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보고서➋ 2020년 거리두기와 눈물

2020년 총 51주 동안 45주. 한국의 자영업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기간이다. 1차 대유행이 있던 2월 중순부터 빠지기 시작했는데, 사실상 한해 장사를 망친 셈이었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가 높아질 때마다 매출은 더 크게 감소했다. 정부가 영업을 강하게 통제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자영업자는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2020년 한국 자영업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 덮여버렸다.[사진=연합뉴스]
2020년 한국 자영업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 덮여버렸다.[사진=연합뉴스]

월급이 깎였다. 직장인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생활비와 공과금 같은 지출은 그대로인데 들어오는 돈이 줄어드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해진다. 기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분기 기준으로 발표하는 매출이 연속으로 역성장하면, 미디어는 그 기업의 상황을 ‘경영 위기’라고 꼬집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과한 자영업자는 지난 2년간 매주 이런 위기를 겪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자영업자 매출은 원래 들쑥날쑥한 게 아니냐’고 따질지 모른다.

일견 맞는 지적이긴 하다. 자영업자는 사시사철 꾸준한 소득을 얻지 못한다. 비수기에 떨어지고 침체기에 더 추락하는 게 자영업자의 매출이다. 그러다 성수기나 회복기에 반짝 벌어 만회한다. 이런 롤러코스터를 반복하면서 자영업자의 연간 매출은 평균에 수렴한다.

이는 한국의 자영업자가 위기를 버티는 방식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곡절을 겪으면서도 자영업계 자체가 붕괴한 적이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다. 정부 규제(사회적 거리두기)에 묶여 영업 행위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자영업자들은 한단계 더 높은 차원의 위기를 겪어야 했다. 그럼 그 위기의 수준은 어느 정도였을까. 더스쿠프가 자영업자 ‘매출 추이’를 코로나19의 결정적 장면들과 함께 그려봤다. 

자영업자 매출은 이동주 의원실(더불어민주당)과 한국신용데이터(KCD)의 소상공인 데이터포털을 활용했다. KCD는 자영업자를 위한 매출 관리 서비스인 ‘캐시노트’를 운영 중인데, 이 서비스의 데이터를 통해 자영업자 주간 매출 증감률을 살펴봤다. 신용카드 매출(매입 기준)이 발생한 모든 사업장(65만개)을 대상으로 삼았다.

‘자영업자, 망각의 오류’ 파트❷에선 코로나19가 시장 복판으로 밀고 들어온 2020년을 분석했다. 모두가 예상했듯, 2020년 자영업자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2020년 51주 중 45주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쪼그라들었으니, 시장엔 한숨이 가득했다.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사례와 함께 되짚어보자.

■장면❶ 대유행과 거리두기 = 2019년 12월 31일, ‘정체불명의 폐렴 환자 27명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접수됐다. 장소는 중국 우한武漢이었다. 이때까지만해도 폐렴 정도로 여겨졌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별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런 기류는 이듬해 1월 20일 중국에서 들어온 중국인 여성이 국내 첫 확진자로 판명 났을 때에도 유지됐다. ‘전파력이 남다르다’는 말이 나돌긴 했지만, 우리의 일상까진 흔들지 못했다. 실제로 그로부터 한달간 추가 확진자는 30여명에 불과했다. 

당연히 자영업자 매출은 나쁘지 않았다. 2~3주차, 6주차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났다. 자영업계는 코로나19가 어느 시기에나 유행했던 전염병처럼 스쳐 지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신천지대구교회 신도인 ‘31번째 환자’가 나온 이후 확진자가 급증했다. 이 숫자는 하루에 수십ㆍ수백명 단위로 경신했고, 3월 중엔 대구ㆍ경북 지역의 누적 확진자가 8000명 수준으로 늘었다.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확진자 수였다. 

일상이 흔들렸다. 전국적으로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면서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다. 정부가 마스크 생산량 대부분을 구매해 약국을 통해 ‘공적 마스크’를 팔았는데, 이마저도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살 수 있었다. 

전 국민이 꼼꼼히 마스크를 썼는데도 확진자가 줄지 않자, 정부는 특단의 카드를 꺼냈다. 다름 아닌 ‘사회적 거리두기(2020년 3월 1일 시행)’였다. 처음엔 “많은 사람이 모이는 각종 행사, 모임, 특히 종교행사 등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권고만 했다. 정확한 기준이 있기보단 메시지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확진자 그래프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정부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3월 22일)’를 시행했다.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업종(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에 15일간 운영중단을 권고했다. 지자체별로 PC방ㆍ노래방ㆍ학원 등을 운영 중단 권고 대상에 넣도록 조치했다.

식당은 방역당국이 제시한 준수사항을 따르도록 했다. 유증상자 출입금지, 거리 유지,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단 작성, 시설 곳곳에 소독제 비치 등 방역지침의 기본 골자가 이때 세워졌다. 방역 규칙이 번거롭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감염의 공포가 사람들의 외출을 막아세웠고, 자영업계는 궁지에 내몰리기 시작했다. 

7주차까지 좋은 흐름을 보이던 자영업계의 매출은 8주차(2월 17일~23일)에 분기점을 맞았다. 8주차 매출이 전년 대비(이하 같은 기준) 10% 줄었는데, 9주차엔 감소폭이 29%로 커졌다. 10주차(24%), 11주차(20%)에도 큰 폭의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 2020년 8~11주 4주간 평균 매출 감소율은 21%에 달했다. 2019년 3월엔 200만원을 번 자영업자였다면, 2020년 3월엔 158만원을 버는 데 그쳤다는 얘기다. 

자영업자는 휘청였지만, 정부의 처방전은 즉효를 보였다. 많게는 수백명까지 불어났던 일일 확진자가 4월엔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서울시는 “통제 범위 안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태를 낙관했다. 정부 역시 ‘확산세를 잡아내고 있다’는 확신으로 K-방역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미디어에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채비에 나섰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자영업자의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다.[사진=뉴시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자영업자의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다.[사진=뉴시스]

그럴 만도 했다. 5월 5일 확진자는 2명에 불과했다. 방역당국은 5월 6일부터 완화된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회식, 모임, 외출 등 일상생활을 허용하고, 운영을 중단했던 공공시설을 재개하는 게 골자였다. 그 과정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 부천 택배 물류센터 등 소규모 집단 감염이 터지긴 했지만 일일 확진자는 세 자릿수를 넘어서지 않았다. 

이 시기 한국의 자영업자는 영업 정상화를 꾀했다. 4월엔 전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이 뿌려지면서 소비 시장에도 활력이 돌았다. 5월 중순인 20~21주차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나기도 했다. 

■장면❷ 성수기와 재유행 = 한국 자영업자에게 2020년의 여름은 대유행 때 깎였던 매출을 메울 좋은 기회였다. ‘7말8초’ 휴가철 대목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외 여행길이 막힌 상황이어서 국내 여행지가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았다. 지갑을 열지 않고 버텨온 국민들이 ‘보복소비’를 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곳곳에서 나왔다.

하지만 ‘V자 반등’은 없었다. 운명의 장난처럼 8월 ‘2차 대유행’이 터졌다. 광복절 집회를 기점으로 신규 확진자가 400명을 넘나들었다.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면서 안심하고 풀었던 고삐를 다시 조였다. 유흥시설, 노래방 등 고위험시설은 아예 문을 닫았고, 수많은 생활업종은 강도 높은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했다. 여기에 54일간(중부지역 기준) 지속된 역대 가장 긴 장마란 겹악재까지 터졌다. 

한국 자영업자에겐 매출 감소란 해일이 닥쳤다. 8월 말인 34주차, 한국 자영업자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9월에 접어든 35주차와 36주차엔 각각 25%가 증발했다.

2차 대유행의 여진은 강했다. 가을 들어 확진자는 줄었지만, 자영업자의 매출은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꺾여있었다. 11월 중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한 자릿수 줄어든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참고: 정부가 코로나19가 터진 후 처음으로 자영업자에게 현금(100만~200만원)을 지원한 건 바로 이때다.] 


■장면❸ 성탄절과 반토막 = 일부 자영업자는 ‘연말 성수기’를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았다. 상황은 더 악화일로를 걸었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정점(1240명)을 찍은 게 하필이면 성탄절이었다. 코로나19는 말 그대로 기승을 부렸다. 바이러스는 불특정 다수에게 산발적으로 전이됐고, 수도권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쏟아져나왔다. 

정부는 일상을 강하게 규제했다. 수도권에선 5명이 넘는 인원이 한자리에 모일 수 없었다. 카페엔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소비자가 출입하지 못했다. 미국과 유럽이 선택했던 ‘봉쇄(Lockdown)’ 전략에 버금가는 고강도 조치였다. 거리는 다시 꽁꽁 얼어붙었고, 자영업자는 희망을 잃었다. 
 
이들의 매출은 12월 첫째주인 49주차엔 23%, 50주차엔 29%, 51주차엔 32% 줄어들었다.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은 2020년 마지막 주(51주차)엔 매출도 56% 줄어들어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2020년은 자영업계가 파멸적 피해를 입은 해다. 51주 중 6주를 제외한 45주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으니, 그보다 더 적합한 표현은 없다. 

그런데 증시와 부동산은 달랐다. 코스피지수는 그해 2873.47로 거래를 마쳤다. 2020년 초(2197.67)보다 30.8% 상승한 수치로, 역대 최고치였다. 전국 집값 역시 2020년 한해에만 5.36% 올랐다.

그럼 자영업자들은 적정한 보상을 받았을까. 이 시기 정부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현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버팀목자금 신청을 받았다. 최소 100만원, 최대 300만원이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그간의 피해를 만회하기엔 너무도 부족한 액수였다.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손실보상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 법의 골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2019년에 비해 매출이 줄어든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분기당 100만원에서 1억원 한도로 보상하는 것이다.

2020년 매출이 2019년과 견줘 줄어든 자영업자라면 큰 도움을 받았을 게 분명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적용 기간’이 발목을 잡았다. ‘법이 공포된 날(2021년 7월 7일) 이후 발생한 손실부터 적용한다’는 부칙 때문이었다.

2020년 자영업자는 가장 큰 손실을 입었지만 정작 보상은 제대로 받지 못한 셈이다. 정부는 그 이유로 ‘나라 재정’을 들었지만, 모두를 설득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그렇다면 2021년엔 어땠을까. 백신 접종과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이듬해의 자영업자는 웃을 수 있었을까. 커버스토리 파트❸에선 2021년의 상황을 기록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