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보고서➌ 2021년 기저효과와 착시

2021년 자영업자의 매출은 회복세를 보였다.[사진=뉴시스]
2021년 자영업자의 매출은 회복세를 보였다.[사진=뉴시스]

자영업자 망각의 오류 파트❷’에서 봤듯, 2020년 한국의 자영업자는 ‘끝 모를 터널’에 갇혀 있었다. 다행히 2021년엔 ‘반전의 변곡점’이 마련됐다. 총 52주 중 절반의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상황이 좋아진 건 아니다. 2020년 매출과 비교한 ‘증가율’이었기 때문이다. 매출이 살아났지만 진짜 살아났다고 보긴 어려웠다. 

몹쓸 바이러스는 2021년에도 세계를 괴롭혔다. 확진자 수를 날씨처럼 확인하고, 방역지침에 생활패턴이 달라지는 일상이 이어졌다. ‘백신 접종과 치료제 개발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희망이 감돌기도 했지만, 집단면역 실험이 실패한 건 뼈아팠다. 그럼 자영업자는 2021년을 어떻게 보냈을까. 최악의 상황이 이어졌을까 돌파구가 마련됐을까.

‘자영업자, 망각의 오류’ 파트➌에선 ‘파트➋ 2020년 편’에 이어 2021년 자영업자 ‘매출 추이’를 팬데믹의 결정적 장면들과 함께 엮었다. 자영업자 매출은 한국신용데이터(KCD)의 소상공인 데이터포털을 활용했다. KCD는 자영업자를 위한 매출 관리 서비스인 ‘캐시노트’를 운영 중인데, 이 서비스의 데이터를 통해 자영업자 주간 매출 증감률을 살펴봤다. 신용카드 매출(매입 기준)이 발생한 모든 사업장(80만개)을 대상으로 삼았다.

대부분의 매출이 감소했던 2020년과 달리, 2021년엔 매출이 회복하는 시기(52주 중 26주)도 있었다. 하지만 매출이 쪼그라들었던 2020년 매출과 비교한 ‘증가세’였기 때문에 자영업자의 상황이 좋아졌다고 보긴 힘들다. 또한 방역조치에 따라 매출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2021년에 더 짙어졌다는 점도 특징이다. 

■장면➊ 절망과 희망 = 2021년 신축년辛丑年이 밝았다. 코로나19는 소처럼 우직하게 신규 확진자 수를 늘렸다. 정부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연장했다. 수도권에선 여전히 4명까지만 모일 수 있었고, 가게와 식당은 오후 9시면 문을 닫아야 했다. 

자영업자는 새해 첫 주부터 전년 동기 대비 26.2% 감소한 손익계산서를 받아들었다. 2주차, 3주차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기간 매출은 2020년과 비교해 각각 17.0%, 18.4%가 줄었다. 

2월 설 대목 기대감은 산산이 조각났다. 정부는 설을 앞둔 2월 16일 거리두기 연장을 발표했다. 한숨만 쉬던 자영업계가 드디어 꿈틀댔다. 일부 자영업자 단체는 삭발시위에 나섰고, 거리두기 불복 운동을 불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문제는 사람들의 심리였다. 오후 9시 이후엔 사람이 다니지 않는 거리에서 정상적인 돈벌이를 하는 건 불가능했다. 

설 성수기에 몰려든 손님으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어야 할 2월, 전국 자영업자의 매출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2%(5주차), 9.3%(6주차), 7.8%(7주차), 5.0%(8주차) 꺾였다. 2월 한 달간 평균 6.1%의 매출 감소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 감소폭이 ‘기저효과’ 속 성적표였다는 점이다. [※참고: 기저효과(Base effect)는 기준 시점의 위치에 따라 경제 지표가 실제 상태보다 위축되거나 부풀려진 현상을 말한다.] 

1년 전 2월(2020년)엔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확산해 자영업자의 매출도 급감했다.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2021년 2월 매출을 증가했을 법도 한데 되레 감소했다. 그만큼 자영업자가 타격을 입었다는 방증이다. 

다행히 3월부턴 분위기가 바뀌었다. 연말부터 이어온 매출 마이너스 행진이 끝나고 드디어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 매출을 기록했다. 고강도 방역조치가 3월 11일 완화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종식할 게임 체인저로 꼽히던 ‘백신 접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해 2월 26일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실시하면서 집단면역을 향한 대장정을 시작했다. 백신이나 감염을 통해 항체를 형성한 구성원이 늘어나면 코로나19를 조기에 종식할 수 있다는, 이른바 ‘집단면역’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때였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장한 백신의 효능은 90%가 넘었다. 질병관리청은 “전 국민 접종률이 70%를 넘으면 집단면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곳곳에서 기분 좋은 지표가 발표됐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코로나19 확산 이래 처음으로 낙관적인 방향(100.5)으로 돌아섰다. [※참고: 소비자심리지수는 우리나라 가계 부문의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총 6개의 주요 개별지수를 표준화해 합성한 지수다. 지수의 기준치는 100으로, 100을 초과하면 소비자가 현재의 경기를 과거 평균 수준보다 좋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뜻한다.] 

지수를 구성하는 여섯가지 항목 중 가계수입전망(96)을 제외한 나머지 지표가 모두 상승했다. 특히 가계의 ‘지갑’과 직결되는 소비지출전망(107)의 지수상승 기여도(1포인트)가 가장 높았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현재경기판단(72)은 9포인트 급등해 오름폭이 가장 컸다.

부활한 소비심리는 곧장 자영업자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3월 첫째주인 9주차엔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고, 10주차엔 9.5% 증가율을 보였다. 11주(7.5%), 12주(6.7%)의 분위기도 좋았다. 2020년엔 이 기간 매출이 두 자릿수씩 감소했다는 걸 고려하면(기저효과) ‘완전한 부활’로 보긴 어려웠지만, 어찌 됐든 반가운 신호였다. 

■장면➋ 입법과 소급 = 하지만 반가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4월 들어 매출 증가율이 다시 주춤하더니 4월 셋째주인 16주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전년도 매출과 사실상 다를 게 없었다. 17주차엔 매출 증가폭(0.5%)이 더 줄어들더니, 5월에 접어든 18주차엔 다시 마이너스(5.4%)로 돌아섰다. 

한국의 자영업계는 또다시 긴 고통의 터널에 진입했다. 5주 연속 두 자릿수 매출 감소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19주차(12.5%), 20주차(11.4%), 21주차(15.9%), 22주차(12.4%), 23주차(10.5%)….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에도 확진자는 계속 늘어났다.[사진=연합뉴스]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에도 확진자는 계속 늘어났다.[사진=연합뉴스]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포스기에 뜬 푹푹 꺾인 매출 자료를 가슴 아프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매출 감소의 원인은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었다. 

4~5월 일일 확진자 수는 400~700명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자영업자의 매출이 줄어든 건 ‘백신 불신’이 확산한 탓도 있었다. 

무엇보다 백신 수급 불균형으로 접종 속도가 더뎠다. 75세 이상 고령층의 화이자 1차 접종을 잠시 중단하거나, 1차와 2차 접종간격을 늘렸다 줄였다 반복했다. 접종을 시작한 지 3개월이 흐른 6월에도 접종 완료율이 10%에도 못 미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월 초 전파력 강한 ‘델타 변이’가 출몰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었다.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1000명대로 진입하면서 정부는 또 거리두기 강화 카드를 꺼냈다. 당시 김부겸 국무총리는 “다시 한번 일상을 양보하고 고통을 감내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수도권에선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모임을 금지하는 강력한 통제였다. 한마디로 “퇴근 후 모이지 말고 집에 들어가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1년 넘게 이어진 영업제한과 집합금지로 고통받은 자영업자에겐 장사를 접으란 얘기나 다름없었다. 7월 첫째주인 28주차 자영업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했다. 29주차(6.7%), 30주차(4.9%), 31주차(5.1%), 32주차(7.0%)에도 매출이 꺾였다. 여름 휴가철 대목 기대감은 2020년에 그랬던 것처럼 부서졌다. 자영업자의 8월 셋째주 매출은 13.0% 감소했다. 

매출 감소는 8월 말까지 계속됐다. 5월 첫째주인 18주차부터 시작됐던 매출 감소 현상은 무려 17주 연속으로 자영업자를 절망에 빠뜨렸다. 이 기간 2020년 매출도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영업자의 시련은 ‘이보다 더 깊을 수’ 없었다.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할 법인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손실보상법)’은 이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개정됐다. 연매출이 일정액 이하인 자영업자가 2019년에 비해 매출이 줄었을 경우, 분기당 100만원에서 1억원 한도로 보상하는 게 골자였다. 

문제는 법이 공포된 7월 7일 이후 발생한 손실부터 적용한다는 조항이 부칙에 담겼다는 점이다. 2020년 시작된 강도 높은 방역 조치로 자영업자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그 기간의 손실은 보상받지 못한다는 얘기였다. 

그럼 손실 보상을 받을 수 있는 ‘2021년 7월 이후’의 자영업자 매출은 어땠을까. 델타 변이가 확산한 7~8월은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9월부턴 달랐다. 연말까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한 주는 단 한번(38주차ㆍ-6.8%)에 그쳤다. 

이때부터 한국 자영업자의 매출 회복이 본격화했다. 이를 뒤집어보면, 손실보상법에 만족하는 자영업자는 많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국 자영업자가 매출을 회복한 건 정부가 그해 10월부터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영향이 컸다. 전 국민 70%가 백신 2차 접종을 맞고도 집단면역 달성엔 실패했지만, 정부는 당분간은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드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지속가능한 방역조치로 전환했다. 생활 업종 대부분의 영업 제한을 풀었고, 사적 모임이 가능한 인원도 넉넉하게 늘렸다. 거리에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12월 중반 일일 확진자 수가 다시 7000 ~8000명대를 넘나들면서 위기가 찾아와 위드 코로나가 중단되긴 했지만, 자영업자 매출엔 큰 타격이 없었다. 이는 “당분간 사람과의 모임과 만남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당부가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방역조치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거란 사회적인 믿음이 깨진 지 오래인 데다 연이은 대유행으로 국민들의 긴장감도 무뎌졌다. 감염 확산과 인원수 제한에도 사람이 붐비는 연말 거리가 연출됐고, 매출 분위기도 좋았다. 11월 말인 47주차엔 14.1% 증가했다. 48주차(22.2%), 49주차(16.4%), 50주차(18.2%), 51주차(17.3%), 52주차(22.8%)에도 2020년과 견줘 매출이 선방했다. 물론 이 증가율은 기저효과를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 
 

■장면➌ 약속과 거짓말 = 팬데믹의 끝자락, 2021년 연말은 대선 정국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의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100일 동안 50조원을 투입해 정부의 영업제한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는 “소상공인 100조원 지원안을 짜놨다”고 호언장담했다. 재정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자영업자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놓은 것이다. 두 후보 모두 손실보상법의 소급 적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우리나라 재정과 물가ㆍ금리 등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이었는데도 상당수 자영업자는 이들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표를 던졌다. 

자영업자가 밀었든 그렇지 않든 둘 중 한명은 대통령이 됐고, 다른 한명은 거대 야당의 대표에 올랐다. 하지만 50조원(윤석열)도, 100조원(이재명)도 없었다. 소급적용 역시 증발했다. 재난지원금을 이미 줬다는 이유로, 손실보상법을 시행했다는 이유로 공약은 없던 일이 됐다. 잔뜩 기대만 부풀려 놓은 정치인의 희망고문도 문제지만, 강력한 통제책에 걸맞은 합당한 보상이 없었다는 점은 두고두고 따져봐야 할 논란거리로 남았다.

물론 나라 살림 때문일 수 있고, 형평성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약속이 사라지는 순간, 자영업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생각해 봐야 한다. 손실 보상 예산은 만들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쓸모없는 용처用處에 예산을 무턱대고 투입하는 것’ 역시 장기간에 걸쳐 짚어야 한다. 그럼 2022년 자영업자의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 주제는 518호 ‘자영업자, 망각의 오류’ 파트➍에서 다룰 계획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