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 시대 유의할 점

11월 디폴트옵션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1월 디폴트옵션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1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이 뜨겁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퇴직연금에 신규 가입하거나 기존 퇴직연금 계좌에서 보유한 상품의 만기가 도래한 경우, 가입자의 별도 지시가 없다면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퇴직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계좌(IRP)에 가입한 근로자에게만 해당한다.

제로인 펀드닥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운용펀드 순자산 기준 전체 TDF 시장은 10조 4621억원 규모다. 이중 미래에셋자산운용 TDF는 4조7474억원으로, 시장점유율 1위(45.3%)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운용사들은 TDF를 자체 운용하는 방식과 위탁 운용하는 방식 두가지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자체 운용은 운용사가 직접 글라이드패스(Glide path)를 설계해 적용하는 방식이며, 위탁 운용은 국내에 비해 퇴직연금 시장이 활성화해 있는 미국 등 외국 운용사의 자문을 받거나 위탁하는 형태다. TDF 도입 초기부터 자체 운용을 고수해 온 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유일하다.

경쟁사인 삼성자산운용은 자체 운용과 위탁 운용(미국 캐피탈그룹)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 티로프라이스를 통해 위탁 운용 중이다. 그동안 해외 운용사에 위탁 운용하던 KB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최근 자체 운용 방식으로 변경했다.[※참고: 글라이드패스란 사람이 보유한 자산의 추이가 항공기가 비행하는 모습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붙여진 명칭이다.]

자체 운용과 위탁 운용의 대표적인 차이는 ‘수수료’다. 자체 운용의 경우, 위탁 운용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없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수수료는 최근 TDF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앞다퉈 운용보수를 낮추며 TDF 수수료를 인하하고 있다.

올해 1월, 7월 두차례 ‘KB온국민TDF’ 운용보수를 낮춘 KB자산운용을 시작으로 8월엔 삼성자산운용(삼성한국형TDF), 9월엔 한국투자신탁운용(한국투자TDF알아서)과 한화자산운용(한화 LIFEPLUS TDF)이 운용보수를 인하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실제 부담하는 보수와 비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 운용보수가 아닌 ‘합성 총보수비용’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합성 총보수비용이란 운용, 판매, 신탁, 사무관리 보수를 더한 총보수에 기타비용과 피투자펀드 보수까지 합산해 투자자가 실제로 최종 부담하는 수수료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TDF는 자산배분형 펀드 특성상 재간접형 구조가 많다”며 “투자자들은 단순히 펀드 총보수만을 비교할 것이 아니라 피투자펀드 보수도 포함한 비용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피투자펀드란 TDF가 투자하는 펀드만을 말한다.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대표 TDF 합성 총보수비용을 비교해 본 결과, 모든 빈티지(은퇴 목표 시점)에서 패시브 형태로 운용하는 ‘KB온국민TDF’가 가장 저렴했다. 액티브로 운용하는 TDF 중에선 ‘미래에셋전략배분TDF’가 가장 저렴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위탁운용 여부와 피투자펀드 보수가 합성 총보수비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DF펀드를 자체 운용해 위탁운용 수수료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펀드를 모자母子형으로 구성했다”며 “이에 따라 일부 재간접형 모母펀드를 제외하고는 자子펀드인 미래에셋전략배분TDF만 보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동일한 유형의 펀드 중 합성 총보수비용이 가장 저렴하다”고 말했다.

TDF는 장기 투자하는 연금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보수 차감 후 장기수익률을 비교하는 것도 상품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수수료가 낮아지면 펀드 수익률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무조건 수익률이 높아지는 건 아니고, 운용사별 운용전략과 시장상황ㆍ대응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며 “보수 차감 후 수익률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입 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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