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보고서➍ 2022년 엔데믹과 인플레

‘자영업자 망각의 오류 파트❸’에서 봤듯, 지난해 한국 자영업자의 형편은 2020년보단 좋아졌다. 그럼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돌파감염까지 겹치면서 수십만명의 일일 확진자와 함께 출발한 2022년은 어떨까.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보복소비가 확산했으니 자영업자의 주름살이 펴졌을까.  

2022년 자영업자의 매출은 증가했지만, 이들의 형편까지 나아진 건 아니었다.[일러스트=뉴시스]
2022년 자영업자의 매출은 증가했지만, 이들의 형편까지 나아진 건 아니었다.[일러스트=뉴시스]

2022년 한국 자영업자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쟁은 새 국면을 맞았다. 그간 자영업자를 옥죄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풀리면서다. 손실보상법에 따라 보상받는 자영업자도 늘어났다. 그럼에도 자영업자의 형편이 나아졌는지는 의문이다. 인플레이션이 덮친 데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경기침체 가능성마저 꿈틀대고 있어서다. 

더스쿠프가 2022년 1월부터 10월까지 총 40주의 자영업자 매출 증감률을 분석했다. 자영업자 매출은 한국신용데이터(KCD)의 소상공인 데이터포털을 활용했다. KCD는 자영업자를 위한 매출 관리 서비스인 ‘캐시노트’를 운영 중인데, 이 서비스의 데이터를 통해 자영업자 주간 매출 증감률을 살펴봤다. 신용카드 매출(매입 기준)이 발생한 모든 사업장(80만개)을 대상으로 삼았다.

■장면➊ 변이와 종전 = 올해 초, 한국의 자영업자는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새해에도 국민들은 마스크로 입과 코를 단단히 잠그고 있었지만, 매출은 1월 첫째주인 1주차엔 19.6%(이하 전년 동기 대비), 2주차 11.1%, 3주차 13.5%, 4주차 23.5% 등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물론 3차 대유행과 맞물린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 초의 기저효과가 반영된 수치이긴 하지만, 전년보다 나은 장사를 했다는 건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회복의 기쁨은 금세 사라졌다. 올 2~3월엔 매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거나, 소폭 하락(10주차ㆍ0.9%, 11주차ㆍ1.7 %)했다. 신규 확진자 수가 62만1328명(2월 17일)에 다다를 정도로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4월부턴 진저리나던 이 쳇바퀴에 마침표가 찍혔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를 풍토병 수준으로 관리하는 ‘엔데믹(endemic)’ 체제의 첫발을 뗐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2년 넘게 이어오던 거리두기 방침을 4월 18일부로 해제했다. 감염병 유행은 계속됐지만 정부는 정점이 지났다고 판단했다. 운영시간, 사적 모임 인원, 행사ㆍ집회 인원 등 모든 제한이 사라졌다.

족쇄가 풀린 골목은 본격적으로 활기를 찾았다. 거리두기 해제 영향이 반영된 4월 마지막 주(17주차)엔 매출이 15.0% 증가했고, 5월 첫째주(18주차)엔 18.0%, 19주차엔 19.4%까지 기록했다. 

올해 6월엔 때 이른 폭염이 찾아왔는데도 한국의 자영업자 매출은 첫째 주인 23주차엔 14.4%, 24주차 14.0%, 25주차 12.3%, 26주차 12.9% 등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거리두기가 한창일 땐 상상하지 못했던 매출 증가세가 이어진 셈이었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코로나19 팬데믹과의 전쟁에서 ‘종전終戰’을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장면➋ 회복과 우려 = 봉쇄가 풀린 골목은 활기가 대단했다. 이제 자영업자는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바이러스 지표에도 웃거나 울지 않아도 됐다. 국민들은 팬데믹 때 억눌렸던 소비 욕구를 적극적으로 해소했다. 

소비와 관련된 여러 지표가 되살아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분기엔 253만1000원, 2분기엔 261만9000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 5.8% 증가한 수치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올해 1~5월 줄곧 100보다 높았다. 경기를 낙관하는 소비자가 비관하는 소비자보다 많았다는 거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계속해서 끌어올렸다. 올해 초엔 3.5%였는데, 5월엔 3.7%, 8월엔 4.0%까지 상승했다. 

‘회복의 시그널’은 여름 매출에 즉각 반영됐다. 휴가 특수는커녕 문 닫을 위기에 놓여있던 지난 2년의 여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거리두기 해제 후 처음 맞이하는 여름 휴가철, 주요 관광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7월 첫째 주에 접어든 27주차, 자영업자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9%나 증가했다. 29주차부터 32주차까진 4주 연속 20% 넘는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서울 동작구에 400㎜에 육박하는 강수량이 쏟아지는 등 수도권에서 강력한 폭우가 내리면서 8월 둘째 주(32주차ㆍ17.1%)엔 잠깐 주춤했지만, 33주차 21.6%, 34주차 24.4%, 35주차 21.5% 등 8월 말까지 ‘매출 증가율 20%’ 행진을 다시 이어갔다. 

9월과 10월에도 분위기가 좋았다. 지난해 추석 기간의 기저효과가 반영된 37주차(12. 5% 하락)를 제외하면 대부분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경제 전문가들이 “올해에도 자영업자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암울한 전망을 잇달아 내놓았던 걸 떠올리면 놀라운 일이었다. 

다만 이런 매출 지표가 한국 자영업자의 주름살을 펴게 했는지는 의문이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올해 들어 매출이 늘어난 건 맞지만 이익률이 악화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자영업자는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자영업자의 대출 현황을 보면 이들의 삶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9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규모도 문제지만, 증가세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1년 새 118조6000억원 늘었는데, 올해는 6개월 만에 85조원이 증가했다. 올해 반년 동안 금융권에 손을 벌린 자영업자의 숫자와 규모가 지난해 1년만큼이나 많았다는 거다.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기업대출을 받은 자영업 ‘다중채무자’ 수와 대출액도 빨리 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41만4964명으로, 지난해 말(28만6839명)과 비교해 불과 6개월 사이 44.7%나 늘었다. 이들의 대출액도 162조원에서 195조원으로 20.3% 증가했다. 

자영업자들이 금리 상승기에 무턱대고 대출 잔액을 키웠을 리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계에 내몰린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매출 회복에도 자영업자를 괴롭히는 주범은 인플레이션이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9월 대비 5.6% 올랐다. 앞서 6월엔 6.0%, 7월 6.3%로 고점을 찍었다. 이때의 물가 오름폭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최고치였다. 

8월엔 5.7%, 9월 5.6%로 누그러졌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상승률이 5%대로 높다. 2020년엔 연간 기준 0.5%, 지난해엔 2.5%에 불과했다. 10월 기대인플레이션율(4.3%)도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들이 미래 물가 수준을 예측하는 이 지표가 올랐다는 건 아직 물가가 정점에 다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물가 상승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팬데믹 기간 한꺼번에 너무 많은 돈이 풀렸다. 집값과 주식 등 여러 자산가격도 급격하게 올랐다. 최근엔 고환율에 원화로 환산한 물건 가격이 올라갔고, 고유가 기조가 석유제품의 값에 영향을 미쳤다. 

물가를 견인하는 원인 중엔 언급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도 있다. 개전開戰 초기만 해도 국지전에 그칠 것으로 점쳐졌던 전쟁은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이 러시아에 초강력 경제제재를 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세계적인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의 농업 인프라가 파괴된 건 더 심각한 문제였다. 자영업의 주요 업종 중 하나인 음식점의 이익률을 위협하는 사태로 번지고 있어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조사한 생활필수품 35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올해 3분기에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밀가루였다. 1㎏ 기준 지난해 1476원에서 올해 2107원이 됐다. 전년 동기 대비 42.7% 상승한 수치다.

그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인 품목은 식용유였다. 가격 상승률은 32.8%였다. 한결같이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영업이익률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품목들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의 매출 증가율은 자영업계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선언적 의미’쯤으로 해석해야 한다. 자영업자의 형편이 진짜 좋아졌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되레 자영업자를 괴롭히는 변수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경기침체를 알리는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우리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마저 사정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침체 수준으로 소비가 얼어붙으면 자영업계는 엔데믹 시대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를 다시 접어야 한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장면이 또 반복될 거란 얘기다. 

생활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국민들이 지갑 여는 걸 꺼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생활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국민들이 지갑 여는 걸 꺼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장면➌ 대유행과 보상 = 침체만큼 무서운 위협은 또 있다. 자영업자를 벼랑 끝에 내몰았던 방역 조치가 언제 부활할지 모른다는 거다. ‘7차 대유행’의 조짐은 이미 나타났다.

11월 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만2273명 발생했다. 지난 9월 15일(7만1444명) 이후 54일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빠르게 확산 중인 오미크론 변이 ‘BQ.1ㆍBQ.1.1’의 비율이 한국에서도 점차 늘고 있는 점도 예민하게 따져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유행과 중증화를 막기 위해선 백신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부도 최근 겨울철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동절기 백신 추가접종 대상을 18세 이상 성인으로 확대했다. 문제는 백신 접종 완료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돌파감염’이 늘면서 백신 회의론이 퍼질 대로 퍼진 데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해서다. 접종자와 감염자 대다수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 완료율이 오르지 않으면, 재유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어렵다. 이럴 경우,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준하는 방역 조치를 꺼내 들 수 있다. 새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과 치명률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이미 방역 조치의 고삐를 다시 조이기 시작했다. 캐나다는 입국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코로나19 검사를 재개했고,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백신 패스’를 요구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감염병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지면서 ‘상시 팬데믹’ 시대를 경고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자영업자가 몰린 도심과 골목이 언제 다시 통제될지 모를 일이란 거다. 

한편에선 “손실보상법이 다듬어졌으니 걱정할 게 없다”고 주장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지난해 7월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손실보상법)’이 통과하면서 한국의 자영업자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지 않고도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에도 맹점은 있다. 2021년 7월 이후부터의 손실만 인정했기 때문이다. 한국 자영업자는 그 이전에도 방역 조치를 이행했지만, 정부와 국회가 ‘소급 적용’ 조항을 외면했다. “재정이 감당할 수 없다(기획재정부)” “지원금을 줬기 때문에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중기벤처부)”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여름 수도권에 폭우가 쏟아졌는데도 자영업자 매출은 꺾이지 않았지만, 힘겨움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사진=뉴시스]
지난 여름 수도권에 폭우가 쏟아졌는데도 자영업자 매출은 꺾이지 않았지만, 힘겨움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사진=뉴시스]

물론 정부가 향후 방역 조치를 시작한다면 보상을 받겠지만, ‘정당한 보상’일 것이란 기대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보상 기준과 대상, 방식을 정하는 건 전문가로 구성된 손실보상 심의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한다. 

소급적용을 제외했던 것처럼, 곳간 사정이나 형평성을 이유로 대상과 규모를 언제든 축소할 수 있다. 지금도 여행업 등 손실보상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인 업종이 있다는 걸 고려하면 손실보상법이 자영업계의 든든한 울타리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 자영업자는 일단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해방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리스크에 휩싸여 있다.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금도 경기침체를 대비하기 위한 기업 지원 대책은 쏟아지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은 많지 않다”면서 “생계수단을 잃는 자영업자가 거리로 내몰리지 않는 출구전략 마련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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