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력 시대」
진보의 시대에서 회복력 시대로

야누스의 얼굴을 한 인간은 자연계를 약탁하고 망치는 종이면서 치유자가 될 수도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야누스의 얼굴을 한 인간은 자연계를 약탁하고 망치는 종이면서 치유자가 될 수도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인간 종은 동료 생물들과 다르게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자연계를 약탈하고 망치는 종이면서 치유자가 될 수도 있어서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인류는 무한한 경제 성장을 위해 효율성에 집착했고 정치와 경제의 기능은 자연을 재산으로 관리하는 것에 집중했다. 효율성은 시간을 조직하는 최적 표준이 됐고, 이에 따라 인류는 사회적 풍요 향상이라는 목표하에 천연자원의 수탈과 상품화, 소비를 최적화하기 위한 끊임없는 탐구에 몰입했다. 

하지만 자연을 자본으로만 생각한 인류는 지금 자연 생태계의 파괴에 따른 부메랑을 맞고 있다. 바이러스의 출현과 기후 온난화 등 주변에서 벌어지는 대혼란에 대책 없는 상태로 전락했다. 산업 발전을 이끈 효율성의 원칙이 우리를 지구의 지배적인 종으로 만들었지만 결국 자연계의 파멸을 촉발하고 말았다. 이 때문인지 세계는 지금 ‘어떻게 하면 대멸종을 피하고 삶을 지속할 것인지’를 둘러싼 고민에 사로잡혀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경제·사회사상가 제러미 리프킨은 신작 「회복력 시대」에서 위기의 인류를 위한 문명의 새로운 키워드로 ‘회복력’을 제시한다. 8년의 집필 끝에 선보인 이 책은 50년에 걸쳐 글로벌 경제와 사회, 거버넌스 혁신, 기후변화 등을 연구한 결과가 집대성돼 있다. 무한한 성장과 고효율성에 집착한 우리가 어떻게 생명 네트워크를 파괴하고 동료 생명체를 대량 멸종의 위기로 몰아넣었는지 살펴본다.

이 책에서 리프킨은 효율성에 중점을 둔 ‘진보의 시대’에서 적응성에 발을 맞추는 ‘회복력 시대’로의 전환을 주장한다. “회복력은 정확한 현상의 재정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회복력은 세상 속 ‘존재의 상태’가 아니라 세상에서 일어나는 ‘작용의 방식’으로 봐야 한다.” 그가 주장하는 회복력 시대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복원의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학습과 방법을 통해 변혁적 전환을 꾀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선 우리의 세계관을 전면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과제가 학습에 새로운 방식의 교수법을 제공하도록 교육 시스템을 재구상하고 재창조하는 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리프킨은 “자연을 우리 종에 적응시키는 것에서 우리 종을 자연에 다시 적응시키는 것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회복력 시대로의 변화가 이미 시작했다고 말한다. “젊은 세대는 이미 성장에서 번영으로, 금융자본에서 생태자본으로,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삶의 질 지수(QLI)로, 소비자주권주의에서 환경책임주의로, 세계화에서 세방화로, 지정학에서 생명권 정치학으로, 국민국가 통치에서 생태 지역 거버넌스로, 대의민주주의에서 시민 의회와 분산형 동료 시민 정치로 전환하고 있다.”

리프킨은 새로운 시대의 부상에 따라 효율성이 적응성에 자리를 내주고, 진보가 회복력에 굴복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생태계 변화가 우리를 대멸종으로 이끌고 있다는 경고 속에 절망에 사로잡힌 오늘날, 리프킨은 “늦지 않았다”며 또 다른 미래를 위한 희망의 창을 열어 준다.

특히 “최근 젊은 세대가 차가운 이성 대신 따뜻한 공감이 지키는 생명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것은 새로운 길을 향한 희망적인 신호가 아닐 수 없다”며 “자연의 세계로 돌아가 생명이 번성할 수 있는 두번째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세 가지 스토리

「경제학자의 시대」
빈야민 애펠바움 지음|부키 펴냄 


1969년부터 2008년까지 40여년은 시장 자유주의를 앞세운 경제학자들의 시대였다. 이들은 정치인을 현혹해 권력을 장악했고, 사회 정책과 세계 경제 시스템을 바꿨다. 자신들의 이론에 따라 성장을 약속하고, 번영의 분배는 외면했다. 하지만 2008년,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쌓아 올린 바벨탑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태동부터 패배까지 40여년을 추적한다. 과연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였을까, 거짓 예언자였을까.

「‘한 번 더’의 힘」
에드 마일렛 지음|토네이도 펴냄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아래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결혼 후 신혼집 전기세도 내지 못할 만큼 가난했던 한 남자가 있다. 그로부터 십수년 후 그는 세계 최고의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책의 저자인 에드 마일렛의 이야기다. 저자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남들보다 딱 1%만 더 하라”고 강조한다. 한발짝씩 나아간 하루하루가 누적되면 어느 순간 폭발적인 ‘티핑 포인트’를 만날 수 있다는 거다. 


「가난이 사는 집」
김수현 지음|오월의 봄 펴냄 


한때 서울 인구의 40%가 판자촌에 살았다. 판자촌은 가난한 사람들이 도시에 정착하기 위한 전진기지이자 경제 공동체였다. 이런 판자촌은 1980년대 들어 철거되기 시작됐다. 거기엔 한국 자본주의의 폭력성이 숨어 있었다. 판자촌의 역사는 철거의 역사이자, 저항의 역사나 다름 없다. 이 책의 저자는 “판자촌이 사라졌다고 가난이 사라진 건 아니며 가난이 사는 집은 모양을 달리하며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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