소비자
MWC 2023 망 사용료 분기점

통신사와 해외 빅테크 간의 망 사용료 논쟁이 점점 격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통신사와 해외 빅테크 간의 망 사용료 논쟁이 점점 격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통신 업계를 뜨겁게 달군 건 망 사용료 논쟁이다. 통신사와 해외 빅테크 기업이 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망 사용료를 두고 첨예한 논리 대결을 펼쳤다. 공교롭게도 양측은 망 사용료 문제 때문에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직간접적으로 항변했다.

# 문제는 이 주장이 말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30일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갑작스럽게 방송 화질을 풀HD(1080p)에서 HD(720p)로 낮춘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 트위치 시청자들은 어떤 불편을 겪었을까. 망 사용료 논쟁에서 소비자들은 언제까지 볼모로 잡혀있어야 하는 걸까. 망 사용료 논란 2편이다. [※참고: 이 기사는 대학생과 더스쿠프, 온라인 북 제작업체 북팟이 기사의 가치를 같이 만들어가는 ‘대학생 기사취조단’ 아홉번째 편이다.]

망 사용료​를 두고 통신사와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수년째 다투고 있다. 통신사들은 “해외 빅테크 기업의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니 그만큼 망 사용료를 내라”고 주장하고,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자국의 통신사에 비용을 내고 있으니 중복으로 낼 수 없다”고 맞선다.[※참고: 망 사용료는 ‘망 접속료’‘망 이용료’ 등 복잡한 개념들이 포함된 용어로, 한 문장으로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본 기사에선 망과 관련된 비용을 ‘망 사용료’로 한정해 사용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갈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양측은 점점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로 소비자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망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통신료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거나(통신사), 망 사용료를 내면 서비스 품질이 저하할 수 있다는 거다(해외 빅테크).

대표적인 사례도 있다. 아마존의 자회사이자 전 세계에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트위치는 지난해 9월 30일 한국의 방송 화질을 풀HD(1080p)에서 HD(720p)로 낮췄다. 문제는 이 조치 때문에 트위치 사용자들이 예상보다 더 심한 불편을 겪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였을까.

■ 불편❶ 화질 제한 = 이번 화질 제한으로 불편을 겪은 이용자는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위치의 월 국내 이용자 수는 246만8911명(모바일인덱스·2021년 12월 기준)에 달한다. 트위치는 국내 이통사에 연 500억원(대신증권 2022년 10월 기준)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지난해엔 트래픽이 증가해 망 사용료가 900억원으로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트위치의 화질 제한을 망 사용료와 연관 짓는 시각이 많다.

720p는 유튜브에 빗대면 2009년에 도입한 화질 품질이다. 유튜브는 이듬해인 2010년에 1080p 서비스를 시작했다. 쉽게 말해 트위치 이용자는 하루아침에 13년 전 수준의 품질로 방송을 시청했다는 얘기다. 한 트위치 시청자는 “트위치 방송인들의 얼굴이 뭉개지는 건 다반사고, 고사양의 게임을 방송하면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게임 화면이 일그러진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는 일부 시청자의 불만이 아니다. 구글 검색엔진에 따르면 지난 12개월간 ‘트위치’ 키워드를 검색한 이용자들은 ‘1080p’ 키워드도 함께 검색했는데, 이 키워드 검색량이 1년 전 대비 2450%나 증가했다. ‘트위치 1080p 보는 법’ ‘트위치 vpn’ 등의 키워드 검색량도 급증했다.

1080p로 트위치를 시청하는 갖가지 방법도 시청자들 사이에선 암암리에 공유됐다. ‘TTV LOL’ ‘K-Twich-Bypass’ 등 해외 VPN을 써서 트위치에 우회 접속하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졌다. 트위치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차단하기에 바빴고, 그때마다 시청자는 또다른 우회 접속 방법을 찾아내 공유하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참고: VPN은 가상 사설망(Virtual Private Network)의 줄임말인데, 자신의 IP주소를 숨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VPN을 이용하면 해외에서 접속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트위치는 한국의 방송 화질만 제한하고 있으므로, VPN을 쓰면 화질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다.]

■ 불편❷ 방송 축소 = 문제는 트위치 이용자가 겪을 불편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 1월 5일엔 인기 e스포츠 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 K)’가 “올해 트위치에서 한국어 중계를 송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LCK는 트위치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방송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6일 LCK에서 방송한 결승전 경기의 시청자 수만 333만명(국내외 전체 합산)에 달했을 정도다. 트위치 이용자들이 LCK를 시청하려면 영어 중계를 보거나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상 트위치의 인기 서비스 하나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트위치는 LCK를 한국에 송출하지 않는 이유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망 사용료와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망 사용료가 급증해 비용 부담을 느낀 트위치가 LCK 한국어 중계권을 아예 구입하지 않았다는 거다.

자! 그럼 이쯤에서 다시 이통3사와 해외 빅테크 기업 간의 구도로 시선을 돌려보자. 트위치 사태가 보여주듯 해외 빅테크 기업이 만약 망 사용료를 지불하면 이를 볼모로 국내 소비자를 ‘불편의 늪’으로 몰아넣을 공산이 크다. 가정이긴 하지만, 망 사용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구글(유튜브)이나 넷플릭스가 콘텐츠 화질을 1080p에서 720p로 제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외 빅테크 기업이 망 사용료를 지금처럼 내지 않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결정되더라도 소비자에게 유리하리란 보장은 없다. 이번엔 이통3사가 늘어난 트래픽만큼 통신요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

변상규 교수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채로 트래픽이 계속 늘어난다면 통신사업자들이 망 품질을 유지하는 걸 소홀히 할 수도 있다”면서 “이는 결과적으로 인터넷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통3사, 해외 빅테크, 어느 쪽이 이기든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것엔 변함이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LCK는 트위치 플랫폼에서 송출되지 않는다.[사진=뉴시스]
올해 LCK는 트위치 플랫폼에서 송출되지 않는다.[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이 갈등을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는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을까. 국회의원 7명이 각각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모두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해외 빅테크도 망 사용료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는 입장에서 최근 ‘신중론’으로 견해를 바꾼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국회가 법안 통과를 잠시 미룬 건 오는 3월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2023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와 무관하지 않다. 세계 750개 통신업체들이 MWC에서 모여 망 사용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국내 이통3사는 물론이고 이종호 과기부 장관, 구글·넷플릭스 등 해외 빅테크 기업들도 참석할 예정인 만큼 MWC 2023에서의 논의 결과에 따라 망 사용료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도 결정될 듯하다.

망 사용료 논란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국내 이통사와 해외 빅테크의 신경전 속에서 언제까지 소비자는 볼모로 잡혀 있어야 할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조윤진 세종대(경영학) 학생
yoonjin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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