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목욕」
권고사직 거부한 그에게 벌어진 일

최근 노동자가 희생되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사진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SPC.[사진=뉴시스]
최근 노동자가 희생되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사진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SPC.[사진=뉴시스]

최근 SPC 제빵공장과 농심 식품공장에서 끼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부상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모두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 희생된 사고인 만큼 노동조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와 함께 과로사, 임금체납, 부당해고, 부당전직, 착취 등 불합리한 노동문제 또한 개선해야 할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현실을 파고들며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주는 ‘노동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기 전엔 문학이 이같은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산업화 시절 ‘노동문학’은 억압받는 노동자의 어려운 처지를 밝히고 어루만지며 크게 성장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 등은 한국 노동문학의 걸작으로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신간 「그 남자의 목욕」은 불완전고용의 덫에 걸린 한 직장인의 삶을 따라가며 노동현장의 가혹함을 고발하는 노동 소설이다. 하지만 노동 소설임을 내세워 노사쟁의, 파업, 비정규직 등 거창한 노동 어젠다를 들먹이진 않는다. 무리하게 권선징악의 결말을 연출하거나 억지로 카타르시스를 유도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부당한 인사발령에 괴로워하는 한 직장인의 일상을 통해 노동 문제에 묵직하게 접근한다. 

이병국 문학평론가는 “이 소설은 노동문제를 다루면서도 과거의 노동 소설이 형상화하던 노동-자본 간의 갈등과 투쟁, 파업의 도식성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다”며 “그보다는 불완전한 고용관계의 실태를 드러내고 경험을 복기함으로써 인간 존엄을 억압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인공은 각종 스포츠용품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제품디자이너다. 어느 날 회사는 그에게 권고사직을 종용한다. 경영자의 내연녀가 낙하산으로 회사에 들어오면서 잉여인력이 생겼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그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주인공이 권고사직을 거부하자 회사 측은 그를 회사 부속 스포츠센터의 목욕탕 청소부로 발령낸다. 촉망받던 디자이너에서 느닷없이 목욕탕 청소부가 돼 버린 것이다. 주인공은 절망한다. 그러나 수건 정리, 걸레질, 욕실 청소 등 주어진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제품디자이너로의 복직을 기다린다. 

그럼에도 각종 트집과 사내 왕따, 부당한 업무량 등 그를 쫓아내기 위한 회사 측의 압박은 계속된다. 주인공은 결국 노무사를 선임하고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직 구제신청’을 제기하며 회사와의 투쟁을 선언한다. 과연 그는 제품디자이너로 복귀할 수 있을까.

경제 성장의 근간인 노동은 외면할 수도, 따로 고립될 수도 없는 중대한 문제다.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얽혀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련의 사건들로 불거진 열악한 노동 환경을 안타까워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노동자가 처한 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데 있어 노동콘텐츠는 큰 힘을 발휘한다.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웹툰이나 드라마, 영화에 비해 쇠락을 맞았던 노동문학도 다시금 활발해지고 있다. 저자는 “텍스트는 모든 노동콘텐츠의 뿌리이자 시작점이기 때문”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치열한 현실과 서사를 담은 노동문학이 부활하는 데 이 책이 작은 디딤돌이라도 놓을 수 있었으면 한다.“

세 가지 스토리  

「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
신디웨 마고나 지음·패디 바우마 그림|샘터사 펴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구굴레투라는 마을엔 시지웨라는 소녀가 산다. 시지웨의 아빠는 바다로 일하러 나갔고, 엄마는 편찮으신 할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떠났다. 그런 상황 속에서 시지웨는 홀로 어린 동생들과 강아지를 돌본다. 이 책은 시지웨가 먹을 것도, 돈도, 돌봐줄 이웃도 없는 절박한 상황을 어떻게 희망으로 바꾸는지 그린 동화다. 역경 속에서 상상력과 지혜를 발휘해 만들어 낸 최고의 식사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그건 부당합니다」
임홍택 지음|와이즈베리 펴냄   


전작 「90년생이 온다」로 요즘 세대를 분석한 임홍택. 사실 그가 ‘세대론’을 꺼내든 건 세대를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세대 간 갈등을 드러내고 건강한 논의를 펼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책이 출간된 이후 4년간 세대 간 갈등의 골은 되레 더 깊어졌다. 그래서 이번엔 공정과 부당함이라는 주제를 들고 나왔다. 그동안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겨온 반칙들을 되짚고, 특정 세대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부당함을 꼬집는다. 


「치명적인 독, 미세 플라스틱」
매트 사이먼 지음|북하이브 펴냄


미세 플라스틱의 오염은 총체적이다. 플라스틱 입자들이 바다와 땅, 하천을 오염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대기 중에 떠다니고 있고, 동물의 몸에도 침투하고 있다. 인간 역시 그 동물에 포함된다. 미세 플라스틱, 나아가 나노 플라스틱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책의 저자는 “재활용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생산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플라스틱 위기의 심각성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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