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보고서➎ 팬데믹과 양극화

팬데믹을 거치면서 지방 자영업자의 시름이 더 깊어졌다.[사진=뉴시스]
팬데믹을 거치면서 지방 자영업자의 시름이 더 깊어졌다.[사진=뉴시스]

‘자영업자 망각의 오류 파트❷, 파트❸, 파트❹’에서 살펴봤듯, 한국의 자영업자는 강제적인 방역 조치에 괴멸적인 피해를 보고도 합리적인 보상을 받지 못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팬데믹 충격의 강도는 지역마다 제각각이었는데 지방의 자영업자가 입은 충격이 컸다. 엔데믹 시대를 맞은 매출 회복도 수도권보다 늦다. 팬데믹이 자영업계의 지역 양극화를 더 벌려놨다는 얘기다.

지방인구의 소멸. 대한상공회의소가 뽑은 2022년 다섯가지 키워드 중 하나다. 팬데믹이란 전례 없는 위기를 겪는 사이 ‘지방 소멸’을 둘러싼 위기감이 함께 고조됐다는 게 선정의 배경이다. 

우리나라 수도권(경기ㆍ서울ㆍ인천) 인구가 처음으로 2600만명을 돌파한 시기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이었다. 전체 인구(5182만명)의 50.2%가 국토 면적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둥지를 틀었다. 이듬해엔 이 비중이 50.3%로 커졌다.

수도권에 괜찮은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몰려 있는 탓에 지방 인구의 ‘상경上京 행렬’은 꾸준히 늘어났지만, 팬데믹 기간에 증가세가 더 뚜렷해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이 지역 일자리의 질質을 떨어뜨리면서 수도권 밀집 그래프가 더 가팔라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이 팬데믹의 피해를 입었지만, 지방 경제의 피해가 특히 만만치 않았다는 얘기다. 

장기간의 방역 조치로 벼랑 끝에 몰린 경제 계층이 ‘자영업자’였다는 점도 문제였다. 지방의 자영업자는 지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방에 뿌리내리는 걸 꺼리는 대기업 대신 일자리를 만들고, 생활 인프라를 조성한다. 하필이면 팬데믹의 경제 피해가 자영업계를 조준하는 바람에 ‘지방 소멸’ 위기가 가속화했다는 거다.

이런 위기는 한국신용데이터(KCD)의 자영업자 매출 빅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한국 자영업자 연간 매출 감소폭만 따져봤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서울이었다. 2019년 대비 감소폭이 15.5%에 달했다. 경기 지역 역시 두 자릿수의 매출 감소율(10.0%)을 기록하면서 만만찮은 피해를 봤다. 

확진자가 많았던 수도권에 물리적으로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지방의 피해가 적었던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거리를 덜 봉쇄했는데도 지역 자영업자의 피해도 심각했다. 울산(12.4%)과 경북(12.0%), 대구(11.3%), 충북(11.3%), 부산(10.9%), 대전(10.7%), 충남(10.2%) 등이 2019년보다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서울 등 수도권은 쉽게 매출을 회복한 반면, 지방은 그 회복세가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직후인 올해 16주차(4월 18일~24일) 매출 증감률을 보자.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16주차와 비교해 인천은 11.5%, 서울은 3.8%, 경기는 3.0%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엔데믹(풍토병ㆍendemic)이 오자마자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매출을 회복했다는 얘기다. 수도권 지역에 정주定住 인구가 많다 보니 방역조치가 해제되자마자 사람들이 골목으로 쏟아져 나왔다는 얘기다. 

반면 충남(0.3%)과 세종(0.5%), 전북(2.7 %), 경남(5.1%) 등은 거리두기가 해제됐는데도 2019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줄어들었다. 수도권 자영업자가 매출 회복 흐름에 올라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의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릴 요인이 또 하나 생긴 셈이다. 

이같은 ‘자영업 시장 양극화’는 서비스업종의 생산지수에서도 드러난다. 이는 2015년(100.0)을 기준으로 서비스업종의 경제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를 판단하는 지표인데, 서울은 124.5, 경기는 123.4를 보이면서 16개 지자체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올해 2분기 기준).

반면 서울과 경기,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13개 지자체의 생산지수는 전국 평균(116.9)보다 낮았다. 특히 울산(105.1)과 경북(108.3)은 110도 넘지 못했다. 

지방 자영업자의 붕괴는 지역 일자리와 인프라의 부실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청년 세대의 이탈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더구나 지방 소멸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됐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소멸위험지수가 0.5 이하인 소멸위험 지역이 113곳이다. 전국 228개 시군구의 절반(49.6%) 수준이다.[※참고: 소멸위험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로 나눠 구한다. 소멸위험지수가 0.5에도 미치지 못하면 지역이 사라질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올해 3월 새롭게 소멸위험 지역에 진입한 기초 지자체는 11곳이었는데, 수도권 외곽 지역인 경기 포천과 동두천이 새롭게 편입됐다. 경남 통영, 전북 군산처럼 제조업 쇠퇴가 뚜렷한 지역뿐만 아니라 전남 여수, 강원 속초 같은 규모가 큰 관광도시도 포함됐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지방 소멸 위험이 양적인 확산 단계를 넘어 질적인 심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지방 자영업자의 경영상황이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추가 대책이 시급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화폐 활성화 정책이 있다. 지역화폐는 이름 그대로 특정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대기업 유통시설의 용처를 제한하고 있어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다만 이 정책은 당분간 추진력을 얻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600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성원 한상총련 사무총장은 “팬데믹 충격의 정도나 회복 속도가 지역별로 차이가 크고 주요 피해 지역이 대부분 지방이라는 점에서 지역 간 경제 불균형을 심화할 우려가 크다”면서 “이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