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生 스몰캡 | 원자현미경 전문업체 파크시스템스
25년간 원자현미경 연구한 기술력 보유
탄탄한 판매망 확보, 신규 시장 진출도 활발

반도체의 쓰임새가 늘면서 반도체 제조사들의 ‘소형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반도체를 작게 만들수록 활용도가 높아져서다. 작아진 반도체를 다루려면 그만큼 정밀한 계측 장비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최근 투자자들이 파크시스템스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이 회사는 세계 2위 업체이자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원자현미경계의 강자다.

반도체 소형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파크시스템스의 원자현미경이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은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사진=파크시스템스 제공]
반도체 소형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파크시스템스의 원자현미경이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은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사진=파크시스템스 제공]

반도체 업계에서 소형화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칩이 작아지면 동일한 면적의 웨이퍼(반도체의 기본 재료가 되는 원판) 안에서 용량이 더 큰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어서다. 이를 반대로 설명하면, 반도체의 크기가 그만큼 작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자율주행차·인공지능(AI) 컴퓨터 등 반도체의 쓰임새가 늘면서 소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반도체가 작아질수록 탑재 기기에 여유공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인지 반도체 생산 기업들도 반도체 소형화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 양산을 시작한 건 대표적인 사례다.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5나노 초미세공정 관련 시장은 2022년 194억5200만 달러(약 27조6801억원)에서 2025년 538억4700만 달러(약 76조6242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정이 미세화할수록 관련 장비의 중요성도 커진다. 무엇보다 반도체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계측 장비의 성능이 좋아야 한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현미경 제조 전문업체 ‘파크시스템스’가 주목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997년 설립한 이 회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자현미경을 제조하고 있다. 원자현미경은 원자·분자를 분해능(서로 떨어져 있는 두 물체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할 수 있는 계측 장비로, 미세한 구조물의 형상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데 널리 쓰인다. 배율은 최고 수천만배에 달해 수천~수십만배의 배율을 갖춘 광학현미경·전자현미경보다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수직 방향의 분해능이 탁월해 0.01나노까지도 측정이 가능하다.

파크시스템스의 투자 포인트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뛰어난 기술력이다. 이 회사는 지난 25년을 원자현미경에 ‘올인’해 온 만큼 길고 깊은 업력을 갖추고 있다. 창업자인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가 세계 최초로 원자현미경을 개발한 켈빈 퀘이스트 스탠퍼드대 교수의 연구팀 출신이란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의 창의적인 기법 덕분에 파크시스템스는 경쟁사 대비 탁월한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의 기술력은 세계 무대에서도 통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 파악은 어렵지만,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원자현미경 시장에서 파크시스템스의 점유율은 15~20%로 업계 1위 브러커(25~30%)에 이어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파운드리 반도체 업계 1위인 TSMC을 비롯해 IBM·LG전자·삼성전자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주요 고객사인 것도 이 회사를 신뢰할 만한 포인트다.

둘째는 탄탄한 판매망이다. 이 회사는 미국·일본·싱가포르·독일·인도·대만 등 6개국에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세계 34개국에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다. 기술력과 판매망을 바탕으로 올해 초 100억원 규모의 신제품 수주도 새로 받았다. 9월 기준 수주 잔고는 600억원에 이른다. 상반기에 확보한 수주액 실적이 하반기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제법 괜찮은 판매망을 갖추고 있는데도, 이 회사가 최근 영업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 10월 28일엔 독일의 계측장비 전문업체 ‘아큐리온GMbH’를 인수·합병(M&A)했다.

아큐리온 GMbH는 초박막 필름을 계측할 수 있는 이미징 분광 타원계측계(ISE) 업계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ISE를 라인업에 추가함으로써 파크시스템스는 원자현미경과의 판매 시너지를 노릴 수 있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독자적인 기술력을 활용해 다양한 응용분야를 개척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반도체 연구용으로만 쓰였던 원자현미경이 최근 소재·화학·생명공학·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이런 추세를 좇아 파크시스템스는 분석화학 등 다양한 연구가 가능한 다용도 현미경 플랫폼 ‘Park NX12’를 출시했다.

물론 잘나가는 이 회사에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최근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걸 규제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한편에선 ‘파크시스템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원자현미경은 어디까지나 계측을 위한 장비로, 공정 기여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에서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파크시스템스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미국의 상황과 연관성도 낮다. 업계 관계자들이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한 중국 매출 비중이 연말에 50%까지 무난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원자현미경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 올 상반기 괜찮은 수주 실적을 올렸다는 점에서 파크시스템스의 올해 전망은 무척 밝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가 그나마 리스크로 꼽히지만 실적에는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파크시스템스의 올해 매출은 전년(852억원) 대비 34.9% 증가한 1150억원, 영업이익은 70.4%(2021년 176억원) 늘어난 300억원을 전망한다.[※참고: 이 기사는 하이투자증권의 공식 입장과 무관합니다. 투자에 참고 바랍니다.]

이종현 하이투자증권 대구WM 과장
rangers79@naver.com | 더스쿠프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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