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의 이상한 LTE 차별정책

흥미로운 질문 하나. 5G와 LTE의 통신망은 같을까 다를까. 언젠간 구분되겠지만, 지금은 5G와 LTE를 함께 쓴다. 데이터 통신은 5G망, 단말기 제어는 LTE망을 쓰는 식이다. 이를 비非단독모드(NSAㆍNon Stand Alone)라고 한다. 5G와 망을 함께 쓰는 LTE로선 당연히 손해를 볼 수밖에 없고, 실제로 LTE의 품질은 악화했다. 그런데도 이통3사는 LTE 요금 그대로 뒀다. 여전히 LTE 이용자가 훨씬 많은데도 말이다. 더스쿠프가 이통3사의 이상한 LTE 차별 정책을 깊숙이 들여다봤다.

이통3사가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사진=연합뉴스]
이통3사가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사진=연합뉴스]

2622만9565명. 지난 9월 기준 국내 5G 가입자의 수다. 전월보다 51만4694명 증가했다. 늘긴 늘었지만, 증가세는 꺾였다. 8월엔 전월 대비 58만1983명 늘었다. 추세가 바뀐 건 아니다. 올 들어 월 5G 가입자 순증 규모는 평균 50만명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엔 순증 수가 월 60만~90만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한번도 가입자 순증이 60만명을 밑돈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6개월 내내 그랬다. 이번 9월의 가입자 실적은 따져볼 점이 많다. 가입자를 폭발적으로 늘릴 만한 호재가 껴 있었는데도 증가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첫째 호재는 이통3사가 지난 8월에 릴레이로 출시한 ‘중간요금제’였다. SK텔레콤은 월 5만9000원에 24GB를 제공하는 ‘베이직플러스’, KT는 월 6만1000원에 데이터 30GB를 제공하는 ‘슬림플러스’, LG유플러스는 월 6만1000원에 데이터 31GB를 제공하는 ‘심플플러스’를 각각 출시했다.

‘요금제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5G 이용자에겐 희소식이었다. 지금까지 5G 요금은 저렴한데 데이터 제공량이 지나치게 적거나, 비싸면서 데이터를 많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15~100GB 사이 구간의 요금제가 아예 없었다. [※참고: 5G 고객의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이 24GB 안팎이다.] 

이 때문에 많은 5G 이용자가 중간요금제로 갈아탈 것으로 점쳐졌다. 그런데도 9월 5G 가입자 순증이 감소했다는 건 중간요금제가 흥행에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중간요금제 가입률이 예상보다 높지 않은 듯하다”면서 “가격과 데이터 제공량을 엇비슷한 수준으로 출시하면서 매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두번째 호재는 삼성전자의 4세대 폴더블폰(갤럭시Z폴드4ㆍ갤럭시Z플립4)의 출시였다. 통상 삼성전자와 애플이 플래그십 단말기를 출시하는 8~10월은 시장의 성수기로 꼽힌다. ‘갤럭시Z3’ ‘아이폰13’ 출시로 시장이 뜨거웠던 지난해 10월(97만5217명)과 11월(80만8838명)에도 다른 때보다 압도적인 5G 순증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새 폴더블폰은 흥행했지만, 5G 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에는 실패했다.[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새 폴더블폰은 흥행했지만, 5G 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에는 실패했다.[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4번째 폴더블폰 역시 8월 26일 출시에 앞서 100만대에 육박하는 사전 판매량을 기록하며 이통사에 기대감을 전했지만, 결과적으론 5G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Z4의 전체 판매량은 흥행에 성공했던 전작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면서 “다만 자급제로 구입해 알뜰폰 요금제를 선택하는 고객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간요금제와 새 플래그십 단말기, 두 흥행카드가 실패하면서 이동통신업계가 내세웠던 ‘5G 가입자 연내 3000만명 달성’이란 목표는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남은 3개월 동안 377만435명(목표 3000만명-2022년 9월 누적 2622만9565명)의 가입자를 더 끌어모아야 한다. 

매달 120만명이 넘는 고객이 5G를 새롭게 선택해야 하는데, 반년간 50만명에 그친 순증 실적을 고려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8개월 뒤인 내년 5월에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통사의 목표가 ‘봄꿈’에 그친 건 이뿐만이 아니다. 

업계는 올해를 5G 가입자가 LTE 가입자를 넘어서는 ‘골든크로스’의 기점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이를테면 올해가 5G로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원년이 될 줄 알았는데, 올해 9월 기준 LTE 가입자 수는 4712만33명으로 여전히 5G(2622만9565명)를 압도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주목할 점은 5G로 갈아타는 LTE 가입자 수가 몰라보게 꺾였다는 점이다. 

9월 LTE 가입자 수는 전월 대비 2만9453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8월(8만9408명 순감)보다 더 많이 줄었다. 매월 LTE 가입자 수가 30만~70만명씩 감소하던 지난해와는 상황이 딴판이다. 이는 5G가 LTE와 견줘 품질과 서비스로 고객을 유혹하지 못했단 뜻이기도 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5G 가입자 수를 폭발적으로 늘리려면 품질의 핵심인 전송속도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관련 인프라 구축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올해 8월 기준 이동통신 3사가 구축한 28㎓ 기지국 수는 2000개 안팎에 불과하다. 이들이 지난해까지 구축하겠다고 정부와 약속한 4만5000개에 턱없이 부족하다. [※참고: 5G의 주파수 대역대는 3.5㎓, 28㎓ 두개다. 3.5㎓ 대역에서 데이터 전송속도는 LTE 대비 3~4배 빠르다. ‘LTE 대비 20배 빠른 진짜 5G’는 28㎓ 주파수 대역에서만 가능하다.] 

이런 맥락을 잘 살펴보면,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선 당분간 ‘LTE 우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통3사가 LTE 이용자를 위한 투자에도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1년 통신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종합결과’를 보자. 이통3사의 LTE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초당 150.30MB로, 전년(1초당 153.10MB)보다 느려졌다.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속도가 줄었다. 

과기부는 속도 감소의 원인으로 5G를 꼽았다. 김단호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기획과 팀장은 “5G가 비非 단독모드(NSAㆍNon Stand Alone) 방식이어서 LTE 속도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다소 떨어졌다”며 “중소도시는 지난해 속도가 떨어져 통신사에 투자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고 소폭 개선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통3사는 현재 5G 서비스를 LTE와 5G망을 동시에 활용하는 NSA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LTE 고객의 데이터 전송 속도에도 악영향을 미쳤을 거란 얘기다. LTE 가입자 눈으로 보면, 요금제는 그대로인데 서비스 품질만 뒷걸음질한 셈이다. [※참고: 5G만 채택한 서비스는 ‘단독모드(SA·Stand Alone)’라고 부른다.] 

이 문제는 이용자의 선택지를 줄였다는 비판으로도 이어진다. 이통3사는 갤럭시Z4 시리즈와 ‘아이폰14’ 등 최신 스마트폰에 5G 요금제만 결합해 팔고 있다. 이들 단말기는 기술적으로 5G 통신망뿐만 아니라 LTE 통신망도 쓸 수 있는데도 일부러 고객 선택지를 좁혔다는 거다. 

이미현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5G 품질이 여전히 소비자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에 LTE 서비스의 인기는 수년간 더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통사는 5G의 품질 문제를 제대로 개선하거나 LTE 요금을 인하하는 식의 대책을 도입해 가계가 느끼는 통신비 부담을 적극 낮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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